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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어쩔수가없다’ 이병헌 “박찬욱 감독, 인생의 큰 형이자 버팀목”

양소영
입력 : 
2025-09-24 13:43:35
이병헌. 사진|BH엔터테인먼트
이병헌. 사진|BH엔터테인먼트

배우 이병헌(55)이 박찬욱 감독과 ‘어쩔수가없다’로 돌아왔다.

24일 개봉한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 분)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됐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배우 이병헌 손예진 이성민 염혜란 박희순 등이 호흡을 맞춰 화제를 모았다.

이병헌은 개봉 소감을 묻자 “언제나 관객이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하는 긴장과 설렘이 있다”며 “이번엔 베니스 갔다가 토론토 갔다가 부산영화제 갔다가 시사회 일정까지, 우리나라도 극장마다 반응이 다르고 또 나라마다 웃음 포인트도 다르더라. 우리가 촬영할 때 의도하지 않은 것에 웃음이 터지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어쩔수가없다’에 대해 “감독님의 작품은 웃음과 유머가 있는 상황에서 그 이면에 의미들이 있다. 여러 번 봤을 때 다르게 감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라며 “저도 5번이나 봤는데, 볼 때마다 느낌이 새롭고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고 자신했다.

이병헌은 박찬욱 감독에게 ‘어쩔수가없다’ 출연 제의를 받았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촬영 들어가기 반년 전에 출연 제의를 받았다. 감독님이 처음엔 이 작품을 미국 캐스팅, 로케이션으로 하려고 했다. 한국 영화 만들기로 하면서 제게 전화를 줬다. 미국 대본을 한국어로 번역한 걸 받았는데, 현실감이 없고 공중에 붕 떠 있는 느낌이더라. 우선 하겠다고 말씀드리고, 한국 버전으로 빨리 바꾸어 달라고 했다. 확실히 바뀐 대본을 받아보니 현실감이 느껴지더라. 캐릭터도 쏙쏙 들어오고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 직업도 비슷하다.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다. 만약 만수처럼 하루아침에 내 일을 못 하게 된다면 만수만큼이나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갈 길을 잃게 될 것 같다”며 “사실 만수를 비롯해 다들 불쌍한 인물이다. 막막하고 답답한 처지다. 그 사람들은 저럴 수밖에 없어 하는 행동인데, 객관적으로 떨어져서 보면 웃길 때도 있다. 길 가다가 누가 넘어지면 크게 다쳤을 것 같아서 걱정되면서, 넘어지는 모습에 순간 웃음도 나기도 하면서 안타까울 거다. 웃기려고 하면 더 중요한 걸 잃을 것 같아서 감독님의 의도를 잘 따르려고 했다”고 귀띔했다.

이병헌이 박찬욱 감독을 향한 애정을 표현했다. 사진|스타투데이DB
이병헌이 박찬욱 감독을 향한 애정을 표현했다. 사진|스타투데이DB

이병헌은 ‘공동경비구역 JSA’와 ‘쓰리, 몬스터’에 이어 다시 한 번 박찬욱 감독과 재회했다.

그는 “20년 만에 감독님과 다시 만났는데, 정말 즐거웠다. ‘공동경비구역 JSA’ 할 때만 해도 배틀하듯이 아이디어를 냈지만, 질보다 양이었다. 10개 중 1개가 반영됐는데, 이번엔 이야기하면 다 적용하더라. 나중에 겁이 나더라. 감독님이 내게 책임 전가를 하려나 싶더라. 그래서 말을 아껴야 하나 싶어서, 후반부에는 아이디어를 안 냈다. 감독님은 배우들이나 스태프나 어떤 이야기를 하면 자기가 생각지 못한 걸 듣는 걸 좋아한다. 그때는 그렇게 말해도 적용이 안 됐는데, 이번엔 적용률이 80% 정도였다. 그래서 오히려 부담스럽더라. 내 아이디어가 세련되어졌나 싶기도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계속해서 “감독님이 그때와 지금이나 같은 건 여전히 열려있다는 거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자세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고 자기 생각 중에 잘못된 지점을 수정해 간다.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 안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다. 감독님이 어떤 소설을 읽고 웹툰이나 이미 만들어진 영화를 볼 때 그 자체가 좋기보다 어떤 아이디어만 새로운 형태를 입힌다고 말씀했다. 그런 것 같다. 그 대화 전체가 좋았던 게 아니라, 자기가 어떤 아이디어를 보면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자꾸 대화하려고 하는 것 같”고 말했다.

이병헌이 아이디어를 낸 부분은 뭘까. 그는 “제가 아이디어를 낸 건 음악실에서 셋이 엉겨서 싸우고 총을 놓치는 장면이다. 총을 잡으려고 가다가 툭 쳐서 안으로 들어가는 게 말씀드린 거다. 정말 몸싸움하는 과정에는 총이 딱 잡히지 않을 경우가 더 많을 것 같더라. 그런 걸 보여주면 어떨지 말씀드렸다. 그건 촬영 하루 전에 리허설하면서 탄생됐다”고 고백했다.

이병헌. 사진|BH엔터테인먼트
이병헌. 사진|BH엔터테인먼트

연기 베테랑인 그를 두고 ‘어쩔수가없다’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 손예진은 어떤 상황이나 변수에도 여유롭게 연기한다고 감탄했다.

이병헌은 비법을 묻자 “언제인가 질문을 많이 하는 후배에게 답한 적이 있는데, 신인이거나 연기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배우들은 전날까지 너무 단단하게 준비한다. 그 연기만큼은 기가 막히게 해낼 정도로, 툭 치면 모든 게 나올 정도로 한다. 그러면 모든 게 딱 굳어 있다. 다른 수정 상황이나 설명을 하는 순간, 유연하게 여유롭게 받아들일 수 없다. 준비한 것마저 무너지는 상황이 생긴다. 그래서 저는 말랑말랑한 상태로 간다. 대사는 다 숙지하되 이 신이 주고자 하는 의미와 의도를 가지고 현장 리허설 때 감독님의 주문을 받아들일 정도의 유연함을 가지면 덜 당황스러울 수 있다. 그런 부분이 손예진에게 그렇게 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말에 대해 “전 이 영화가 커다란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끝나고 나서 누군가는 해피 엔딩인가 싶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커다란 비극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전 후자다. 만수가 죽여나가는 인물이 자기와 닮아있고, 내가 제거해야하는 대상이지만 너무 감정이입이 되지 않나. 그런 사람들을 죽이는 건, 자기 자신을 죽이는 것이라 생각한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오랜 인연을 이어온, 그리고 ‘어쩔수가없다’에서 다시 만난 박찬욱 감독은 이병헌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는 박찬욱 감독에 대해 “제가 기댈 수 있는 분이다. 인생의 큰 형이기도 하고, 영화계에서 가장 큰 버팀목”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할리우드 진출하기 전에도 몇 번 불렀는데 엄두가 안 나더라. 그러다가 ‘지 아이조’ 왔을 때는 미국 매니저가 저에게 들이밀더라. 그래서 고민하다가 박찬욱, 김지운 감독에게 상담했다. 둘이 반응이 달라서 결국엔 제가 선택해야 하더라. 그만큼 제가 작품 고민 있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을 수 있는 좋은 형”이라고 덧붙였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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