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표현을 안 할 뿐, 배우들은 모두 자신의 바닥이 드러날까 봐 무서워해요. ‘살인자 리포트’ 제안을 받았을 때 그 두려움에 고민했지만 나를 시험해 볼 기회라는 생각에 결국 도전하게 됐어요.”
지난해 개봉한 청불 로맨스릴러 ‘히든페이스’부터 올해 최고 흥행작 ‘좀비딸’에 이어 심리 스릴러 ‘살인자 리포트’의 개봉을 앞둔 조여정은 이 같이 겸손하게 말했다.
촬영 순서는 ‘히든페이스’, ‘살인자 리포트’, ‘좀비딸’ 순이었다. “‘히든페이스’도, ‘살인자 리포트’도 힘든 스타일의 작품인데 그렇다고 못해내면 안 되니까...그래도 ‘좀비딸’이란 숨 쉴 구멍 같은 작품도 만나 이렇게 웃고 있네요. 그저 감사하죠.(웃음))”
‘살인자 리포트’는 특종에 목마른 베테랑 기자 선주(조여정)에게 정신과 의사 영훈(정성일)이 자신이 연쇄살인범이라 고백하며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두 사람의 1:1 인터뷰가 깊어질수록 질문자와 응답자의 경계가 흐려지고, 예측 불가의 상황이 펼쳐진다.
조여정은 “한정된 공간에서 오는 긴장감과 볼입도가 상당한데 정작 촬영할 땐 밀실이란 의식을 하지 못했다. 그만큼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고, 상당히 기 빨리는 영화였다”고 소개했다. 그러고는 “관객에게도 ‘생각해보자’고 이야기를 던지는데 관객 입장에서도 빨려 들어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관객들은 조여정 정성일의 얼굴만 볼 수 있어요. 풀샷은 볼 수 없죠. 말 그대로 숨을 곳이 없었어요. 연기적으로 디테일해야 하는 연기라, 들통날까 봐 너무 무서웠어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던 거고요. 용기를 낸 김에 정면 돌파할 순간이 올 때면 피하지 않았어요.”

시도 조차 안 했다면, 그래서 도망쳤다면, 분명 후회가 남을 것 같았단다. 그는 “매도 먼저 맞는 게 낫지 않나. 내 실력이 과대평가 되는 것보다 실력 그대로 드러내고 매를 맞아보자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완주하고 나니 용기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자체로 뿌듯하다”고 재차 진지하게 말했다.
상대 배우 정성일에 대해서는 “‘2019년 드라마 이후 오랜만에 만났는데 바뀐 게 하나도 없더라”라며 “앞뒤 얘기 없고 작품 얘기만 하는데, ’역시 맞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적인 안정감을 주는 힘이 있다. 차분하게 시작하고 스무스하게 리드해 줬다”고 말했다.
“우리 두 사람의 대사량이 정말 많았는데...오빠보단 상대적으로 적어 위안이 됐어요.(웃음) 평소 스스로 집중력이 약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은 집중력과 체력이 다 필요했어요. 체력이 좀 약한 편이라 컨디션 조절을 잘해야 했죠. 맨정신으로 보면 ‘무슨 정신으로 연기했나’ 싶은 장면도 있었고요.”
주변 반응을 물으니 그저 말없이, 겸손하게 웃는 그다. 다만 “워낙 동료들은 따뜻하게 칭찬해주는 편인데 리얼하게 평가해주는 건 가족”이라며 “우쭈쭈가 1도 없다. 오히려 건강하게 연기할 수 있게 하는 중심이 된다”고 했다.
“가족들은 감정이나 제 노력 지수를 빼고 영화, 연기로만 봐줘요. 그래서 들뜰 수가 없죠. 언니, 여동생, 남동생 모두 성향이 그래요. 실력으로만 평가해주는 거죠. 그래서 계속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부딪쳐보는 것 같아요. 그 에너지 덕분에...(웃음)”
‘살인자 리포트’는 9월 5일 개봉한다. 이후 그녀의 차기작은 이창동 감독의 넷플릭스 신작 ‘가능한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