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멤버 각 50억 정산 이후 민희진과 소속사 이탈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하이브의 걸그룹 성공시대는 없었다. 수난시대만 있을 뿐.
방 의장은 과거 하이브의 전신인 빅히트 시절부터 걸그룹에 대한 애정과 욕심을 보여왔다. 실제로 그룹 방탄소년단을 론칭하기 전 내세웠던 그룹 글램만 봐도 그의 아이돌 사업은 걸그룹에 초점이 돼 있었다.
글램은 지난 2012년 빅히트와 쏘스뮤직이 공동으로 만들며 심혈을 기울인 그룹이었다. 당시 양사가 연습생 발굴에 대대적으로 나서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빅히트가 음반 제작과 마케팅을, 쏘스뮤직이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며 두 회사의 합작품에 기대가 쏠렸다.
하지만 이들의 첫 성적은 처참했다. 당초 5인조로 출발한 글램은 활동 초기 개인사정으로 인해 멤버 한 명이 탈퇴했다. 이도 모자라 배우 이병헌을 사생활 문제로 협박한 혐의로 또 한 명의 멤버가 구속 기소되며 사실상 팀 유지는 불가능한 상태로 이르렀다. 당시 해당 멤버는 이병헌에게 음담패설 영상을 빌미로 50억 원을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기기도.
결국 빅히트의 걸그룹 첫선은 보란듯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음악성을 보여주기도 전에 중한 구설수에 휘말리며 심각한 이미지 타격을 받았다.

이후 빅히트는 2013년 소속 새 보이그룹이던 방탄소년단으로 시선을 돌리며 방향성을 다시 설정했다. 방탄소년단이 가요계에서 음원차트 및 음악방송 호성적 등 꽤나 좋은 실적을 쓰는 가운데 방시혁은 다시금 걸그룹에 눈독 들이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빅히트가 2019년 하이브로 사명을 변경함과 동시에 그룹 여자친구가 속해있던 쏘스뮤직을 인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여자친구는 2015년 데뷔해 탄탄한 팸덤과 여러 히트곡들로 쏘스뮤직의 대표 걸그룹으로 입지를 구축한 팀이었다. 그러나 인수 이후 여자친구의 음악 성적은 이전만치 못했으며 팬덤의 파워도 불안정한 시기를 겪었다. 그러면서 하이브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갔고 결국 2021년 쏘스뮤직과 멤버들은 각자의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 이는 팬들은 물론 가요계에서 큰 화두로 오르며 의아함과 아쉬움으로 남은 결과물이었다. 그야말로 잘 나가던, ‘이름값 있던’ 그룹의 돌연 해체 수순이었다.
이에 따라 ‘걸그룹 무덤’이라는 오명을 안은 하이브는 또 하나의 가능성 있는 그룹을 내보냈다. 2020년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보유하게 된 그룹 프로미스나인이다. 이들은 2018년 데뷔해 코어 팬덤층을 구축하며 꾸준히 사랑받아왔던 그룹이다. 그러나 유독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내 그룹 중 활동을 펼치지 못했고 공백기도 1년 반이 훌쩍 넘어섰다. 이에 멤버들은 지난해 팬 소통 플랫폼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드러내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러더니 돌아온 건 팀의 증발. 플레디스는 지난해 12월 프로미스나인 멤버들과의 인연을 종료하며 이별을 맞이했다. 예견된 수순이 그대로 실현된 것이다. 이쯤되면 걸그룹의 역사를 쓰고자 했던 방 의장의 도전은 사실상 포기한 모양새였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투어스 등 하이브 소속 보이그룹들의 활발한 컴백 활동이 이를 반증했다.

방 의장의 걸그룹 도전 실패 방점을 찍은 건 다름 아닌, 어도어의 뉴진스다. SM엔터테인먼트 출신의 민희진을 영입하며 변화를 꾀했으나 가장 큰 리스크로 남았다. 지난 4월 불거진 ‘민희진의 어도어(소속사) 경영권 탈취 의혹’에 따른, 이른바 ‘하이브 사태’가 발발한 것.
무려 210억 원을 투자해 뉴진스를 키워냈고 실제로 결과물들 역시 훌륭했다. 데뷔곡을 비롯해 모든 작업물들이 히트했고 단번에 팀은 가요계 톱 걸그룹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하이브 사태로 인해 멤버들까지 민희진 편에 서며 하이브와 벽을 세웠고 제 발로 소속사를 나왔다. 회사로부터 다섯 멤버 개인 당 50억 원 정산금을 받은 뒤였다.
방 의장의 걸그룹 악몽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로서 단 하나의 걸그룹으로 최대 성과치를 낸 어도어의 미래가 무너진 셈이다.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와 뉴진스간의 법적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며 장기화될 전망이다. 단 한 가지, 법원이 어도어가 낸 기획사 지위 보전 및 (뉴진스 멤버들의 독자적) 광고 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인용하며 유리한 방향으로 조타수를 틀게 됐다.
방 의장이 데뷔 시절부터 최근 앨범까지 직접 참여하며 애정을 쏟아 온 르세라핌을 비롯해 뉴진스 표절 논란에 휩싸였던 아일릿이 버티고 있으나 이들 역시 보이그룹들 수준의 돋보이는 성과는 내지 못하는 상황. 특히 뉴진스와 비교했을 때도 아쉬운 성적이다.
멀티레이블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하이브 소속 걸그룹들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지승훈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