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만남이 인연이 되고, 평범한 일상이 특별한 순간으로 물든다.
영화 ‘흐르는 여정’(감독 김진유)은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자신만의 여행을 준비하던 춘희가 새로 이사한 아파트에서 예상치 못한 인연들을 만나며 고요했던 일상에 새로운 선율이 흐르기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춘희(김혜옥)는 남편이 남긴 피아노와 자동차를 가지고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한다. 홀로 떠날 여행을 준비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던 춘희는 독일에서 온 지휘자 민준(저스틴 민)과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소년 성찬(박대호)을 만나게 된다. 우연히 마주친 세 사람은 피아노를 매개로 조금씩 서로의 일상에 스며들며 특별한 인연을 쌓아간다.
영화는 세 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정을 나누는 과정을 담백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극적인 사건이나 감정의 과잉 없이도 소소한 일상의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며 깊은 울림을 만들어낸다. 특별할 것 없는 풍경과 평범한 대화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잔잔한 이야기 속에 소소한 웃음도 녹아 있다. 춘희가 한국말이 서툰 민준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자연스레 미소가 번진다. 서로 다른 세대와 배경을 지닌 이들이 서툴지만 진심 어린 마음으로 가까워지는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물들인다.
무엇보다 피아노는 세 사람을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체다. 말로 다 전하지 못한 감정은 선율을 타고 흐르고, 그 음악은 인물들의 관계에 한층 깊은 여운을 더한다. 담담하게 펼쳐지는 일상의 풍경에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어우러지며 영화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완성한다.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작품의 따뜻한 정서를 뒷받침한다. 춘희 역을 맡은 김혜옥은 절제된 감정 표현과 담담한 연기로 극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는다. 꾸며내지 않은 듯한 표정과 몸짓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웃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며 인물에 대한 공감을 이끈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저스틴 민은 첫 한국 장편영화 주연작에서 민준이라는 인물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낯선 환경과 언어 속에서도 사람들과 교감하는 인물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실제 피아니스트인 박대호의 연주는 음악이 지닌 감동을 더욱 생생하게 전하고, 춘희의 절친 나경 역을 맡은 공민정 역시 생활감 묻어나는 연기로 힘을 보탠다.
‘흐르는 여정’은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마음만으로 충분히 따뜻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족처럼, 이웃처럼 서로의 곁을 내어주는 세 사람의 모습은 평범한 일상 속 관계의 소중함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고요한 일상에 스며든 작은 인연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잔잔하지만, 큰 여운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더욱 따뜻하고 먹먹하다. 오늘(28일) 개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25분.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