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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배두나 “귀엽고 영한 내 모습 좋더라”[인터뷰]

한현정
입력 : 
2025-04-30 13:15:00
“김윤석 만난 건 행운…연기 몰입 저절로, 아우라에 반해”
“분량은 분량일 뿐, 큰 배우 작은 배우 없어”
“영화제 못 갔다고 작품성 없는 것 아냐…퇴보라고 생각안해”
배두나.  사진 I 바이포엠스튜디오
배두나. 사진 I 바이포엠스튜디오

강력한 ‘러브 바이러스’에 감염된, 배두나(46)의 핫핑크한 귀환이다.

20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 “오랜만에 상큼 발랄 명랑한 얼굴”이라고 인사를 건네니, “촬영 후 개봉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시사회 전 기술 시사를 통해 먼저 봤다. 귀엽고 영하게 풋풋하게 잘 나왔더라. 뿌듯하고 좋았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바이러스’(각본·감독 강이관)는 연애 세포 소멸 직전의 번역가 옥택선(배두나)가 성의료재단의 모태솔로 연구원 남수필(손석구)과 엉망진창 소개팅을 하면서 벌어지는 발칙한 핫핑크 소동극이다. 이지민 작가의 2010년에 출간된 소설 ‘청춘극한기’를 원작으로 했다.

러브 바이러스, 아니 이른 바 ‘톡소 바이러스’에 감염된 여주인공 택선은 모든 게 즐겁다. 잿빛 세상은 어느새 핑크색, 무미 건조했던 마음 무한 긍정이 된다. 문제는 이 투머치 행복은 발생 하루가 지나면 붉은 반점과 시력 저하 등을 동반하면서 결국 사망하게 된다는 것. 수필은 택선에게 이 바이러스의 최고 전문가 이균(김윤석)을 찾으라고 하고, 그는 양심과 진심을 다해 그녀를 구하고자 한다.

그간 주로 좀비물이나 형사물에서 활약해온 배두나는 이번 작품에서 해맑다. 엉뚱 발랄한 명랑 소녀로 변한다. 마치 그녀의 청춘 스타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바이러스’ 배두나 스틸.  사진 I 바이포엠스튜디오
‘바이러스’ 배두나 스틸. 사진 I 바이포엠스튜디오

배두나는 “20대 때는 천진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지만, 이후에는 주로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이렇게 많이 웃은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며 “그 자체 만으로도 좋았고, 행복했다. 마음에 쏙 들더라. 관객으로서도 자꾸 웃게 되는 매력이 잘 드러나 재밌게 봤다”고 만족해했다.

“영화를 제안 받았을 때 좀비물 ‘킹덤’을 찍고 있었어요. 그 전에는 쫓고 쫓기는 혹은 묵직한 사회 메시지가 담긴 어두운 작품을 주로 해왔잖아요. 그러다 보니 마냥 웃고 편하게 힐링할 수 있는 작품에 대한 갈증이 막 커졌어요. 무엇보다 김윤석 선배라니, 망설일 필요가 없었죠.”

배두나는 김윤석과의 만남을 ‘행운’이라고 했다. 그는 “더군다나 (김윤석과) 로코라는 게 신선하고 흥미롭지 않아요?”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선배님과 연기하면서 놀라웠던 건 정말 단숨에 아주 조금도 어려움 없이 역할에 몰입하게 된다는 거다. 상대방까지 저절로. 누구든 그와 함께라면 연기를 잘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선배님의 전작을 다 봤어요. 그분 만의 에너지가 있더라고요. 그게 너무 궁금하고 신기했어요. 막상 만나보니 더 좋은 거에요. 온통 영화 생각뿐이신데, 아이디어가 생기면 막 서성거려요. 그럼 우린 설레고 짜릿하죠. ‘아, 뭔가 기발한 걸 떠올리셨구나’라고 생각하니까요. 연기뿐만 아니라 현장에서의 태도, 이끌어가는 힘이 배울게 많았어요.”

배두나.  사진 I 바이포엠스튜디오
배두나. 사진 I 바이포엠스튜디오

배두나 역시 국내외 업계에서 뚜렷한 색깔, 연기는 물론 소문난 인성갑 배우다. 그는 잠시 수줍어하다 “아마 저랑 작업해보면 싫어할 수 없을거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저는 그냥...기본에 충실한 편이에요. 한 마디로 모범생? (웃음) 일단 지각하지 않고, 감독님 말씀 무조건 잘듣고, 나만 돋보이겠단 마음이 없어요. 공동의 작업이니까. 어떻게든 잘 상부상조해서 같이 잘 만들자는 마음뿐이에요. 소위 주연 배우라고 대접 받아야 한다? 그런 마음이 전혀 없고, 오히려 제가 뭐라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섭섭함이 덜 생기는 현장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분량의 크고 적고는 있을지언정, 큰 배우 작은 배우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런 성숙한 태도는 언제부터 탑재된 걸까. 그는 “운이 좋게돈 나는 처음부터, 그러니까 한창 바쁘게 활동했던 20대 때부터 환경이 굉장히 좋았던 것 같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제가 경험한 현장은 서로 아끼고, 작품에 대한 찐사랑으로 가득했어요. 정말 매번요. ‘고양이를 부탁해’ ‘플란더스의 개’ 등 지금으로 따지자면 다 작은 예산의 영화인데 크기와 상관 없이 정말 좋은 영화들이었어요. 존경할 만한 아티스트들만 만나온거죠. 엄마도 연극 배우셨다 보니...그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오랜 만에 본 그녀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반가웠기에, “정통 멜로 혹은 로코 같은, 좀 전형적인 사랑 이야기에 대한 갈증은 없나”라고 물으니, “시나리오가 좋다면 장르나 영화에 역할 등 어떤 선입견은 없다. (멜로는 20대 초반에 워낙 많이 해서) 갈증은 없지만, 좋은 작품이라면, 몰입이 된다면 당연히 하고 싶다. 어떤 작품이든 마음이 동한다면 부딪혀볼 것”이라고 했다.

“저는 그냥 좋으면 해요. 플랫폼, 규모, 장르 이런 건 상관 없어요. 인연이 닿는다면 역할의 크기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끝으로 어려운 극장 상황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이 영화계 위기를 말씀하시는데, 다양한 플랫폼이 생겨 관객수가 줄고 극장이 어려운 건 맞지만, 우리나라 영화계가 퇴보하고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영화제에 초청되지 못한다고 해서 좋은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계속 나아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소신을 덧붙였다.

‘바이러스’는 오는 5월 7일 개봉한다.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9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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