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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채 “‘아너’ 제안에 도망쳤지만…이나영 때문에 출연” [인터뷰①]

김소연
입력 : 
2026-03-14 08:00:00
배우 정은채가 ‘아너’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프로젝트 호수
배우 정은채가 ‘아너’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프로젝트 호수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해서 부담감에 고민을 오래했던 작품인데 도망다닐수록 가까워져 출연을 결심했어요.”

지난 10일 종영한 ENA 드라마 ‘아너 : 그녀들의 법정’(극본 박가연, 연출 박건호, 이하 ‘아너’)는 거대한 스캔들이 되어 돌아온 과거에 정면 돌파로 맞서는 세 여성 변호사의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극 중 로펌 L&J의 대표 강신재 역을 맡아 열연을 보여줬던 정은채(40)는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정은채는 “촬영 기간이 6개월 좀 넘었고 끝나기 전에 방송이 시작돼서 촬영하면서 첫 방송을 시청하는 등 일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어 정신이 없었다. 방송이 끝나니까 어떻게 보셨는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이제야 난 것 같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저희 드라마가 엔딩이 뒤를 궁금하게 끝내다 보니 방송 끝날 때마다 ‘어떻게 되는 것이냐’ 연락을 많이 받았다. 마지막화까지도 폭풍처럼 몰아치지 않았나. 계속해서 그런 궁금증이 담긴 질문을 받았었다”며 넘치는 관심에 대해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아너’는 첫 방송 3.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ENA 역대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첫 방송 시청률’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화려하게 출발했다. 이후 4.7%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정은채는 “시작부터 좋은 스타트를 끊었었다. 저희가 촬영하던 중 첫방송이 나가다 보니까 반응이 현장에서 느껴지지 않나. 주위 반응도 좋아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작품까지 흥행시키며 ‘작품 타율이 좋다’는 평을 얻기도 했다. 화제성과 시청률을 모두 잡았는데, 본인도 타율이 좋다는 생각을 하냐는 질문에 정은채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그렇다”며 웃었다.

이어 “너무 감사하게도 작품이 사랑받는 게 그 작품에 임한 배우로서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 것 같다”며 “개인의 만족감을 떠나서 긴 시간 동안 제작진과 배우들이 치열하게 현장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 무조건 잘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랬을 때 결과까지 좋으면 그보다 행복한 게 없는 것 같다”고 진심 어린 속내를 전했다.

또한 “결과는 정말 중요하다. 과정 없는 결과도 없고, 결과 없는 과정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 결과는 하늘의 소관이라 내려놔야 할 부분도 있지만, 시청자분들이 잘 받아들여 주셔서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정은채는 “시나리오를 제의받고 오래 고민했다. 가장 고민을 길게 한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재미를 떠나서 무겁고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며 “도망을 다녔었는데, 도망을 다닐수록 가까워진다는 게 느껴지면서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은채가 느낀 ‘책임감’은 어떤 걸까. 그는 “각자의 캐릭터에 있어서 책임감도 있고 드라마의 방향성이나 주어지는 메시지에 대한 책임감이었던 것 같다”면서 “강신재는 로펌의 대표이자, 꾸려나가야 하는 대장 같은 캐릭터 아니냐. 감정적이거나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이성적이고 철두철미해야 한다. 중심을 잘 잡아야 했고, 의뢰인들에 대한, 이후의 삶에 대한 것에 대해서도 직업에 대한 윤리 의식도 있을 것 같다. 그 두 가지가 끝까지 공존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러 고민 속에서 출연에 대한 결심을 굳힌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호흡을 맞춘 ‘이나영’의 존재 때문이었다.

“나영 언니가 제일 먼저 캐스팅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제가 쑥스러워서 표현을 잘 못했지만, 언니의 오랜 팬이었기 때문에 작품 선택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쳤어요. ‘아너’가 아니면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제 또래라면 다 좋아하고, 기억하실 텐데, 제 인생 드라마가 ‘네 멋대로 해라’입니다. 저의 인생 캐릭터이자 추구미였어요. 어릴 때 친구들한테 함께 한다고 자랑하기도 했어요.”

정은채는 또 “나영 언니가 제주도에서 공수해 온 브로콜리를 보내주셨다. 너무 양이 많아서 주위에 나눠줬고, 모두가 행복해졌다”며 “신비로운 분위기인데, 실제로 만나보니 동네 형 같은 분이었다. 격의 없이 친근하게 다가가 편안하게 해주더라. 너무 좋았다”고 ‘성덕’(성공한 덕후)의 면모를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어 “현장에서 배우로 만나니 사실 좀 설레고 신기하기도 했다. 20년 지기 친구 역이니까 어려움 없이 편안하게 대해야 했는데, 편하게 천천히 무리하지 않고 잘 흡수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있었다. 실제로 만났을 때 오히려 더 편하다 느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은채는 이나영, 이청아와 케미를 언급하며 “언니들이 귀여워해 줘서 좋았다”고 즐거운 마음을 내비쳤다. 사진|프로젝트 호수
정은채는 이나영, 이청아와 케미를 언급하며 “언니들이 귀여워해 줘서 좋았다”고 즐거운 마음을 내비쳤다. 사진|프로젝트 호수

정은채는 실제로는 L&J 3인방 중 막내지만 극 중에서는 리더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그는 “촬영할 때는 제가 좀 이래라저래라 지시를 많이 했었다. 처음엔 쑥스러웠는데 그런 부분들이 점점 몸에 익어서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다. 먼저 단톡방 초대도 하고 언니들이 좋아하고 귀여워해 줘서 좋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작품을 하면 단톡방은 거의 다 있기는 하다. 공유해야 할 지점도 있고 친목 모임 같이 좀 더 가까워지자는 취지다”라면서도 “드라마 시작되고는 한 달 넘게 만나지 못했다. 촬영 시작 후 만나지 못한 기간이 있어서 단톡방에서 촬영 잘하고 있는지 등을 공유하고 나누면서 더 가까워졌다”고 세 사람의 우정을 언급했다.

‘아너’는 세 여성의 워맨스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는 “‘뜨거운 우정이 이 정도인가’ 싶을 정도로 감동적이고 놀라웠다. 연기하며 끈끈함을 더 느꼈다. 실제로 제게도 오랜 친구들, 같이 일하는 친구가 그런 존재인 것 같다”면서 “‘강신재만큼 그 친구들을 위해 인생을 던질 수 있을까?’ 싶지만 그런 뜨거운 마음을 나눈 우정이 있어서 세 사람의 관계와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3인방의 포옹 신’을 꼽았다. 그는 “라영이가 궁지에 몰려 자기 상처를 꺼내고 돌아왔을 때 저희 셋이 안아주는 신을 찍을 때 뭉클했다. 20년간 하고 싶었을 그 순간의 해소감과 안도감을 깊게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어 “마지막쯤 경복궁 돌담길에서 셋이 웃으며 돌아가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초반부 이외에는 밝게 웃는 신이 없었기에, 그 그림을 보며 ‘내가 이 장면을 오래 기다렸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세 사람은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정은채는 “3월 말에 동네 호프집에서 언니들과 만날 것 같다”면서 “제가 지금 촬영 중이라 다 같이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았는데, 저를 빼더라도 만나라고 했는데도 감사하게 저를 배려해줘서 제가 나갈 수 있는 날로 정해졌다”고 자랑하며 끈끈한 의리를 과시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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