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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들’ 이민호 “내년 40대, 화초보다 잡초 같은 역할 하고파” [인터뷰]

양소영
입력 : 
2026-09-11 15:54:09
이민호 “유해진·박해일 사이 잘 묻어나는 게 숙제였죠”
“20대 로맨스 많이 남기길 잘했다...40대엔 다른 사랑 보여주고파”
‘암살자(들)’ 이민호.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암살자(들)’ 이민호.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배우 이민호가 ‘암살자(들)’을 통해 새로운 얼굴을 꺼내 보인다. 화려한 스타의 이미지를 내려놓고 1970년대를 살아가는 신입 기자가 됐다.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을 둘러싼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작품이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고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등이 출연한다.

이민호는 ‘암살자(들)’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로 명절에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돼 감개무량하다”며 “영화로 관객들을 만날 때 행복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촬영 현장에 대해 “큰 소리가 나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한 컷이 끝나면 다 같이 모여 조용조용 도란도란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했다”며 “전혀 불편하지 않았고 굉장히 편안했다. 그런 분위기가 인상 깊은 현장이었다”고 돌아봤다.

캐스팅 공개 당시에는 이민호가 1970년대 신입 기자를 연기한다는 점에서 의외라는 반응도 있었다. 이민호 역시 자신이 작품 속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했다.

그는 “저야 평소에도 많이 내려놓고 사는데,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그런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저조차도 선배님들 사이에서 튀지 않고 영일이라는 인물로 보일 수 있을까가 큰 숙제였다.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억지로 뭔가를 내려놓으려고 노력했다기보다 원래의 편안한 모습을 보여드린 것이 많은 걸 내려놓은 것처럼 보인 것 같다”고 고백했다.

영일은 나라를 뒤흔든 사건 속에서 진실과 피해자를 바라보며 변화하는 인물이다. 이민호는 기자라는 직업을 연기하며 자신의 가치관과 맞닿아 있는 부분도 발견했다.

그는 “기자는 현상이나 상황, 사람에 대한 정보를 취합한 뒤 자신의 주관을 최대한 배제하고 왜곡되지 않게 전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며 “저 역시 살아가면서 관점에 따라 사실이 왜곡되거나 달라지는 데서 오는 피로감이 있었고, 있는 그대로 소통하는 것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영일 역시 나라가 들썩이는 사건 속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가 최소한으로 다뤄지는 것을 불평등하다고 느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암살자(들)’ 이민호.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암살자(들)’ 이민호.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그가 생각하는 영일의 핵심은 ‘진정성’이었다. 이민호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관점이 달라지는 부분은 있지만, 진정성 있는 사람, 진실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며 “그런 키워드가 영일과 잘 부합한다고 생각했고, 이 작품을 통해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재벌가 자제나 화려한 배경을 지닌 캐릭터를 자주 연기했던 이민호에게 평범한 신입 기자 역할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이에 그는 “제가 귀티 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너스레를 떤 뒤 “배우에 대한 선입견이 있을 수 있다. 실제 저는 어느 자리에 있든 특출나게 눈에 띄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런 모습을 극 안에서 어떻게 과하지 않게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영일 역시 자신의 배경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면 더 설득력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더 자유로운 영일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이 사건을 접한 뒤 밤을 꼬박 새우며 관련 자료와 방송들을 찾아봤다. 그 이후 시나리오 제안을 받았다”며 “사건 자체와 소재가 흥미로웠고, 사건의 타임라인을 따라가는 인물들이 매력적이었다”고 밝혔다.

선배 배우들과 함께한 현장에서는 배운 것도 많았다. 박해일의 태도는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이민호는 “박해일 선배님은 본인 촬영이 없는 날에도 소품이나 공간이 완성되기 전부터 마치 시찰하듯 현장을 찾았다”며 “그 모습을 보니까 저도 촬영이 없다고 안 갈 수가 없더라. 제가 없는 장면에서 선배님들이 어떻게 연기하는지도 궁금했고, 현장 자체가 식구처럼 편안해서 자주 갔다”고 말했다.

박해일을 두고 “인간 오디오북 같다”고 말한 그는 “현장에서 보면서 ‘이야기를 담백하게 전달하는 데 최적화된 배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박해일 선배가 오랫동안 사랑받고 작품의 중심을 잡는 배우로 일할 수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저는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 때 제 색깔이 얹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는 중의적인 색깔도 표현해보고 싶다. 그런 점에서 정말 존경하는 선배”라고 설명했다.

