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오프? 막연하지만 언젠가 기회된다면”

황동혁 감독(54)이 ‘오징어게임’의 미국판과 스핀오프 가능성에 대해 밝혔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는 자신만의 목적을 품고 다시 참가한 게임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만 기훈(이정재)과 정체를 숨긴 채 게임에 숨어들었던 프론트맨(이병헌), 그리고 그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담았다.
2011년 영화 ‘도가니’로 주목을 받은 황 감독은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 연출작마다 높은 완성도를 인정 받았다. 첫 드라마 연출작이자 첫 OTT 도전작인 ‘오징어 게임’을 통해 글로벌 스타 감독으로 발돋음했다.
2021년 첫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1은 넷플릭스 영어권과 비영어권 TV 시리즈를 통틀어 역대 최다 시청 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다. 2022년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인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연출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여우게스트상 등 6개 부문 수상을 휩쓸었다.
이후 공개된 시즌2 역시 첫 주 만에 시청 순위 1위에 올랐고, 누적 시청 기준으로 ‘오징어 게임1’과 ‘웬즈데이’에 이어 넷플릭스 TV쇼 부문 역대 3위를 차지했다.
황동혁 감독은 이정재에 대해 “성기훈은 ‘오징어 게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보통 사람, 약자를 상징한다. 한없이 바보같고 루저같고 한심한 모습에서 자기 안의 양심, 인간애를 발현하고 이 게임의 의미를 깨닫고 변해가서 그 변한 모습으로 등장해서 완주한다. 그걸 열정적으로 표현해 줬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2, 시즌3를 1년 내내 찍었는데 그 기간 내내 채소를 먹으며 다이어트를 했다. 뒤로 갈수록 퀭해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모습을 보며 존경심이 들고 그런 열정에 감사했다. 그래서 늘 밥도 따로 드시고 세상에 고립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헌신적으로 작품에 임해줘서 감사하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인물이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기억에 남는 순간도 기훈의 마지막을 촬영한 날을 꼽았다.
그는 “매순간 기억에 남는다”면서도 “기훈이 떨어지는 날 촬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제가 봤던 모든 기훈의 표정 중에서 마지막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 ‘우린 말이 아니야, 사람’이라는 말을 한 게 기억 난다. 배우도 1년 넘게 얼굴을 만들어가면서 몰입하는데 최선을 다해줬다. 그때 이게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성기훈이란 사람의 여정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고, ‘오징어게임’이 더 나올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말미에는 할리우드 스타 케이트 블란쳇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이에 ‘오징어게임’의 미국판 제작 가능성이 제기된 것.
황동혁 감독은 “이전에도 성기훈이 미국에 살아서 갔을 때 또 다른 리쿠르트는 보는 엔딩을 생각했다. 그런데 성기훈이 죽음으로서 이 엔딩을 만들었을 때, 한 사람의 노력으로 한국의 게임은 종료됐지만, 이 시스템은 공고하게 퍼져서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의미로 생각하고 만들었다. 미국판을 연결시켜주려고 만든 건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외신을 통해 영화 ‘파이트 클럽’ ‘세븐’ ‘나를 찾아줘’ 등을 연출한 데이빗 핀처 감독이 ‘오징어 게임’ 미국판 연출을 맡는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넷플릭스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다.
황동혁 감독은 미국판 제작에 대해 “저도 다 봤는데, 어디까지 사실인지 모르겠다. 공식적으로 들은 건 없다”면서도 “데이빗 핀처 팬이라서 진짜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 진짜 만든다면 보고 싶다. 만약 제게도 요청이 들어온다면 진지하게 생각해볼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스핀오프에 대해 “이 이야기에서 하고 싶은 메시지는 다 전달했다. 그렇다면 다른 톤의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최 이사(전석호)가 박 선장 집을 뒤지는데 딱지남과 함께 찍은 낚시 사진도 있고, 자세히 보시면 프론트맨과 찍은 사진도 있다. 이 사진이 언제 찍었을지, 무슨 사이일까. 이 사람들의 3년 사이 이야기를 해보면 재밌겠다 싶었다. 스핀오프를 한다면 메시지를 내려놓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근데 너무 막연한 생각이고 언젠가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끝으로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게임’으로 얻은 영광과 의미에 대해 “스스로를 우쭐하게도 만들었고 겸손하게도 만든 작품”이라고 돌아왔다.
그는 “이 작품을 하면서 비판받을 땐 좌절하고 칭찬받을 때 희열도 맛봤다가 생각지도 못하던 에미상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엄청난 부담감에 시달리기도 했고, 이 작품의 메시지를 고민하면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다. 저 자신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본 것 같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아야할지 스스로에 대한 성찰을 많이 하게 됐다. 작품의 영광보다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