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억원. 2026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 확보를 위해 JTBC가 투입한 금액이다. 그러나 정작 시청자들의 선택은 JTBC가 아니었다. 공동중계에 나선 KBS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면서 JTBC의 야심찬 월드컵 승부수는 첫 경기부터 삐걱거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12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체코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 경기는 국가대표팀의 북중미 월드컵 본선 첫 경기인 만큼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가장 먼저 웃은 쪽은 JTBC가 아닌 KBS였다.
13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방송된 체코전 경기 시청률은 KBS2가 전국기준 8.5%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14.5%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JTBC의 시청률은 5.7%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직접 중계권을 확보한 JTBC보다 재판매를 통해 공동중계권을 확보한 KBS가 더 많은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모은 셈이다. 야심차게 중계권을 가져왔던 JTBC로서는 뼈아픈 결과다.
월드컵 열기는 뜨거웠다. 광고 역시 잘 팔렸다. JTBC는 한국이 포함된 조별리그 3경기인 체코전, 멕시코전, 남아프리카공화국전 광고를 모두 완판하며 총 185억원 규모의 광고 매출을 확보했다.
공동중계에 나선 KBS 역시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KBS 광고 판매를 대행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는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체코전 광고를 약 60억원 규모로 완판했으며, 총 34억원 규모의 가상광고 역시 조기 완판됐다”고 밝혔다.
이미 1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확보한 셈이다. 한국 대표팀의 조별리그가 총 3경기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200억원대 매출도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JTBC와 KBS 모두 광고 완판에 성공했지만, 양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 구조는 전혀 다르다. JTBC가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JTBC는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 확보를 위해 이미 1900억원을 투입한 상태였다. 이후 KBS 공동중계권 재판매를 통해 140억원, 네이버 디지털 중계권 판매를 통해 약 300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모두 합쳐도 중계권 확보 비용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반면 KBS는 상황이 다르다. JTBC에 지급한 공동중계권료 140억원을 제외하면 추가 부담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현지 송출을 위한 제작비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JTBC처럼 수천억원 규모의 초기 투자 비용을 떠안고 있는 구조는 아니다. 광고 수익이 사실상 직접 수익으로 이어지는 만큼, 같은 월드컵 중계를 했지만 양사의 손익 계산서는 애초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JTBC는 당초 지상파 3사와 공동중계를 추진했지만 끝내 KBS와만 손을 잡았다. 그러나 첫 경기 시청률 1위는 JTBC가 아닌 KBS 차지였다. JTBC의 월드컵 전략이 첫 경기부터 삐걱댄 셈이다.
이번 월드컵 중계 성적표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최근 JTBC를 둘러싼 경영 환경 때문이다.
JTBC는 지난 12일 206억원 규모 유동화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하며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고, 이후 중앙홀딩스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과 함께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상태다.
물론 JTBC의 디폴트 사태를 단순히 월드컵 중계권 투자 탓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미 그룹 전반에 누적된 부채와 자금 경색 문제가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1900억원에 달하는 월드컵 중계권 확보가 자금 부담을 더욱 키웠을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한국 시간 기준 19일 오전 10시 멕시코, 25일 오전 10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차례로 맞붙는다. 첫 경기에서 KBS가 JTBC를 앞선 가운데, 오는 멕시코전이 두 방송사의 두 번째 시청률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