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의 어머니가 MBC와 정부에 요구안을 발표했다.
1일 고인의 어머니 장연미 씨는 방송 비정규직 노동단체 ‘엔딩크레딧’, 직장갑질119와 함께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MBC와 정부를 상대로 유가족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들의 요구안은 ▲안형준 MBC 사장이 고인이 노동자임을 인정할 것, ▲고인 사망에 대한 책임고 재발 방지 약속을 담은 사과를 유족, 조직 구성원, 시민사회에 할 것, ▲고인의 명예 회복을 위해 유족에게 명예사원증을 수여하는 등 적절한 보상을 할 것과 사내 추모 공간 마련, ▲가내 비정규직 프리랜서 실태 전수조사,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에서 지적된 사항 시정,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만 보고된 MBC 진상조사 결과의 공개 등이다.
정부에 대해서는 ▲방송사의 ‘무늬만 프리랜서’ 문제 해결 지시, ▲특별근로감독 결과가 담긴 내사 보고서 공개, ▲추가 방송사 근로감독, ▲결방 프로그램 임금 미지급 관행 단속 강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서 삭제된 ‘비정규직 처우개선 방안 마련’ 조건 재반영, ▲노동부의 근로자성 판단 기준 재점검, ▲전문가 참여를 통한 가이드라인 정비 등을 촉구했다.

장연미 씨는 “우리 딸이 죽은 지 벌써 두 달하고 보름만 있으면 1주기”라며 “MBC는 여전히 우리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노동부의 판단에 편승해 법적 책임이 없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요안나 없는 세상을 단 한 번도 꿈꿔본 적 없다. 지금도 하루하루 고통스럽고 밥알을 못 넘기는데, 요안나를 위해 투쟁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삼키고 본다”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통령은 소수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말했다. 꼭 들어달라. 사람이 죽었는데 이렇게 모른 척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모든 진실이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 노동부와 MBC의 진상조사 결과를 아직까지 받아보지 못한 것을 언급하며 “내용을 정확하게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요안나 죽음에 대해 무엇을 가리고 숨기고 싶은 건가”라고 애끓는 마음을 덧붙이기도 했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변호사)는 “MBC가 오 캐스터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고통을 무시한 이유는 오 캐스터를 직원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법 밖에 놓여 있는 프리랜서로 취급되는 노동자들이 괴롭힘에 훨씬 취약하다. 이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노동부와 방통위 등에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와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을 계속 요구했으나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을 지적하며 “MBC뿐만 아니라 정부도 오요안나님의 죽음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유가족 등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국정기획위원회 사회1분과 이용우 의원을 만나 요구안을 전달한 뒤 30분 가량 면담을 가졌다.
MBC 기상캐스터로 활약하던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났다. 이 소식은 지난해 12월 뒤늦게 알려졌다. 이후 지난 1월 고인의 휴대전화에서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와 더불어 녹취, 메시지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담긴 증거들이 발견돼 논란이 불거졌다.
고인의 유족은 동료 기상캐스터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8부(부장판사 김도균)는 오는 7월 22일 오후 2시 10분 해당 사건의 변론 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