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관심은 보너스, ‘유퀴즈’ 출연하고파”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은 무너진 교육 현장을 지키기 위해 창설된 교권보호국의 이야기를 다이내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공개 후 2주 연속 글로벌 TOP 10 비영어 쇼 1위에 오르며 압도적인 화제성을 입증했다.
그 신드롬의 중심에는 5화에서 ‘우진 엄마’ 역을 맡아 소름 돋는 열연을 펼친 배우 박지연(42)이 있다. 그는 자녀를 앞세워 교사에게 무리한 요구를 일삼는 진상 학부모로 등장해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동시에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국민 밉상”, “진상 학부모의 표본”이라는 뜨거운 반응까지 얻고 있다.
박지연은 “아직도 사실 꿈만 같다. 얼떨떨하다. 피부로 와닿는 느낌은 아니고, 정말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며 “계속 메시지와 연락이 오고 있다. SNS로 반응을 보다 보니 오히려 현실감이 떨어지는 느낌도 든다”고 밝혔다.
실제 학부모가 아닌 그는 인물의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치열하게 준비했다.
박지연은 “초등학교 1학년짜리 조카가 있긴 하지만, 주변에서 극성 사례를 직접 보지는 못했다. 모델로 삼을 만한 인물이 따로 없어서 다큐멘터리도 찾아보고, 관련 책도 많이 읽었다. 특히 맘카페 글들을 보면서 심리를 연구했고, 실제로 초등학교 등하굣길에 직접 찾아가 관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부담도 있었다. 작품에 누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가장 컸고, 안 해본 캐릭터라 ‘이게 내 욕심인가’ 싶기도 했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박지연에게 ‘우진 엄마’는 낯선 도전이었다. 이전까지 주로 당하는 역할을 많이 해서 빌런 연기를 하면 또 다른 희열이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박지연은 “빌런을 연기하면 스트레스가 팍팍 풀리고 묘한 희열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전혀 아니더라. 그렇게 극한까지 화를 내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 평소 안 쓰던 에너지를 엄청나게 썼다”며 “현장에서 부정적인 에너지를 잔뜩 내뿜고 ‘컷’ 하고 돌아서면 그 찝찝한 기분이 몸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빌런 역할이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고 엄청 힘든 일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제 실제 성격은 완전 평화주의자”라고 털어놨다.
첫 촬영부터 현장 반응은 강렬했다. 박지연은 “제일 첫 촬영이 최지선 선생님 역의 송시안 배우와의 신이었다. 감독님도 현장에서 제 연기를 처음 보시는 거였는데, 다들 무섭다고 너무 놀라더라. 그때 ‘아, 이렇게 방향을 잡고 가면 되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무열 선배님도 ‘컷’ 소리가 나자마자 저에게 너무 무섭다면서 박수를 쳐주셨다. 그런 즉각적인 현장 반응들이 제게 큰 힘이 됐고, 인물을 만들어가는 데 확실한 원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대학 시절 CC로 만나 20년 동안 곁을 지켜온 남편이자 배우 황상경의 외조도 큰 힘이 됐다.
박지연은 “작품을 준비하면서 남편에게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촬영 전에는 집에서 대사도 계속 맞춰달라고 귀찮게 했고, 남편이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줬다”며 “극 중 인터폰 화면 신을 준비할 때, 남편이 인터폰 인터뷰 화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줬고, 그걸 같이 모니터링하면서 밤낮으로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극 중 우진 아빠 역으로 출연한 배우 권동호 역시 박지연의 대학교 실제 후배다.
박지연은 “남편 역할이 캐스팅되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이 먼저 시작됐는데, 감독님이 ‘생각나는 배우 있냐’고 물으시길래 후배 프로필을 보여드렸다. 감독님도 보시자마자 좋다고 하셨고, 후배도 흔쾌히 응해줬다”며 “학교 다닐 때 공연을 같이 해본 후배라 싸우는 신을 찍을 때도 ‘내가 어떻게 연기하든 다 받아줄 것’이라는 단단한 믿음이 있었다. 캐스팅 디렉터 역할을 제대로 한 것 같아 뿌듯하다”며 웃었다.
‘참교육’의 타이틀롤인 김무열과도 인연이 깊다. 두 사람은 넷플릭스 ‘소년심판’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박지연은 “당시엔 선배님들을 존경하고 보필하는 서글서글한 사무관 역할이었다. 그때 워낙 좋은 감정으로 호흡했던 기억이 있어서 선배님에 대한 믿음이 컸다”며 “이번 현장에서 처음 만나 리허설을 마쳤을 때 무열 선배가 대뜸 ‘무섭다’고 하셨다. 그게 장난이 아니라 최고의 칭찬이라는 게 온몸으로 느껴져서 아주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온라인상에서 수많은 패러디를 낳은 대사 “우리 아빠가 화났어요”에 대해서도 비하인드를 전했다.
