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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고 쳤다고 다 사기일까…‘나혼산’의 딜레마 [연예기자24시]

지승훈
입력 : 
2026-10-23 17:33:07
‘나 혼자 산다’ 전현무. 사진ㅣMBC ‘나 혼자 산다’ 방송 캡처
‘나 혼자 산다’ 전현무. 사진ㅣMBC ‘나 혼자 산다’ 방송 캡처

잘해보려던, 재미를 주려던 방송인 전현무의 노력이 헛수고가 됐다. 그의 카자흐스탄 여행에서 불거진 사전 연출 논란이 MBC ‘나 혼자 산다’를 향한 불신으로 번졌다.

‘나 혼자 산다’의 안방마님이자 맏형 멤버인 전현무의 카자흐스탄 여행이 ‘조작 방송’, ‘시청자 기만’이라는 비판을 안으며 약 두 달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8월 방송돼 약 두 달이 지난 현 시점에도 논란의 불씨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여기서 물음표가 달린다.

“제작진의 책임은 분명히 따져야 한다. 그런데 예능의 연출마저 ‘시청자 기만’으로 규정하는 것은 과연 온당한가?”

이번 논란의 핵심은 전현무가 즉흥적으로 떠난 것으로 묘사된 여행이 실제로는 사전에 준비된 촬영이었다는 점이다. 제작진은 해외 촬영 가능성을 고려해 항공편과 현지 촬영 여건을 검토했고 촬영 스태프의 항공권을 미리 발권, 현지 촬영 협조도 요청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공개된 공항 촬영 관련 자료에서는 카자흐스탄 여행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가 확인되면서 논란은 더욱 가중됐다. 이에 제작진은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던져볼 또 하나의 질문.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전 기획과 연출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예능은 다큐멘터리와 다르다. 출연자의 일상을 카메라로 기록하는 관찰형 예능이라 하더라도 제작진은 촬영 장소를 정하고, 동선을 구성하고, 이야기의 흐름을 설계한다. 출연자의 행동을 그대로 촬영하는 것만으로는 방송 한 회를 완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촬영은 항공편과 숙박, 촬영 허가, 현지 이동 등 현실적인 준비가 필수적이다.

제작진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출연자의 선택만 기다리는 것이 오히려 비현실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번 사안에서도 비판의 초점은 사전 준비 그 자체보다는 ‘즉흥’이라는 표현이 만들어낸 기대와 실제 제작 과정 사이의 간극에서 발생했다.

‘나 혼자 산다’ 전현무. 사진ㅣMBC ‘나 혼자 산다’ 방송 캡처
‘나 혼자 산다’ 전현무. 사진ㅣMBC ‘나 혼자 산다’ 방송 캡처

예능의 재미는 어느 정도 설계된 상황과 출연자의 실제 반응이 어우러질 때 만들어진다. 시청자가 기대하는 현실감 역시 제작 과정 전체가 무계획이어야만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연출된 상황에서도 출연자의 반응과 감정이 진솔하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시청자가 문제를 제기하는 건 당연한 권리다. 다만 잘못된 연출에 대한 비판과 프로그램 전체를 부정하는 공격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제작진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시청자 역시 예능의 제작 방식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결국 이번 논란에서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옹호도, 끝없는 비난도 아니다. ‘나 혼자 산다’가 설명해야 할 부분은 명확하게 설명하고 잘못된 부분은 책임지는 것이 우선이다. 동시에 시청자들도 모든 장면을 사실 여부만으로 재단하기보다 프로그램이 전달하려는 재미와 맥락을 함께 봐야 한다.

예능을 다큐멘터리처럼 검증하는 순간 우리가 즐겨온 수많은 프로그램은 자유로운 연출의 공간을 잃게 된다. 반대로 예능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떤 연출도 용인한다면 시청자의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번 논란이 ‘나 혼자 산다’를 향한 마녀사냥으로 끝나기보다 리얼리티 예능이 지켜야 할 현실감과 연출의 경계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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