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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억 포기’의 타이밍…민희진이 던진 승부수 [연예기자24시]

한현정
입력 : 
2026-02-25 18:02:36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사진 I 강영국 기자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사진 I 강영국 기자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1심 승소 후 다시 언론 앞에 섰다. 무려 4번째 기자회견이다.

25일 그녀는 불과 하루 전 긴급 공지를 통해 모여든 취재진 앞에서 “256억원 상당의 풋옵션을 포기하겠다”며 “모든 민형사상 소송을 종결하자”는 제안을 던졌다.

조건은 뉴진스 다섯 명이 다시 함께 무대에 설 수 있게 해달라는 것. 숫자는 강력했다. ‘256억 포기’라는 문장은 그 자체로 도덕적 우위를 형성한다. 거액보다 가치를 택했다는 서사는 단번에 헤드라인이 됐다.

그러나 이번 장면을 해석하려면, 1심 판결의 성격부터 정확히 짚어야 한다.

재판부는 민희진이 어도어의 독립을 모색한 정황은 인정했다. 다만 그것이 주주 간 계약의 ‘중대한 위반’으로 단정되기에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의도가 없었다’는 선언과는 결이 다르다. 법적으로 중대한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 가깝다.

법원의 판단은 어디까지나 요건과 증명의 충족 여부를 가리는 절차다. 도덕적 완전무결을 확인하는 과정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1심 결과를 ‘완전한 승리’로 일반화하는 해석에는 일정 부분 과장이 섞였다는 시각이 업계 안팎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법적 판단과 도덕적 평가를 동일선상에 놓는 데에는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사진 I 스타투데이DB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사진 I 스타투데이DB

무엇보다 이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하이브는 항소했다. 항소심, 대법원까지 이어질 경우 수년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그 시간 동안 여론은 피로해지고, 뉴진스의 활동 공백은 길어지며, 산업은 갈등에 잠식된다. 개인 대 기업의 장기전은 상징적으로는 극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소모적이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명분은 닳고, 분쟁은 정치화된다. 그리고 그 비용은 당사자 모두에게 돌아간다.

그 지점에서 등장한 카드가 ‘256억 포기’다.

돈을 내려놓겠다는 선언은 강력하다. 동시에 계산된 카드이기도 하다. ‘나는 이미 이겼지만 더 싸우지 않겠다’는 프레임은 도덕적 주도권을 선점하는 방식이다. 이 제안을 거부하는 쪽은 자연스럽게 부담을 안게 된다.

그래서 타이밍이 눈에 띈다. 항소가 시작된 시점, 법적 확정 이전, 여론의 피로가 본격화되기 전, 가장 아름답게 해석될 수 있는 순간에 던진 제안으로 보인다.

첫 기자회견과 이번 기자회견의 온도 차 역시 의미심장하다. 처음은 그야말로 날것이었다. 즉흥적 발언과 질의응답, 통제되지 않은 현장이 만들어낸 에너지가 대중의 지지를 끌어냈다. 거대 기업에 맞서는 개인의 서사라는 구도도 힘을 보탰다.

이번 회견은 달랐다. 준비된 원고를 읽고, 질문은 받지 않았으며, 5분 만에 종료됐다. 감정 대신 문장, 우발성 대신 설계. 이는 분명 전략의 언어에 가깝다. 불리할 수 있는 질문은 원천 차단됐고, 메시지는 한 방향으로만 전달됐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사진 I 스타투데이DB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사진 I 스타투데이DB

물론 진심을 부정할 수는 없다. 뉴진스를 향한 애정 역시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진심과 전략은 공존할 수 있다. 산업은 감정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특히 수백억이 오가는 분쟁에서는 더 그렇다. 이번 제안은 갈등을 끝내기 위한 손 내밀기일 수도 있고, 장기전에 앞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한 수일 수도 있다. 둘 중 무엇인지, 혹은 둘 다인지는 시간이 드러낼 것이다.

다만 분명한 건 대중의 태도가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의 열광은 예측 불가한 장면에 대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장면이 반복될수록 감탄은 줄어든다. 이제 대중은 서사가 아니라 결과를 본다. 256억이라는 숫자는 강렬했지만, 산업은 상징이 아니라 지속성으로 평가된다.

이번 선택이 분쟁의 출구가 될지, 또 하나의 장면으로 남을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이 장면이 치밀하게 계산된 무대 위에서 연출됐다는 인상만은 분명하다.

겉으로 보기에 이번 제안은 단순하다. 더 이상의 소모를 멈추고, K팝과 아티스트를 위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자는 선언처럼 읽힌다. 그러나 갈등을 정리하는 방식은 언제나 ‘공정성’의 문제를 남긴다.

이번 분쟁 과정에서 하이브 역시 적지 않은 손실을 입었다. 아티스트 케어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고, 타 그룹을 둘러싼 표절 공방은 프로듀싱 전반의 브랜드 가치에 균열을 남겼다. 시장에서의 평판 리스크도 감수해야 했다. 반면 민희진은 1심 판결과 함께 창작자로서의 상징성을 더욱 공고히 했고, 독립 법인을 설립하며 새로운 행보를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제시된 ‘256억 포기’는 도덕적으로는 쿨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산업 구조 안에서 보면 이는 갈등 이전의 상태로 복귀하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모든 소송을 정리하고, 뉴진스는 다시 기존 체제 안에서 완전체로 활동하는 그림이다.

그 선택이 누구에게 가장 유리한지에 대해서는 각자의 해석이 가능하다. 갈등을 끝내는 방식이 모두에게 같은 무게로 공평했는지, 비용과 책임이 균형 있게 분배됐는지에 대한 질문은 남는다. 256억이라는 숫자는 상징적이지만, 이번 사안의 본질은 결국 구조와 권력, 그리고 책임의 문제에 가깝다.

이제 공은 하이브로 넘어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뉴진스의 선택이 중요해졌다. 이번 제안에 대한 하이브의 판단과, 당사자인 멤버들의 입장이 향후 국면을 가를 변수다. 결국 이 승부수의 진짜 가치는 상대의 선택으로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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