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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이선균 이어 김새론마저..엄정·관용 공존하길”[인터뷰②]

한현정
입력 : 
2025-02-21 08:00:00
“극장 위기 안타깝지만, 韓 영화의 힘 믿는다”
“‘살인의 추억’ 이후 역사적 인물 다룬 신작 준비중”
봉준호 감독.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봉준호 감독.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인터뷰①에 이어)봉준호 감독은 인터뷰 내내 거침 없는 입담을 발휘했다. 그러나 말을 잇지 못한 채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궜다. 배우 고(故) 이선균에 이어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고(故) 김새론이 언급됐기 때문이다.

새 영화 ‘미키 17’ 개봉을 앞두고 봉준호(55) 감독을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만났다. ‘미키17’은 봉 감독이 ‘기생충’(2020)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지만 부담감은 없다고 했다. 변함 없이 자신의 길을 갈 뿐이란 그였다.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7’을 원작으로 한 ‘미키 17’은 미래를 배경으로 얼음 행성을 식민지화하기 위해 파견된 인간 탐험대의 일회용 직원 ‘익스펜더블’의 이야기를 그린다. 익스펜더블이 된 ‘미키’가 17번 새롭게 프린트 되고, 17번째 미키가 죽은 줄 알고 프린트 된 18번째 미키와 17번째 미키가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봉준호 감독.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봉준호 감독.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Q. 스스로 ‘미키 17’을 첫 멜로라고도 소개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치곤 수위 높은 장면도 있었는데?

A. ‘기생충’ 때도 15세 이상 관람가이긴 하지만 부부(이선균·조여정) 애정신이 18세와 15세 그 사이 애매했다. 마찬가지로 그런 17.5세 정도 수위의 지점이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전문 기관의 판단에 따를 뿐이다. 자극적인듯 또 따지고 보면 그렇지만은 않은 상황이 담겼는데 여러 측면으로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멜로다, 아니다’란 장르의 구분은 사실 크게 중요하진 않은 것 같다. 다만 ‘의미’는 중요하다.

Q. (웅장한 볼거리보단 스토리·메시지 위주의 작품 색깔에) 어쩌면 기대했던, 또 예상했던, SF와는 달랐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SF물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A. ‘듄’ 등과 같은 웅장한 SF물도 물론 멋지지만, 나의 SF물은 그럼에도 ‘사람들의 삶은 똑같다. 아무리 멀리 가도 결국 돌아오고 싶단’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최소한의 본분은 지키려고 애썼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어떤 장르를 하든 하고 싶은 이야기는 늘 ‘사람’이다. 그것도 아주 소소한, 그러나 불변의 진리와도 같은 거다. 아무리 첨단 기술이 발전하고, 우주 저 끝을 향하고, 무엇을 갖고 걸치더라도, 인간은 다 찌질하고, 그래서 인간답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내가 어떤 장르를 하든 구멍난 양말을 신은 인물은 등장할 것 같다.

Q. 인간의 존엄성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미키 17’에서 그 답을 찾자면...사회 공동체 전체가 어떤 위험한 모든 걸 ‘미키’에게 떠맡긴다. 계약서 하나를 적어 놓고, 모든 죄책감에서 벗어나 말도 안 되는 일을 반복해서 벌인다. 참 비겁하지 않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잔인한 시스템 안에서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나. 물론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영화에선 그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미키’에게 상징적으로 몰아 넣었다. 절망의 상황을 영화적으로 심플하게 표현했는데 중요한 건 그 안의 ‘미키’는 끝까지 파괴되지 않는다. 그 사실이 작은 위안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봉준호 감독.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봉준호 감독.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Q. 고(故) 이선균에 대한 이야기도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나눴는데...

A. 마찬가지로 같은 마음 뿐이다. 누가 뭐래도 좋은 사람, 내겐 그런 사람. (깊은 한숨)

Q. 얼마전 또 한 명의 영화인 고(故) 김새론도 떠났다.

A. (더 큰 한숨) ‘여행자’란 영화의 행사에서 한 번 만난 적은 있다. 그저 안타깝다. 실수나 잘못은 누구나 한다. 그리고 잘못에 대해 엄격한 걸 무조건 나쁘다고도 할 순 없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용이 공존했으면 좋겠다. 엄정함과 관용이 공존하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Q. ‘기생충’ 개봉 당시와 달리, 현재 국내 극장 상황이 훨씬 더 어렵다.

A. 영화 만드는 사람으로서 나 또한 그 어느 때보다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다. 바람은, 일단 극장에 관객들이 오시게 만들고 싶다. 스트리밍이 나쁘단 뜻은 전혀 아니다. 나 또한 유튜브 보고, 다양한 플랫폼을 본다. 이와 별개로 영화적 체험 만이 가지는 가치가 잊혀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큰 스크린에서 만끽하는 콘텐츠의 힘, 영화의 가장 강력한 힘을 계속해서 느끼게 해드리고 싶다. 그것의 한 부분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올해 기대작이 없다는 말들이 나오지만, 지난해 ‘핸섬가이즈’ 처럼 예기치 못한 거침 없는 작품들이 혜성같이, 선물처럼 나올 거라고 믿고 있다. 여전히 한국 영화의 힘을, 창작자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Q. 아직 알려지지 않은 차기작도 있을까?

A. ‘살인의 추억’ 이후 실화를 다룬 작품을 하지 않았는데...얼마전 ‘하얼빈’을 보며 이 시대에 잊혀진 숭고한 정신을 지닌 실존 인물들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 나 또한 몇 몇 실존 인물들의 전사를 열심히 찾아보며 준비하고 있는 게 있다. 현재 진행형의 사건이 아닌 역사적 인물을 조명해보려고 한다. 큰 준비들이 끝나면 정식으로 알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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