박지연은 “그 말이 실제로 교사분들이 현장에서 정말 많이 듣는 대사라고 하더라. 저는 다른 것보다 상황 자체에 집중했다”며 “극 중에서 그 대사가 총 세 번 나오는데, 매번 처한 상황과 감정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뉘앙스에 맞게 표현하려고 깊게 고민했다. 이 작품이 이렇게까지 사랑받고, 많은 분이 밈처럼, 놀이처럼 패러디해주시며 말 걸어주실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극 중에서는 아이를 무기로 교사를 벼랑 끝까지 모는 악독한 엄마였지만, 실제 아역 배우 최자운과의 호흡은 더없이 따뜻했다. 박지연은 “우진이를 너무 좋아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우진이가 출연한 공연을 먼저 봤는데 정말 잘하더라. 첫 연극인데도 너무 완벽하게 소화해서 제가 팬이 됐다. 그래서 현장에서 만나기 전에 수제 사탕을 직접 사 가서 ‘팬이다’라고 수줍게 인사를 건넸고 금방 친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항상 손잡고 다니고 장난치며 진짜 놀듯이 지냈다. 극 중에서는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데도 무서워하지 않아서 신기하기도 했다. 제가 슛 들어가기 전까지 애정 공세를 정말 많이 펼쳤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뜨거운 반응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박지연의 개인 SNS 팔로워는 기존 1만 2천명에서 순식간에 3만 8천 명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고, 댓글 창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박지연은 “극 중 우진 엄마가 남의 SNS에 악플 댓글을 남기는 인물이라 그런지 시청자분들이 제 SNS에 찾아와 역으로 댓글 놀이를 하시는 것 같다”며 웃었다. 번역기를 돌려가며 해외 팬들의 반응도 확인한다는 그는 “해외 분들도 공감해 주시면서 사이다 같고 통쾌하다고 해주셔서 뿌듯하다. 슈퍼주니어 김희철 씨도 친분이 없음에도 댓글을 남겨주셨더라. 매니저를 통해 이를 전해 듣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동료 선후배들의 축하도 이어졌다. 박지연은 “이정은 선배는 아직 작품 전체는 못 봤지만, ‘너에게 이런 서늘한 모습이 있었구나’ 하시더라. 지금 찾아온 이 귀한 시간 자체를 차분하게 잘 즐기고 보내라고 말씀 주셨다. 윤경호 선배도 축하한다고 말씀해주셨다. 정말 많은 축하 연락을 받고 있다”고 고백했다.
가족들의 반응도 뜨겁다. 박지연은 “식당에 가면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우진 엄마 잘 봤다’며 알아봐 주신다. 엄마는 저와 김무열 선배님이 같이 나온 기사 사진을 보내주시며 아직도 꿈같다고 들떠 계신다. 아빠는 ‘네 엄마 지금 너무 들떴다. 너는 절대 흔들리지 말고 자중하면서 늘 하던 대로 해라’고 하시면서도, 제 기사를 계속 보내주신다. 조카도 학교에서 ‘우진 엄마가 자기 고모’라고 자랑하며 좋아하고 있다”고 행복한 근황을 전했다.
꼭 출연하고 싶은 예능으로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꼽았다. 그는 “댓글에 ‘조만간 유퀴즈에서 부를 것 같다’는 말이 있어서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며 수줍게 웃었다.
‘참교육’의 악역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박지연은 “‘국민 밉상’, ‘진상 학부모’라는 타이틀 자체는 배우로서 좋은 것 같다. 앞으로는 이 강렬함을 지우고 또 다른 연기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작품이 남긴 메시지에 대해서는 “대본 안에 이미 다 나와 있다고 생각한다. 극 중 ‘우리 모두 소중한 자식’이라는 대사가 유독 크게 와닿았다. 내 아이만 귀하고 소중한 게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모두가 가졌으면 좋겠다. 결국 함께 살아가는 사회이고, 저는 ‘다정함이 살아남는다’고 믿는다. 너무 거창하게 다정하지 않더라도, 서로를 최소한으로 배려하는 마음을 품고 다 함께 더불어 살았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박지연은 영화 ‘공공의 적’을 시작으로 ‘전우치’ ‘미션 파서블’, 드라마 ‘소년심판’ ‘지옥’ ‘방법’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등에 출연, 20년 동안 필모그래피를 꾸준히 쌓아왔다.
박지연은 지난 20년에 대해 “지금의 이 큰 관심이 분명 엄청난 보상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2019년 독립영화 ‘루비’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레드카펫을 밟았을 때도,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행복하게 촬영했을 때도 제겐 늘 과분한 보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을 만날 때마다 그것이 보상이면서 동시에 ‘지치지 말고 더 힘내서 걸어가라’는 하늘의 신호처럼 느껴진다. 지금 이 관심도 하루하루 연장되는 보너스 같은 느낌”이라며 “언젠가 사그라들 거라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곧 잠잠해질 거야’라고 말하며 실망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앞으로 들어오는 새로운 경험과 기회들에는 두려움 없이 기꺼이 도전해보고 싶다”고 열정을 드러냈다.
“깊은 신뢰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제가 화면에 등장해 연기를 시작하면, 배우 박지연이 아니라 그냥 화면 속 그 인물 자체로 보였으면 좋겠다. 관객분들이 저를 그렇게 바라봐 주신다면, 배우로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웃음).”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