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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서 더 뭉클했다…‘다큐3일’과 김영옥 재회가 남긴 울림 [양추리]

양소영
입력 : 
2026-04-08 16:49:51
‘다큐멘터리 3일’ 사진|KBS
‘다큐멘터리 3일’ 사진|KBS

자극적인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다. 강한 설정, 빠른 전개, 극적인 반전이 익숙해진 요즘, 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더 깊은 울림을 전할 때가 있다. 새롭게 돌아온 KBS2 ‘다큐멘터리 3일’과 국민 배우 김영옥의 특별한 재회가 바로 그랬다.

지난 6일 ‘다큐멘터리 3일’이 부활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서울 대학가를 가로지르는 273번 버스의 72시간을 담았다.

하루 평균 3만 명이 오가는 버스 안에는 신학기를 맞은 유치원 교사, 낯선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입사원, 학교 점퍼를 입은 풋풋한 새내기들까지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다양한 얼굴이 담겼다. 거창한 사건은 없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더 가까웠다. 누구나 한 번쯤 지나왔거나 지금 지나고 있는 순간들이 화면에 고스란히 펼쳐졌다.

앞서 조나은 PD는 “시공간을 편집으로 왜곡하지 않고 오리지널리티를 복원하는 데 집중했다”며 통제된 상황이 아닌, 현장에서 마주한 우연한 인연과 날것의 순간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겠다고 했다. 이지원 VJ도 “현장에서 만나는 분들은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라고 말씀하지만,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제작진의 말은 ‘다큐멘터리 3일’의 정체성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고 출근하고 불안을 견디며 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짜 주인공이라는 것.

“초반에는 진짜 아무것도 몰라서 일할 때 맨날 울었다. 이제 좀 지나니까 사회가 이런 거구나 하면서 자란 것 같다. 그래서 남은 20대가 더 기대된다”는 신입사원의 말에는 사회 초년생의 막막함과 성장통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대학 생활을 꿈꾸며 서울에 왔지만, 각종 학교 행사를 놓쳐 속상해하는 신입생의 모습도 씁쓸한 공감을 자아냈다. 그런 그에게 4학년 선배가 먼저 다가가 밥을 사주겠다고 나서는 장면은 그래서 따뜻한 여운을 남겼다.

과거엔 스펙 경쟁이 고민이었다면, 이제는 AI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불안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 진학으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30대 청춘의 사연도 마찬가지다. 그는 “저를 위한 선택이니까 좋은 선택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출근길에 나선 60대 여성이 “하고싶은 일 하면서 마음껏 즐기면서 사세요”라는 말도 울림을 안겼다.

김영옥.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김영옥.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대를 이어 273번 버스를 운전하는 버스 기사의 이야기도 뭉클함을 더했다. 과거 아버지도 ‘다큐멘터리3’일에 짧게 나왔다며 “한 번씩 보면서 아버지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는 말은 단순한 직업 이야기를 넘어 가족과 기억, 그리움의 서사로 번졌다. 매일 달리는 버스 한 대에 누군가의 삶과 세월, 추억이 켜켜이 쌓여 있다는 사실은 평범한 공간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이 감동은 배우 김영옥의 최근 유튜브 영상이 전한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다. 지난 1일 공개된 ‘돌아가신 줄 알았던 은사님과 75년 만에 눈물의 재회’도 그렇다. 김영옥은 과거 자신에게 연극을 권유했던 고등학교 시절 은사의 소식을 우연히 접했고, 이미 세상을 떠난 줄 알았던 선생님이 살아 계시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벅찬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만난 스승과 제자의 모습에는 지나온 인생, 잊고 지낸 기억들을 마주하게 했다. 그 어떤 화려한 연출보다 진한 감동을 전하기 충분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인연, 오래된 기억과 진심의 감동은 담백해서 더 진솔되고 뭉클했다. 도파민에 익숙해진 시대 속 평범한 삶의 온기는 그래서 더 진한 울림을 남겼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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