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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유퀴즈’?”…오요안나, 괴롭힘 정황 담긴 녹취록 공개

김소연
입력 : 
2025-09-18 15:52:39
오요안나. 사진| 오요안나 SNS
오요안나. 사진| 오요안나 SNS

MBC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씨 1주기를 맞아 유족이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며 MBC 측의 대응에 강한 분노를 표했다.

16일 유튜브 채널 BBC News 코리아는 ‘고 오요안나 1주기: 프리랜서 기상캐스터의 현실, 무엇이 달라졌나’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오요안나가 생전에 겪은 직장 내 어려움과 고충이 담긴 녹취 내용 일부가 포함됐다.

영상에는 고인의 어머니 장연미 씨가 MBC 사옥 앞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장씨는 “딸을 잃은 지 1년이 지났지만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다”고 호소했다.

또 유족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선배들이 고인에게 “너가 그렇게 잘났냐?”, “내가 네 아랫사람이야?”, “안나야 너 왜 이렇게 잘났어, 너 뭐야?”, “선배가 네 친구냐고”, “너 나랑 지금 전화로 말싸움 할래? 너 나한테 죄송했어?” 등 몰아붙이는 음성이 담겼다.

고인은 어머니와 통화를 통해 “내가 그렇게 최악이냐고, 주변에 너무 건방지게 한다고 한다.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린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장씨는 “결정타는 ‘유퀴즈’(‘유 위즈 온 더 블럭’) 출연이었다”며 오요안나가 선배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선배는 “근데 너 ‘유퀴즈’는 갑자기 어떻게 나간 거야? 말도 없이”, “너 ‘유퀴즈’ 나가서 말실수 했니? 내가 어제 뭔 내용 방송 하냐고 할 땐 암말 없었잖아”, “쉴드 불가다 안나야. 왜 그래 진짜 대표로 나가서”라며 다그쳤다.

이런 가운데 지난 15일, MBC 기상캐스터 금채림, 이현승, 김가영 등은 검은 의상을 입고 예보를 진행하며 고인의 1주기를 추모했다.

이에 고인의 친오빠 오상민 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장례식에 오지도 않았으면서 무슨 추모를 하냐”고 분노했다.

고인은 지난해 9월 15일 2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오요안나의 비보는 사망 3개월 뒤인 지난해 12월에서야 알려졌다. 이후 생전 사용하던 휴대전화에서 유서가 나오면서 사망 전 고인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고인의 유족은 지난해 12월 동료 기상캐스터 A씨를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의혹이 제기되자 MBC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착수했으며, 서울 마포경찰서도 진정을 접수했다. 고용노동부도 특별근로감독팀을 구성해 조사를 진행했다.

노동부는 지난 5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단순한 지도나 조언을 넘어 사회통념상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발언이 반복됐다”며 고인에 대한 괴롭힘을 인정했다. 그러나 고인을 MBC 소속 노동자로 볼 수 없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 적용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후 MBC는 A씨와 계약 해지를 결정했으나, 가담 의혹이 제기된 나머지 3명과는 재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MBC가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하고 기상 기후 전문가 제도를 도입해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계획을 밝히자, 오요안나 유족 측은 기상 기후 전문가 도입에 대해 “MBC의 발표는 고 오요안나의 노동자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고인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 오요안나 어머니가 기상캐스터 정규직화를 위해 단식했는데, 그 결과가 고인의 동료들을 MBC에서 잘리게 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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