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박용우(54)가 연기 인생 30년 만에 첫 연쇄 살인마를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LG유플러스 STUDIO X+U 미드폼 드라마 ‘메스를 든 사냥꾼’은 부검대 위에서 20년 전 죽은 줄 알았던 아빠이자 연쇄살인마 재단사의 익숙한 살인 방식을 발견한 부검의 세현이 아빠의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 경찰 정현보다 먼저 그를 찾기 위해 나서는 범죄 스릴러다. 국내 공개 전 제8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랑데부 섹션에 공식 초청된 바 있다.
1994년 데뷔한 박용우는 ‘메스를 든 사냥꾼’에서 인체 해부에 진심인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윤조균 역을 맡아 열연했다.
박용우는 종영 소감을 묻자 “촬영이 끝난 지 조금 돼서 방송을 보면서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시간이 지난 후 보면 저 아닌 것 같고 캐릭터 같다. 저도 시청자나 관객 입장으로 봤다. 윤조균이 무섭고 밉고 악독하고 그렇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출연 이유에 대해 “캐릭터가 끌렸다. 왜곡된 사람이고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이다. 감정적으로 결핍된 캐릭터에 도전 의식을 느낀다. 상상하는 재미가 있고 그런 욕심이 컸다. 감독님과 미팅했을 때도 여러 가지 대화를 통해서 이야기를 포장해서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감독님이 ‘헤어질 결심’을 잘 봤는데, 제가 편하게 웃는 모습 속에서 이중적인 느낌을 발견했고 느낌이 좋았고 역할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고 이야기했다.
‘메스를 든 사냥꾼’에서 악역 윤조균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촬영 전 자료 조사를 열심히 했고, 이후에는 상황에 맞게 몰입했다. 일부러 밝은 색의 의상을 입어 잔인한 모습을 극대화하려고 했다.
박용우는 악역을 연기한 소감을 묻자 “개인적으로는 평상시에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돈 받고 하니까 그런 쾌감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가지 장르나 내용에 따라 다르지만, 결핍이 있는 사람을 연기하는 걸 좋아하게 됐다. 저는 어떤 사람이든 악과 선이나 이분법으로 규정하기보다 마음의 병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것 위주로 고민하고 설정한다. 이 사람은 어떤 마음의 병이 있을까를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저도 저 자신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지만, 사람이 무서울 때는 상식적으로 벗어난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할 때 무서운 것 같다”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나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면 함정에 빠질 것 같더라. 그래서 가능하면 이 사람대로는 그런 모습과 행동이 일상이라고 생각하고 상황에 맞게 현장에서 나오는 대로 연기하려고 했다”고 고백했다.
또 윤조균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는 것에 대해 “찰스 맨슨은 광신도들을 통해 희대의 살인을 한 광인인데, 그 사람이 인터뷰를 한 장면이 있다. 돌발적으로 웃기도 하고 찡그리기도 하고 ‘나는 아무것도 아니고, 그 누구도 아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라고 한다는 게 생각이 나더라. 그런 부분을 참고해 감독님에게 아이디어를 냈다”고 설명했다.

윤조균이 마을 사람에게 친절한 이유에 대해서는 “누군가에게 잘해줬을 때, 나에게 속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우월감을 느낀 것”이라며 “피해의식이 많은 만큼 우월 의식이 있는 것 같다. 피해 의식이 많은 사람은 자기 증명을 하려고 한다. 다들 나에게 속는다는 감정을 느끼고 쾌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극 중 윤조균과 살인 본능을 지닌 소시오패스 천재 부검의 서세현(박현주 분)의 부녀 관계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가족이든 연인이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저는 이게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자료 조사도 하고 고민도 해봤을 때 정확한 차이는 모르겠지만, 사랑의 이름으로 여러 형태의 감정이 파생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집착이 될 때도 있고, 피해 의식이 될 수도 있다. 여러 방향으로 표출되는데, 윤조균은 사랑에서 파생된 감정에서 이야기하자면 집착, 자기 증명, 피해 의식 등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결혼을 안 해서 한계가 있겠지만,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피해 의식이 많은 사람일수록 사람을 경계하고, 그 경계성 장애가 폭력으로 발현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윤조균은 외딴섬처럼 본능적인 외로움을 느끼는 존재인데, 내 피를 물려받은 존재가 나와 닮아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위안과 동질감을 느낀 것 같다. 자기 스스로가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랬던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부녀 관계로 호흡을 맞춘 박주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용우는 “따로 만나서 이야기할 시간은 없었다. 현장에서는 많은 대화를 못 해서 아쉽다. 그런데 저는 현장에서 돌발적으로 나오는 감정을 미리 상의하면 기계적으로 나올까 걱정하는 편이라 오히려 좋았는데 박주현은 어땠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주현도 고민을 많이 하더라. 복합적인 감정의 역할이라 보니까. 그래서 일단은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뭘 원하는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대사 맞추고 싶은 게 있는지 물어봤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서 했던 기억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