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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푸름 “‘생명의 은인’ 운명 같아...연기 짝사랑 중이죠”

양소영
입력 : 
2025-11-06 17:17:14
“송선미 러블리, 세정이 마음 이해돼”
“가수도 배우도 천천히, 오래오래 하고파”
김푸름이 ‘생명의 은인’이 운명 같다고 말했다. 사진|영화특별시SMC
김푸름이 ‘생명의 은인’이 운명 같다고 말했다. 사진|영화특별시SMC

가수 겸 배우 김푸름(19)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생명의 은인’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영화 ‘생명의 은인’은 세상을 믿고 싶은 열아홉 소녀 세정과 세상을 속이던 시한부 은숙의 기묘한 동행을 그린다. ‘미노이의 요리조리’ ‘후디의 요리 모음집’ ‘코쿤의 귀가 빛나는 밤에’ 등 흥행 웹콘텐츠를 제작한 방미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김푸름은 이번 작품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자립준비청년 세정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2년이란 시간을 갈아 넣은 작품이라 배우들도 감독님도 정말 고생했다”며 “오디션 때 감독님이 저와 세정이 애어른 같은 면이 닮았다고 하시더라. 세정이처럼 저도 어릴 때부터 어른들과 함께 일하며 일찍 철이 들었다. 그래서 세정이에 공감이 돼서 운명처럼 느껴졌다”고 밝혔다.

김푸름은 이번 작품을 통해 자립준비청년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그전에는 잘 몰랐는데 감독님이 조사한 자료를 통해 많이 알게 됐다. 청소년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완전히 독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에 나가는 게 안타깝더라. 나라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싶었다”고 털어놨다.

극 중 세정은 미용실 실습생으로 등장한다. 김푸름은 “저는 보통 이미지에서 시작한다. 그렇게 세정이에 대한 디테일을 하나씩 쌓아 갔다. 세정이는 성실하고 자기 일에 자부심이 있는 친구다. 아마도 자기 머리로 계속 커트 연습이나 롤 마는 것들을 연습할 것 같았다. 그래서 오디션 날 일부러 머리를 볶고 갔는데, 감독님이 그걸 보고 마음에 들어 해서 지금의 세정이가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촬영 전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제 모습이 세정이 안에 많이 녹아들었다. 세정이가 똑부러지고 공부도 잘하고 성실하고 철두철미한데 엉뚱하면서도 허당기 있는 면모가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잘 꺼내지 못해 답답한 모습도 있다. 원래 대본에도 그런 면이 있지만, 감독님이 저와 이야기하면서 그런 부분을 조금 더 추가하셨다”고 말했다.

김푸름이 ‘생명의 은인’에서 호흡을 맞춘 송선미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영화특별시SMC
김푸름이 ‘생명의 은인’에서 호흡을 맞춘 송선미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영화특별시SMC

이번 작품에서 김푸름은 배우 송선미와 특별한 케미를 보여준다.

이에 그는 “처음엔 대배우니까 너무 긴장되더라. 리딩할 때도 엄마처럼, 생명의 은인처럼 느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대사에도 없는 높임말을 썼다. 그런데 어느 날 쉬는 시간에 선배님이 ‘같이 차에서 대기하자’고 하시더라. 그때 선배님의 딸 이야기도 듣고, 제 엄마 이야기도 하면서 마음이 열렸다”고 고백했다.

이어 “송선미 선배님은 천진난만하고 다정한 분이었다. 그래서 세정이가 은숙에게 매혹되는 게 이해됐다. 감독님의 캐스팅 안목이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선배님 웃는 모습이 정말 예쁘다. 사람을 매혹시킨다. 저도 선배처럼 그렇게 예쁘게 웃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푸름은 2016년 영화 ‘오빠생각’으로 데뷔한 뒤 2022년 오디션 프로그램 ‘청춘스타’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대중에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드라마 OST ‘네버 렛 고(Never Let Go)’, ‘링 마이 하트(Ring My Heart)’ 등에 참여하며 싱어송라이터로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하지만 배우로서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는 “연기가 제 길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너무 하고 싶은데 기회가 없으니까 제겐 애증이었다. 저희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데, 감독님이 생각한 이미지에 맞지 않으면 어쩔 수가 없다. 운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포기할까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그만둘까 싶을 때마다 기회가 찾아와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오디션에 떨어질 때마다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나보다 더 잘 맞는 사람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한다”며 “연기는 정말 오래 짝사랑해 왔는데, 지금은 꾸준히 해온 제 자신이 대견하다”고 덧붙였다.

김푸름이 연기과 노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영화특별시SMC
김푸름이 연기과 노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영화특별시SMC

가수라는 직업은 또 다른 돌파구였다. 그는 “오디션에서 보여줄 장기가 필요해 통기타를 배웠는데, 중2병처럼 ‘무대를 주지 않으면 내가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엔 커버곡을 올리다가 직접 만든 곡을 내게 됐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가수는 스스로 만든 음악을 무대에서 들려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며 “연기는 캐릭터의 방향이 정해져 있지만, 노래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푸름은 현재 밴드 사운드 중심의 새 앨범을 준비 중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서정적인 곡이 많았다. 절 포크 가수로 아는 분들이 많다. 지금 밴드 음악을 준비 중인데, 저의 추구미”라며 “앞으로 다양한 장르로 다가가고 싶다. 언젠가 고척돔 무대에 서는 게 꿈”이라고 했다.

스스로를 “중고 신인”이라 표현한 그는 “뜨고 싶은 욕심보다 오래오래 활동하고 싶다. 가늘고 길게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꾸준히 작품에 출연하면서 차근차근 성장하는 게 목표”라며 열정을 드러냈다.

“‘생명의 은인’을 통해 세정이의 성장기를 따라가며 저 역시 성장했어요. 세정이를 연기하며 조금 더 밝아졌고, 어쩌면 지금의 세정이도 제 나이만큼 자라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닿았으면 좋겠어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작은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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