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연 배우 유아인의 논란으로 표류하던 ‘승부’가 드라마틱한 실화 이야기로 극장 출격을 앞뒀다.
19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승부’ 시사회 및 간담회가 열렸다. 김형주 감독과 배우 이병헌 고창석 현봉식 문정희 조우진이 참석했다.
‘승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 분)이 제자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이병헌은 살아 있는 바둑 레전드 조훈현 역을 맡았다. 조훈현의 제자이자 세계적인 바둑 천재 이창호는 김강훈이 아역을, 유아인이 성인을 연기했다.
유아인은 프로포폴과 대마 등 마약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법정 구속돼 재판을 받았고, 지난달 18일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아 풀려났다. 이에 한동한 표류하던 ‘승부’는 개봉을 앞두고 예고편과 스틸에서 유아인을 배제했다.
김형주 감독은 “우여곡절 끝에 극장에서 영화를 내놓게 됐다. 그것만으로 기쁘고 감사하다”며 “가장 신경 쓴 건 저도 바둑을 모르는 입장이고, 바둑을 모르고 보는 분들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는 거였다”고 밝혔다.
또 그는 실화를 모티브로 한 것에 대해 “두 실존 인물의 이야기라 어느 순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큰 얼개는 따르되 스승과 제자의 첫만남이나, 영화상에서 첫대결처럼 보이지만 첫대결은 아닌 부분이 영화적으로 만들어졌다. 조훈현 국수가 몰아부치듯이 훈육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병헌도 이날 개봉을 앞둔 소감을 묻자 “우여곡절 끝에 관객들을 스크린으로 만난다는 사실 자체가 설렌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병헌은 영화에 대해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승부’의 여러 자료화면을 보면서 정말 이렇게까지 드라마틱한 일이 실화라는게 믿기지 않더라. 두 레전드가 이러한 사연이 있고 과정을 지냈다는게 흥미로웠다”며 “하기로 했는데 막상 촬영하면서 중요한 것들이 바둑판 앞에서 감정 변화 없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정적인 상황에서 폭발적이거나 절망적인 여러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신경을 썼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조훈현 구단 인생이 우리나라 세계 최초로 우승을 하고, 많은 기록을 가진 분이 자기가 집에서 가르치며 키운 제자에게 지고 난 이후에 계속 패배를 하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한 계단 한 계단 예선을 밟아가며 다시 정상을 밟는 것이 한줄 대사로 나와있지만, 그 마음은 상상하기 힘든 정도의 마음이란 생각이 들더라. 그런 부분을 연기하고 그 감정을 읽어내고 내 걸로 만들어내는게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유아인과 호흡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승부’를 하게 되고 다음 캐스팅을 듣고 기대감이 커지고 설렜다. 재미있게 촬영을 하겠구나 했다. 유아인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본다는 지점이라 궁금했다. 저희가 촬영을 하면서 제 생각보다 과묵한 후배였다. 서로 대화를 많이 하고 신에 대해서 많이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서로가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못 가졌다. 현장에서 역할에 몰입하고 서로 함께 리허설하면서 대사를 맞춰볼 때는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신에 빠져드는데 용이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형주 감독은 유아인의 논란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 드리면 주연 배우로서 어떻게 보면 무책임할 수 있고 실망스러운 사건이었다. 배우이기 전에 사회 구성원으로 잘못을 범했고 처벌을 받고 있는 중이라 제가 더 드릴 말씀은 아닌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영화에 나온 대사처럼 지옥 같은 터널에 갇혀있는 느낌이었다. 제가 할 수 있는게 없었고 막막했다. 출구 쪽에 한줄기 빛, 개봉이라는 빛이 보여서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 되게 감격스럽고 그렇다. 스태프들도 배우들도 정말 개봉을 기다렸다.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또 김형주 감독은 “선택과 판단은 대중의 몫이라 강요할 수 없다. 영화를 있는 그대로 봐주셨으면 하는 어려운 부탁을 드린다.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상처를 받게 됐는데, 따뜻한 마음으로 연고라도 발라준다는 심정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조우진은 “감회가 남다르다. 개인적으로 거창한 표현일 수 있지만 이병헌의 타이틀 방어전을 목격한 느낌이 든다. 명언이 많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명언들이 많은 훌륭하신 선배들, 배우들이 읊었을 때 보석처럼 빛나는 순간을 목격할 수 있었다”고 했다.
문정희는 “지난주에 기회가 돼서 보게 됐고 오늘 다시 감상하게 됐다. 힐링이 됐다. 누군가에게 배우고 가르침을 주는 자리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온다. 이런 따뜻한 영화를 같이 나눴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승부’는 2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