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순이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눈물을 보였다.
8일 오후 방송된 MBN ‘김주하의 데이앤나잇’에는 원로 희극인 김정렬과 황기순이 출연해 본인의 인생 스토리를 가감 없이 털어놨다.
이날 방송에서 김정렬은 유행어 ‘숭구리당당’을 고(故)전유성의 장례식장에서 했다면서 “전유성 형님이 작년에 돌아가셨는데 사회를 김학래 형님이 보셨다. 진지한 분위기에서 김종석 형님이 있다. 그분이 ‘전유성 씨가 살아생전에 좋아했던 김정렬 씨가 와 있는데 숭구리당당을 해보시면 어떻겠냐’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이어 “이 분위기에서 숭구리당당을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더라. 나가서 생각했다. 인생은 생로병사다. 태어났을 때 기뻐하지 않냐. 병들어서 늙어서 돌아가시는 게 순서인데 꼭 슬퍼해야한 하느냐. 돌아가시는 것도 운명이니까 기뻐하는 마음으로 보내드리자는 마음으로 춤을 췄다”고 덧붙였다.
자료 화면에서는 전유성의 장례식장에서 숭구리당당 춤을 추는 김정렬의 모습이 담겼고, 문세윤은 “진심이 느껴져서 많은 분이 감동을 느끼셨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황기순은 본인의 유행어 ‘척 보면 압니다’가 앙숙인 PD 때문에 만들어졌다면서 “방송국에 가면 PD가 나한테 온갖 스트레스를 다 푸는 것 같더라. ‘너 그만두고 대전 내려가라’ 계속 했다. 어느 날 콩트에서 내가 점쟁이 역할인데 ‘척 보면 압니다’ 이건 재밌게 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밤을 새워 고민했다. 입술 더 올리라고 해서 올리고, 입술 떨어보라고 해서 떨었다. 전 아무생각 없이 했는데 방송 딱 한 번 나가고 시끄러워졌다”며 바로 유행어가 대박 났다고 말했다.
MBC 공채 1기 김정렬은 쟁쟁한 동기들이 부러웠다면서 “최양락, 이경규, 엄영수, 김보화 저분들은 아이디어가 좋다. 1기생들이 상당히 많이 살아남았다. 14명 중 7명이 지금도 활동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경규와 갑자기 사이가 안 좋아졌다면서 “사이가 나빠졌다기보다는 이경규 씨가 그때 영화를 찍었다. 돈이 달려서 그런지 제가 그때 건물이 있었다. 보증을 서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지인한테 상담받았는데 장인, 장모가 팔아먹었다고 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회상했다.
이를 듣던 황기순은 “정렬이 형이 나한테 이 사실을 말하더라. 당시에 차량 구매 시 보증인이 필요했다. 반년 후 제가 차량 보증 서달라고 했는데 장인·장모님이 건물을 팔았다고 하더라. ‘경규 형한테 써 먹은 거 아니냐’고 했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황기순은 해외 원정도박과 도피에 대해서 털어놨다. 그는 도박에 어떻게 빠지게 됐냐는 질문에 “어떻게 패가망신하냐고 하는 사람 중에 제 전철을 밟은 사람들이 많다. 일은 등한시하고 도박에 매달린다. 그러면 돈을 잃으니까 본전을 찾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주하가 “필리핀에서 불법체류를 2년 했다. 한국 입국하면 바로 경찰서에 들어오니까 못 들어온 건데, 어디서 지내셨냐”고 물었다. 이에 황기순은 “사람들이 무서워서 은둔 생활했다. 일이 터지고 나서는 배고픈 게 제일 고통스럽더라. 패스트푸드점 건너편에서 햄버거 먹는 모습만 바라봤다. 남의 집에서 신세 지면서 생활했다. 제일 두려운 게 한국 교민들이었다. 집 밖 출입을 1년 가까이 안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축구를 시작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는데 날 잘 모르더라. 수염도 길고 하니까. 지인에게 부탁해서 가명을 썼다. 어느날 축구장에 가니까 20대 초반 대학생들이 모여 있더라. 눈치 보면서 운동하면 10명이 나를 보고 있다가 내가 쳐다보면 딴짓하더라. 천운이라고 생각하는 게 그 유학생 중 한 명이 명절에 친척들을 만난 거다. 친척 어른 중 한명이 프로그램의 책임프로듀서(CP)인 거였다”고 했다.
이어 “학생이 필리핀에서 황기순을 봤다고 하니까 시사 프로그램을 담당하던 친척 어른이 찾으라고 한 거다. 제작진이 나도 모르게 온 거다. 축구를 하고 수돗가에 갔는데 ‘황기순 씨! 저 몰라요? 전에 만났잖아요’ 하는데 핀 마이크가 보이더라. 내 추한 모습이 다 찍혔구나 싶더라. 거기서 도망가면 비참한 모습이 그대로 나가니까 변명이라고 해야겠다 싶어서 3일 인터뷰 하고 방송 나간 후에 그나마 좋은 방향으로 보도가 돼서 불쌍한 놈으로 비친 거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황기순은 어떻게 귀국하게 됐냐는 물음에 “제일 힘든 건 외로움이더라. 대화할 사람이 없으면 못이나 이런 걸 들고 맨바닥에 여의도 그림을 그린다. 비행기만 타면 한국으로 가는 거지 싶더라. 안 좋은 생각을 했고 김정렬 선배에게 용기 내서 전화했다. 전화 받자마자 ‘기순아 왜 이제 전화했어’ 이 한마디에 무너졌다. 고마운 게 형이 ‘기순아 정확하게 두 시간 반 후에 나에게 전화해’ 하더라. 이틀 만에 필리핀으로 와줬다”며 김정렬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김정렬은 황기순을 위해 직접 한식과 돈을 모아 찾아갔다고. 김정렬은 “황기순 씨가 곱슬머리이다. 수염과 구레나룻이 엄청나더라. 불쌍한데 웃음이 터지더라”며 후배에 대한 애틋함을 전했다.
황기순은 “제일 중요한 건 저한테 희망을 던져 주셨다. 그 후에 노력을 많이 한다. 주병진 선배님이 봉투에 ‘기순아 죽지만 말고 살아와라’고 하는데 동료들이 걱정하고 있다는 생각에 희망의 싹을 틔웠다”며 코미디언 선후배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제가 한국에 와서 반지하에 어머니 뵈러 갔다. 정렬이 형과 같이 갔다. 저한테 큰절해주시더라. ‘아가, 살아와 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정말 그때부터 행복했다. 매일 어머니랑 이런저런 얘기 하면서”라며 눈물을 보였다.
한편, “척 보면 압니다” 유행어로 인기를 펼친 황기순은 1997년 필리핀으로 원정 도박을 떠났다가 도박 중독과 본전 생각으로 전 재산을 잃고 파산했다.
MBN ‘김주하의 데이앤나잇’은 토요일 오후 9시 40분 방송된다.
[서예지 스타투데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