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개소리’ 제작사 이영숙 대표가 고(故) 이순재를 추모했다.
KBS 수목드라마 ‘개소리’ 제작사 아이엠티비 이영숙 대표는 25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에 “선생님 몸이 안 좋으셔서 시상식 이후에 못 뵙고, 김용건 선생님을 통해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개소리’는 처음부터 이순재 선생님을 주연 배우를 생각하면서 시작한 작품이다. 작품의 다양성 측면과 재미를 생각했고, 원로 배우들이 함께했으면 해서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적으로 그분을 생각하면 굉장히 매 순간 열심히 사셨다. 남들에게 엄격한 만큼 자기 자신에게도 엄격했다. 한순간도 놓치지 않았고, 마땅히 배우는 이래야 한다는 측면에서 엄격한 어른이었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굉장한 애국자시기도 했다. 공동체의 방향에 대해 항상 문제 제기했고, 나이 든 사람이 어떻게 젊은 사람들을 포용해야 하는지 생각했다. 한 세대의 맥을 짚고 소천하신 어른”이라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개소리’를 할 때 거제 야외 촬영부터 스튜디오 촬영까지 분량이 많았다. 처음하고 매일이 달랐지만, 거제까지 내려오는 상황에서도 한 번도 투정이나 불평 않으셨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야외 촬영 끝내고 스튜디오 촬영 전 공백기에 한쪽 눈이 안 보이셔서 수술을 받으셔야 했다. 저희는 촬영 스케줄을 조정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 PD에게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 민폐를 끼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커다란 도화지에 한 글자 한 글자 적으셨고, 촬영 끝날 때까지 그걸 다 외워서 했다. 눈이 잘 안 보이는 상황에서도 그 많은 대사를 외워서 소화하셨다”고 고인의 연기 열정을 언급했다.
아울러 “당신 스스로 현장에서 죽겠다고 하셨고, 마지막까지 현장에 있기를 원하신 분”이라며 “‘개소리’를 하면서 한번도 대상을 타신 적 없다는 걸 알았다. 항상 특별상 공로상을 받았다가 처음으로 연기대상을 받은 거다. 나이가 들며 주연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대하 사극을 하고 싶어 하셨는데, 왜 이렇게 안 만드냐 아쉬워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유족에 따르면 이순재는 이날 새벽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
고 이순재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한 뒤 드라마 ‘동의보감’, ‘보고 또 보고’, ‘삼김시대’, ‘목욕탕집 남자들’, ‘야인시대’, ‘토지’, ‘사모곡’, ‘허준’, ‘상도’, ‘이산’,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뚫고 하이킥’, ‘개소리’ 등과 연극 ‘장수상회’, ‘앙리할아버지와 나’, ‘리어왕’, ‘고도를 기다미려를 기다리며’ 등에 14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지난해 방송된 ‘개소리’는 활약 만점 시니어들과 경찰견 출신 소피가 그리는 유쾌하고 발칙한 노년 성장기를 담은 시츄에이션 코미디 드라마로, 이순재가 주연을 맡아 연기 투혼을 펼쳤다.
고인은 이 작품으로 지난 1월 열린 ‘2024 KBS 연기대상’에서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가 됐다.
당시 고인은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며 오늘 이 아름다운 상, 귀한 상을 받게 됐다”며 “시청자 여러분께 평생 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혀 울림을 전한 바 있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