유해진에게 받은 인상도 특별했다. 앞서 유해진은 이민호를 두고 “똑똑하고 살가운 동생”, “잘생긴 양동생”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민호는 “영화 안에서는 유해진 선배님과 직접 만나는 장면이 많지는 않다”면서도 “굉장히 인상 깊었던 건 아직도 순간순간 날것의 느낌, 야생성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 날것의 감각을 계속 가지고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날것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선배님은 삶을 본능적으로 바라보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 자연이나 혼자만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도 닮고 싶고,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유해진 선배와 박해일 선배의 온기를 가장 가까이서 느끼고, 존경받는 배우들의 에너지를 가까이에서 경험한 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경험이었다. 물론 허진호 감독님도 마찬가지”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선배들 사이에서 막내 격으로 함께했던 만큼 사랑도 듬뿍 받았다.

이민호는 “처음에는 이 조합 안에서 제가 잘 묻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그런데 현장에서 촬영하고 모니터를 하면서 ‘이제 마음 놓고 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다”며 “감독님과 선배님들 사이에서 안정감을 느끼면서 자유롭게 연기했다. 예쁨을 정말 많이 받았다. 선배님들이 저에게 질문을 굉장히 많이 해주셨다. 저라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나 관심이 느껴졌다. 애정이 없으면 질문도 하지 않지 않나. 그럴 때 ‘사랑받고 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암살자(들)’ 이민호.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암살자(들)’ 이민호.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오랜 시간 한류스타로 살아온 이민호지만 실제 자신의 모습과 대중이 바라보는 이미지 사이의 간극에는 크게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주목받는 삶을 살게 됐지만 그것 자체에 대한 불만이나 답답함을 크게 느끼지는 않았다”며 “다만 하나의 이미지 안에 갇히는 것에는 진부함을 느낀다. 계속 새로운 경험을 해야 하고 신선한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일을 쉬는 동안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려 한다. 최근 취미를 묻자 그는 “유튜브를 열 시간씩 본다”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이민호는 “저의 성향과 굉장히 잘 맞는 시대인 것 같다. 유튜브를 통해 세상을 본다”며 “개개인의 이야기가 정말 많이 펼쳐져 있지 않나. 그런 걸 보다 보면 하루가 간다. 어떻게 보면 그걸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로벌 팬들의 꾸준한 사랑에 대해서는 자신의 20대 로맨스 작품들을 떠올렸다.

그는 “20대에 했던 작품들을 보면 때로는 서툴고 순수한 사랑을 표현한 인물들이 많았다. 그런 감정은 문화와 언어를 뛰어넘어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정서인 것 같다”며 “돌이켜보면 그런 작품들을 많이 남겨놓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에는 왜 로맨스 위주로 하느냐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그런 정서를 담은 작품들이 있었기에 해외에서도 오랫동안 좋아해주시는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다만 과거 로맨스를 그대로 반복할 생각은 없다. 이민호는 “최근 5년 정도는 로맨틱 코미디를 하지 않는다는 기준이 있었다”며 “한 인물을 부각하는 작품보다는 전체 이야기가 우선되는 작품을 많이 봤다. ‘파친코’나 ‘전지적 독자 시점’처럼 여러 배우에게 시선이 돌아가고 그것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작품에 마음이 갔다”고 말했다.

사랑 이야기를 완전히 떠날 생각은 없다. 그는 허진호 감독에게 “마지막으로 한 작품만 찍는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냐”고 물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이민호는 “감독님이 ‘멜로’라고 하시더라. 저도 사랑 이야기는 나이를 불문하고 마지막까지 가져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 제가 20대처럼 어디에 가서 첫눈에 반하고 불꽃처럼 사랑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한다면 나이에 걸맞지 않을 수 있지 않겠나. 지금의 나이에 맞는 정서의 로맨틱 코미디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20대 때 했던 로맨스를 그대로 답습하면 새로운 에너지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사랑은 살아가는 동안 계속 중요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사랑 이야기는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본격적인 40대를 맞는 만큼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욕심도 커졌다.

그는 “내년이면 완연한 40대다. 이제는 어른의 섹시미를 강조해보고 싶은 욕망도 있다”며 “저도 이제부터 새롭게 만들어가야 할 것 같다. 멜로도 해보고 싶고, 캐릭터로 보면 화초 같은 인물보다는 잡초 같은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데뷔 초 성공에 대한 갈망이 컸다면 이제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중요해졌다.

이민호는 “연기를 하기 전이나 처음 시작할 때는 굉장히 굶주려 있었고, 성공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며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을 바라보고, 또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본질적인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됐다.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지를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어린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의 입맛이나 관점에 맞춰 살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그만큼 더 나은 사람이 돼야 한다. ‘좋은 사람’이라는 말이 진부하거나 재미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좋은 사람이라는 말 안에 굉장히 많은 것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랑을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야 더 많은 캐릭터와 더 많은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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