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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선 앞 잇따른 비극에…황영조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 잘 뛰는 것”

진향희
입력 : 
2026-10-14 10:00:53
유튜브 채널 ‘영조형’에 공개한 ‘마라톤 대회 사망 왜 일어날까?’ 영상
유튜브 채널 ‘영조형’에 공개한 ‘마라톤 대회 사망 왜 일어날까?’ 영상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 잘 뛰는 사람입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이 아마추어 러너들에게 기록보다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 감독은 지난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영조형’에 공개한 ‘마라톤 대회 사망 왜 일어날까?’ 영상에서 “건강하게 오래 살려고 러닝을 하는 것인데, 건강을 위한 러닝이 아니라 죽음에 이르는 달리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달리기 실력이나 기록에 앞서 자신의 몸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충분히 쉬지 못하거나 훈련이 부족한 상태에서 대회에 참가하면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 감독은 “일반인들은 잠도 충분히 자지 못하고 업무 스트레스도 있는데, 훈련까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며 “그랬을 때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달리는 도중 이상을 느끼면 경기를 중단하는 판단도 필요하다고 했다. 평소와 다른 호흡이나 심장 박동 등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스마트워치로 심박수를 확인하는 등 자신의 상태를 살피는 습관도 언급했다.

황 감독은 “엘리트 선수들이 기권을 많이 한다”며 “멈출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을 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완주 자체에 집착하기보다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멈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기록 경쟁 문화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자신의 러닝 기록과 대회 성적을 공유하는 행위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록을 의식해 무리하게 달리다 보면 건강을 위한 운동이 오히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황 감독은 기록 단축보다 달리기 자체를 즐기는 ‘펀런(Fun Run)’ 문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빨리 달리는 것만이 잘 달리는 것은 아니며, 대회 분위기를 즐기고 다른 참가자들과 어울리면서 자신의 능력에 맞게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참가자 개인의 주의 뿐 아니라 대회 주최 측의 안전대책도 짚었다. 황 감독은 응급 상황에 대비해 구급차를 충분히 배치하고 신속한 응급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참가자에게 안전 책임을 전적으로 맡길 것이 아니라 주최 측도 의료 대응 체계를 철저히 갖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 감독의 발언은 최근 발생한 마라톤 사망 사고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에서 열린 ‘2026 서울레이스’ 하프코스에서는 20대 여성 참가자가 결승선을 약 500m 앞둔 지점에서 쓰러져 숨졌다. 서울레이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2001년생 A씨는 이날 오전 8시 49분쯤 20.6㎞ 지점에서 의식을 잃었다. 현장 의료진의 응급조치 후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갑작스러운 비보가 전해진 뒤 러닝 동호인들의 추모가 이어졌고, 대회 참가자의 건강 상태와 안전관리 문제를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마라톤 대회 중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경남 거제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30대 남성이 숨졌고, 지난달 춘천 산악 마라톤 대회에서도 40대 남성이 사망했다. 지난 11일 울산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는 참가자 18명이 탈진해 쓰러지는 일도 있었다.

달리기는 특별한 장비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운동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대회에 참가해 장거리를 달리는 일에는 충분한 준비와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기록 단축이나 완주를 목표로 삼더라도 개인의 건강 상태와 훈련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

황 감독의 당부는 결국 달리기의 목적을 되돌아보자는 것이다. 기록을 세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무사히 달리기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알아차리고 멈출 수 있는 판단, 그리고 응급 상황에 대비한 주최 측의 철저한 준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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