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효진 “한 차례 고사했지만 계속 마음에 남아…6~8개월 뒤 극적 합류”
박소담 “투병 중 이정은 도움 많이 받아…평생 잘해야 할 선배”
배우 공효진과 박소담이 각별한 인연을 이어온 이정은과 영화 ‘경주기행’에서 모녀로 뭉쳤다. 작품을 한 차례 고사했다가 극적으로 합류한 공효진부터 투병 당시 이정은의 도움을 받았다는 박소담까지, 배우들의 실제 관계가 작품 속 가족 서사에 깊이를 더했다.
27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경주기행’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미조 감독과 배우 이정은, 공효진, 박소담, 이연이 참석했다.
‘경주기행’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 경주를 위해 8년의 기다림 끝에 ‘죽이는’ 여행을 떠나는 네 모녀의 가족 복수극이다. 데뷔작 ‘갈매기’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미조 감독의 첫 상업영화로, 개봉 전 하와이 국제영화제에 초청되고 피렌체 한국영화제 관객상을 받았다.
이정은은 딸을 잃은 뒤 8년간 복수를 꿈꿔온 엄마 옥실을 연기한다. 공효진은 가족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첫째 딸 장주, 박소담은 법대 출신 백수인 둘째 딸 영주, 이연은 전직 레슬링 선수인 셋째 딸 동주를 맡았다.
공효진은 한 차례 작품을 고사했던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처음에는 스케줄 문제로 함께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고사했다”며 “그런데 대본이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 마음에 남았다. 회사에 캐스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계속 물어봤다”고 말했다.
이어 “6~8개월 정도 흐른 뒤 주연 배우들의 캐스팅이 모두 끝난 상황에서 다시 제안을 받았다”며 “극적으로 스케줄이 맞아 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효진과 이정은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이후 다시 모녀로 만났다. 공효진은 “이정은 배우를 다시 엄마로 만나고 싶었다”며 “실제로도 제 엄마와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웃었다.
이정은에게 ‘엄니’라는 별명을 붙인 이유도 밝혔다. 그는 “‘동백꽃 필 무렵’ 때는 엄마라고 불렀지만 작품이 끝난 뒤에는 언니라고 불렀다”며 “이번 영화에서 다시 엄마라고 부르자니 어색해 엄마와 언니를 합쳐 ‘엄니’라고 부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에도 엄마처럼 잘 챙겨주고 조언도 많이 해준다. 먹을 것도 챙겨준다”며 “촬영이 끝난 지 2년이 지났는데도 단체 대화방이 계속 활발할 만큼 돈독하게 지내고 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정은 역시 “전작에서 만난 배우와 다시 작품에서 만나는 일이 쉽지 않다”며 “공효진과는 전생에 깊은 인연이 있었던 것 같다”고 화답했다.
박소담과 이정은의 재회도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은 영화 ‘기생충’에서 서로를 몰아내려는 인물로 팽팽하게 대립했지만, ‘경주기행’에서는 애증이 깊은 모녀로 다시 만났다.
이정은은 “‘기생충’ 때는 박소담을 볼 때마다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였다”며 “호시탐탐 나를 내쫓으려는 얼굴을 하고 있어 촬영에 들어가면 그 감정이 온몸으로 느껴졌다”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박소담의 건강이 좋지 않았던 공백기에 함께 여행도 다녔다”며 “다음 작품에서는 몸이 좋아진 상태로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에서 정을 나누는 둘째 딸이 돼 특별한 인연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박소담은 2021년 갑상샘암 진단을 받고 수술과 치료를 거친 뒤 약 1년간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2023년 영화 ‘유령’으로 복귀했다.
박소담은 투병과 회복 과정에서 이정은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아프고 난 뒤 요양할 때 이정은 언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정말 엄마처럼 챙겨줬다”며 “가족이나 엄마에게는 걱정하실까 봐 제가 얼마나 힘든지 100% 말하기 어려웠지만, 언니에게는 힘든 티도 내고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새벽에도 집 앞까지 찾아와 제 이야기를 들어줬다”며 “이번 작품에서 엄마와 딸로 만난 것 자체가 행복했다. 늘 감사한 선배이고, 평생 제가 잘해야 할 것 같다”고 진심을 전했다.
‘경주기행’ 촬영 전까지 건강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는 박소담은 “당시에는 주변에 ‘건강하다’, ‘괜찮다’고 말했는데 지금 그때의 모습을 보면 완전히 괜찮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번 가족을 만나면서 정말 행복했다”며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처음이었다. 이 사람들이 제 마음 깊숙이 들어왔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받은 좋은 에너지를 많은 분께 돌려드리고 싶다”며 “오늘도 이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 새벽 4시에 개운하게 눈이 떴다”고 덧붙였다.
박소담은 극 중 인물에 대해서도 “영주는 엄마와 가장 많이 부딪히는 딸”이라며 “그렇게 대립할 수 있는 것도 서로를 향한 사랑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공효진과 박소담뿐 아니라 이연도 촬영 이후 2년째 이어지는 단체 대화방을 통해 배우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가족처럼 가까워진 배우들의 호흡이 복수와 상실, 애증으로 얽힌 네 모녀의 서사를 어떻게 완성했을지 관심이 모인다.
‘경주기행’은 오는 8월 2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