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두 여자 얼굴 궁금, 도전하고 싶었던 작품”
배우 전소니(33)가 여성 서사를 담은 ‘당신이 죽였다’를 향한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7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는 죽거나 죽이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살인을 결심한 두 여자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 소설 ‘나오미와 가오코’가 원작이며, 드라마 ‘악귀’ ‘VIP’의 이정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전소니는 과거의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조은수를, 이유미는 현재의 지옥에서 도망칠 수 없는 조희수 역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당신이 죽였다’는 전소니에게 운명처럼 찾아온 작품이다. 그는 “원작은 5~6년 전에 친구가 추천해 줘서 도서관에서 봤다. 내용이 세세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당시 두 여자가 어떤 얼굴과 호흡으로 움직일지 상상해봤다. 그러다 우연히 영화화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보고 싶은 작품인 동시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들리는 이야기가 없어 잊어 버리고 있었는데 제게 왔다. 처음에 대본을 볼 땐 제목이 바뀌어 있어서 그 작품인 줄 몰랐다. 그런데 익숙한 흐름이라 물어보니까 그 책이 원작이라고 해서 신기했다”고 설명했다.
전소니는 캐릭터와 싱크로율은 묻자 “잘 모르겠다”며 “은수를 준비하면서 은수와 원작의 나오미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은수에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이 작품을 하겠다고 결심할 때만 해도 몰랐다. 은수에 대해 알아가고 만들어가면서 처음으로 몰랐던 저에 대해 알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그래서 은수에게 고마웠다. 왜 그러는지 몰랐던 나의 마음을 은수를 만나 알게 된 것도 있다. 그래서 보답하고 싶었다”고 털어놔 궁금증을 자아냈다.
전소니는 그 이유를 묻자 “개인적 일이라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저도 후회하는 과거의 순간이 있다. 그때의 일이 저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지 않나. 내게 간절한 것의 이유를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지나온 순간에 남은 후회가 지금의 나를 움직이게 하고 더 간절하게 만드는 게 있는 것 같다. 그때로부터 온 마음이 여기에 있구나 생각했다”며 은수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당신이 죽였다’는 가정 폭력 피해자 은수와 희수의 서사를 담고 있다. 이에 전소니는 “공감하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 은수로 살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이 사람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게 쉽지 않다. 어릴 때 책에서 읽은 건데 다른 사람을 위해 나오는 초인적인 힘이 있다고 하더라. 나를 위해서는 눈치 보게 되고 신중해지지만, 나를 위한 게 아니라 더 담대해지고 먼저 움직이게 되는 어떤 마음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은수가 희수를 위해 나섰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또 그는 “은수는 집에서 있었던 일을 친구들에게 나눌 수 없었을 거다. 그런데 희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지 않고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라 고마웠을 거다. 또 희수의 고통이 내가 모르는 고통이 아니었다. 엄마를 구하지 못한 후회가 없었다면 은수 역시 희수를 보자마자 움직이지 못했을 거다. 희수를 구함으로써 과거에 해내지 못한 그 순간의 은수로부터 구해줬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특히 은수와 희수의 행동에 대해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이 이야기 안에서는 두 사람이 직접 지옥에서 벗어나는 걸 보여준 것”이라며 “이 행동이 용서받을 수 있냐 없냐 보다는 은수에겐 이렇게 해주고 싶었다. 앞날을 생각하지 않고, 내가 옳은지 그른지 생각할 만큼의 이성적인 상태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당신이 죽였다’를 함께 이끈 배우 이유미는 전소니에게 든든한 존재였다.
그는 “현장에서 어떤 사람과 있느냐가 영향을 미친다. 저희가 같은 이야기를 다룬다는 걸 확신했다. 이유미가 감정적으로 힘든 신을 할 때 촬영 전에도 그 상태로 있는 게 편한지 물어보더라. 때때로 다르지만, 요즘의 저로서는 그 상태와 가장 멀리 있다가 촬영에 들어가는 게 집중이 잘되는 것 같은데 저와 같다고 하더라. 우리가 너무 어두우면 다른 사람들도 어두울 것 같아 안 그랬으면 좋겠다고 했다. 카메라가 안 돌 때도 함께 있는 마음이라 든든했다. 그래서 괴롭고 외로운 마음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무생, 장승조도 힘이 되어줬다. 전소니는 “사려 깊고 다정다감한 분들이다. 현장에서도 이야기 많이 나눴다. 또래 친구보다 편한 선배들이었고, 현장에서 분위기가 좋았다. 만나면 반갑고 그런 파트너였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저에겐 이무생 선배가 중요한데, 제게도 진 사장 같았다. 왠지 모르게 나를 지지해 주는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저를 긴장하게 해준다. 언제든 투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못난 모습 보이고 싶지 않고 날 지지하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이무생 선배 존재 자체가 저의 은수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며 “저희끼리 현장에서 이야기한 건 진 사장이 은수를 생각하는 마음은 사랑은 아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들 곁에 있는 어른이려면 그런 관계는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귀띔했다.
1인2역과 악역을 소화한 장승조에 대해서는 “저희끼리도 현장에서 너무 싫다고, 진짜 꼴 보기 싫다고 했다. 그러면 장승조 선배는 수줍어하면서 ‘나 어떻게 하냐’고 하더라. 그러고는 연기할 때 진짜 꼴 보기 싫게 하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끝으로 전소니는 “이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위로되길 바랐다”며 “제게도 멀리 있지 않은 이야기라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듣게 됐고,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낯선 이야기 같지 않았다. 그래서 이 작품이 위로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싶게 만들었다. 그런 연결과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관심을 당부했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