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를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프로골퍼 안성현 씨(44)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선고된 징역형이 2심에서 뒤집힌 것.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유동균)는 2일 특정 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배임수재 혐의를 받는 안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안 씨는 1심에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안 씨와 공모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상준 전 빗썸홀딩스 대표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추징금 1152만5000원이 선고됐다. 코인 상장을 청탁한 사업가 강종현 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 모두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형이 감형됐다. 코인 발행업체 관계자 송 모 씨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강 씨가 코인 상장 청탁 대가로 안 씨에게 50억 원 또는 30억 원을 건넸다는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상장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액이 선지급됐다는 주장은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안 씨가 배임수재로 30억 원을 수수했다는 공소사실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안 씨가 강 씨를 속여 20억 원을 가로챘다는 혐의에 관해서도 “이 사건 공소사실은 안 씨와 이 전 대표 사이에 강 씨로부터 20억 원 상장 청탁금을 받기로 했다는 합의를 전제로 하면서 안 씨가 강 씨를 상대로 사기를 저질렀다는 양립 불가능한 내용을 함께 기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은 이 부분에서 MC몽 진술에 많은 신빙성을 부여했으나, 반대신문에서 불리한 내용이 나오면 답변을 얼버무려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며 “이런 사정들은 강 씨를 대신해 20억 원을 빅플래닛에 투자했다는 안 씨의 변명에 더 설득력이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안 씨가 코인 상장 청탁 과정에서 단순 전달자 역할에 그쳤을 가능성이 크다며, 배임수재의 주체인 이 전 대표와 공범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전 대표에 대해서는 실제 수수 이익이 감소했고, 가장 고가의 파텍필립 시계를 수사 착수 이전에 반환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강 씨 역시 인정된 금액이 대폭 줄어들면서 형이 감형됐다.
검찰에 따르면 안 씨와 이 전 대표는 2021년 9~11월 강 씨로부터 A코인을 빗썸에 상장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수십억 원과 고가의 명품 시계, 고급 레스토랑 멤버십 카드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왔다. 이 전 대표는 별도로 명품 가방과 고급 의류 등 수천만 원 상당의 물품을 받은 혐의도 적용됐다.
이들은 2023년 9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2024년 12월 1심 선고에서 송 씨를 제외한 피고인 3명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후 항소심 과정에서 보석이 인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한편 안 씨는 건국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2005년 프로골퍼로 데뷔했으며, 2014~2018년 대한민국 골프 국가대표팀 상비군 코치를 지냈다. 2017년에는 걸그룹 핑클 출신 배우 성유리와 결혼해 쌍둥이 딸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