배우 하영이 증조부를 둘러싼 ‘친일 논란’이 불거진 지 3일 만에 자필 편지를 올리고 고개를 숙였다.
하영은 12일 인스타그램에 증조부 안상호의 과거 행적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하영은 “그동안 저는 가족을 통해 전해들은 이야기로 증조부의 삶을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다”며 “부끄럽게도 그런 무지한 상태로 여러 자리에서 증조부에 대한 이야기를 가족의 자랑처럼 꺼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 자료를 직접 찾아보는 과정에서 증조부의 친일적 행적을 알게 됐다”며 “일제 강점기라는 뼈아픈 시간을 지낸 우리나라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족사를 가볍게 언급했던 것을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논란 초기 소속사가 내놓은 ‘사실무근’ 입장에 대해서도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
하영은 “처음 논란이 제기됐을 당시 저 역시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지 못한 과정에서 소속사를 통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 나가게 됐다”며 “충분한 확인 없이 잘못된 입장이 전달되도록 한 점 또한 저의 부족함이라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더 큰 혼란과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특히 “제가 미처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 역사를 외면하거나 가볍게 여길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 과오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후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광복절을 앞둔 시기에 저의 부족함으로 물의를 일으켜 더욱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가족의 역사와 그 시대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앞으로 역사를 대하는 데 있어 더욱 신중한 태도를 갖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독립유공자와 광복을 위해 힘쓴 이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역사 공부를 이어가겠다면서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앞서 하영은 지난 7일 방송된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4대 의사 집안’을 소개하며 증조부가 고종을 진료했다고 밝혔다. 이후 증조부가 근대 의사 안상호로 확인됐고,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록 등이 재조명되면서 친일 의혹이 불거졌다.
소속사는 처음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하루 만에 관련 기록의 존재를 인정하며 입장을 번복했다. 여기에 부친 안병문 씨가 해명 과정에서 ‘한일합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역사 인식 논란까지 더해졌다.
결국 14일 예정됐던 넷플릭스 ‘이런 엿같은 사랑’ 하영의 인터뷰가 취소됐고, 일부 광고 영상도 비공개로 전환됐다. 차기작인 SBS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 측 역시 논란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다만 역사학자 심용환은 특정 단체 가입 기록만으로 안상호를 곧바로 ‘친일파’로 단정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가운데 하영의 사과문이 공개된 뒤에도 비판 여론은 이어지고 있다. 이번 논란에서 비판의 초점은 증조부의 역사적 평가에만 머물지 않았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가족사를 ‘자랑’처럼 소개해 온 점과 논란 초기 ‘사실무근’이라는 잘못된 입장이 나온 점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됐다.
누리꾼들은 “사죄는 사죄지만 대중 앞에서 보고 싶지 않다”, “상대 배우와 제작진에게는 안타깝지만 하차했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행보가 중요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자필 사과문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은퇴를 요구하는 등 강경한 의견도 이어졌다.
반면 “선대의 과오를 후손이 모두 짊어질 수는 없다”, “힘내고 좋은 모습으로 오래 활동했으면 좋겠다”며 하영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있다.
소속사의 성급한 ‘사실무근’ 해명과 번복, 부친의 인터뷰까지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상황에서 하영은 3일 만에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했다. 그의 사과가 비판 여론을 누그러뜨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