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가 창사 이후 최대 고비를 맞았다. 유동성 위기로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데 이어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미디어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서며 조기 정상화 의지를 밝혔지만, 시장의 충격과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JTBC는 지난 12일 206억원 규모의 유동화 차입금을 만기에 상환하지 못하면서 디폴트를 선언했다. 광고 시장 침체와 콘텐츠 투자 부담, 자금시장 경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유동성 압박이 현실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태가 확산되자 중앙홀딩스를 비롯해 JTBC,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 등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이와 함께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도 함께 요청하면서 채권자들의 강제집행과 자산 압류 등을 제한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투자업계에서는 중앙그룹 계열사에 투입된 재무적 투자자(FI) 자금의 회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콘텐트리중앙과 SLL중앙 등에 투자한 사모펀드와 전략적 투자자들의 자금 규모를 감안하면 영향권에 놓인 투자금은 최소 수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유동성 위기의 여파는 그룹 내부로도 번지고 있다. 일부 계열사 임직원들의 법인카드 사용이 중단됐다. 금융권과 거래 관계 역시 잇따라 재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적으로는 비용 절감과 현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사태가 확산되자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직접 수습에 나섰다. 홍 부회장은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과 같은 상황을 초래하게 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경영 안정을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해왔지만 대외 경제 환경 악화와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자금시장 경색으로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채권자와 주주를 비롯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피해 회복을 최우선에 두고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된 청산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홍 부회장은 “회생절차는 회사를 정리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법원의 관리 아래 채무를 조정하고 영업을 이어가며 정상화를 추진하는 제도”라며 “기존 경영진이 중심이 돼 회사를 운영할 것이며, 북중미 월드컵 중계를 포함한 주요 사업 역시 차질 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직원들을 향한 메시지도 내놨다. “이번 결정은 미디어·콘텐츠 산업 생태계와 구성원들의 일터를 지켜내기 위한 고심 끝의 선택”이라며 “재무 구조 개선과 경영 안정화를 위해 가용한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방송 당국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현재로서는 유동성 문제로 판단하고 있으며 방송사업 자체에 직접적인 영향이 발생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JTBC는 재승인 대상 사업자인 만큼 재무·기술 분야 평가를 포함해 관련 사안을 면밀하게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국내 미디어·콘텐츠 산업 전반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으로 전통 방송 광고 시장이 위축된 데다,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와 차입 중심의 경영이 이어지면서 수익성 악화가 누적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제작비 상승과 광고 수입 감소가 맞물리면서 방송사와 콘텐츠 제작사를 둘러싼 자금 조달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중앙그룹 사태가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닌 미디어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중앙그룹의 회생절차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사업 정상화가 가능하겠지만, 재무 구조 개선과 수익성 회복 여부가 향후 그룹의 운명을 가를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JTBC의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재무 건전성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번 위기가 단순한 유동성 문제를 넘어 그룹 전체의 신뢰 회복 여부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