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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진즉 DJ 할 걸”…서울아산병원 떠난 정희원 교수, 인생 2막

김소연
입력 : 
2025-07-01 09:53:22
정희원 교수가 서울아산병원을 떠나 라디오 DJ에 도전한다. 사진| MBC
정희원 교수가 서울아산병원을 떠나 라디오 DJ에 도전한다. 사진| MBC

‘저속노화’ 열풍의 주역,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가 진료실을 떠나 라디오에서 인생 2막을 연다.

7월 1일부터 MBC 표준 FM ‘정희원의 라디오 쉼표’(평일 오전 11시 5분)를 통해 DJ로 나선 정희원 교수를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가 만났다.

SNS를 시작으로 요즘 국내에서 가장 핫한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게 ‘저속노화’다. 신애라, 이현이, 이승연 등 연예인들도 방송이나 유튜브를 통해 저속노화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신애라는 신선하고 건강한 재료 위주의 식단을 꾸리며 일정 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등의 라이프 스타일을 직접 보여주며 이목을 집중 시킨 바 있다.

이런 ‘저속노화’를 국내에 퍼트린 주인공이 바로 정희원 교수다. 지난 2023년께부터 미디어를 통해 저속노화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널리 알리면서 가속화되는 고령화 속에서 ‘욜로’ 대신 ‘저속노화’라는 용어를 대중화시켰다.

정 교수는 지난달 30일 국내 최고의 병원으로 불리는 서울아산병원에서 퇴사했다. 퇴사 소식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정계 진출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정 교수가 선택한 곳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라디오 DJ 데뷔다.

“지난 3월, 사직서를 내기도 전 MBC에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사직을 생각하고 있던 즈음이었는데요. 라디오로 건강에 대한 이야길 해보자고 해서 수락했습니다. 어릴 때 부터 라디오를 좋아하고 음향에 관심도 많아서 제 장래희망이 라디오 DJ였던 적도 있었거든요. 보다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할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미 의사로 성공적인 가도를 달리고 있던 정 교수가 사직을 결정했던 이유는 뭘까. 병원을 나온다는 결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는 “진료실에서는 물리적인 제약이 있더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제가 외래 진료를 보면, 오전 진료에만 5~60명을 봅니다. 그 중 신규 환자를 7명 볼 때도 있고요. 결국 어쩔 수 없이 물리적인 제약 때문에 3분 진료를 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제가 배운대로 올바른 진료를 하려면 사실 환자 한 명당 10분은 봐야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대학병원 의사도, 개원의도 3분 이상을 쓰면 그 어떤 경우에도 예외 없이 무조건 적자에요. 사람 값, 전문의 지식에 대한 값을 안쳐주는 나라입니다. 무조건 기계로 검사를 해야만 적자를 면할 수 있는 구조고요. 환자에게 꼭 교육해야하는 이야기는 3분 안에 할 수 없어요. 그런 문제들 때문에 ‘대국민 교육’을 위해 나온 겁니다.”

정 교수는 “제가 지난 몇 년간 진료를 보면서 서울아산병원에 끼친 적자가 몇십억원즈음 될거다. 그간 진심으로 고마웠다. 좋은 병원이다. 병원에 불만이 있어서 나온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정희원 교수는 외래 진료에서는 하지 못했던 ‘건강 교육’을 라디오를 통해 할 예정이다. 사진| MBC
정희원 교수는 외래 진료에서는 하지 못했던 ‘건강 교육’을 라디오를 통해 할 예정이다. 사진| MBC

정희원 교수는 이미 SNS와 유튜브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지만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라디오를 선택했다. 청취자들의 연령대가 높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었단다.

정교수는 “유튜브에는 20~30대가 주로 들어온다. 50~60대는 잘 들어오지 않더라. 그런데 그 연령대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싶어 더욱 큰 확성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NS가) 수만명 단위의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던 창구라면, 라디오는 수백만 명에 다가갈 수 있는 스피커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향력 측면에서만 비교한다면, 라디오보단 TV 방송이 더 메리트가 있을 터다. 라디오에 비해 TV 방송은 더욱 많은 사람들이 시청한다. 그러나 정 교수는 라디오의 ‘자유도’에 주목했다.

“TV는 쇼닥터도 많고, 협찬 등 상업적인 요소가 강합니다. 아무래도 제작비가 많이 들테니 상업화 될 수 밖에 없는 면도 많을테죠. 극적인 요소를 보여주기 위해 환자의 사례를 단기간에 변화시키는 방식이 선호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내과 의사는 그런 짧은 시간에 환자의 건강을 극적으로 개선시키기 어려워요. 한계가 많이 느껴지더라고요. 하지만 라디오는 송출 시간만 지키면, 그 안에서 제가 움직일 수 있는 폭이 넓어요. 의학적 근거와 가이드라인에 입각해 하고픈 이야길 마음껏 할 수 있겠더라고요. 건강과 관련해 올바른 정보 전달을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겠습니다.”

매일 방송되는 라디오는 방송이 주 업인 연예인들에게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정 교수도 유튜브를 직접 운영하고 과거 방송 출연 경험도 있지만, DJ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 교수는 “생방송도 있지만 녹음 방송도 있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내가 주도적으로 건강 정보를 전달해야 하니 투자와 헌신이 필요하긴 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에게 라디오는 새로운 ‘본업’으로 대체되는 느낌이란다.

“라디오가 ‘라디오 진료실’이라는 느낌이에요. 외래 환자들을 볼 때 쓰는 시간과 비슷한 시간을 쓰게 되더라고요. 작가님 도움을 받아서 이야기할 내용을 정리하고, 그걸 바탕으로 방송을 진행합니다. 그간 출간한 책이나 칼럼에 기반해 만들고 있고요, 두 번 녹음을 했는데 자연스럽게 진행이 되더라고요. 진즉 DJ를 할 걸. 후회했습니다. 하하.”(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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