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news

detail

BTS는 거부했고, 그래미가 해명했다…음악 권력의 변화 [지승훈의 훈풍]

지승훈
입력 : 
2026-07-31 09:29:35
수정 : 
2026-07-31 09:37:40
방탄소년단. 사진ㅣ연합외신
방탄소년단. 사진ㅣ연합외신

그래미는 한때 세계 음악 시장의 ‘최종 심판’으로 불렸다. 그러나 그룹 방탄소년단의 출품 보이콧 이후 그래미가 직접 해명에 나선 이번 풍경은 그 권위의 성격이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방탄소년단은 최근 미국 그래미 어워즈 출품을 보이콧했다. 그래미가 신설한 ‘베스트 아시안 팝 퍼포먼스’ 부문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레코딩 아카데미의 하비 메이슨 주니어 최고경영자(CEO)는 새 부문이 K팝을 별도로 분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며 “아티스트들은 기존과 동일하게 제너럴 필드(본상)를 포함한 다른 부문에도 출품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표면적으로는 새로운 시상 부문을 둘러싼 해프닝처럼 보인다. 그러나 업계는 이번 논란이 그래미와 글로벌 아티스트의 관계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데 주목한다.

한 가요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의 보이콧은 수상 여부에만 집착하는 게 아닌, 세계 음악 속 K팝의 위치를 증명하기 위한 제스처로 볼 수 있다. 그래미를 넘어 글로벌 음악 시장에 던지는 존재감의 어필로 해석된다”며 “K팝의 선봉자로서 총대 맨 셈”이라고 바라봤다.

과거 그래미는 세계 음악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권위를 가진 시상식이었다. 미국 시장 진출을 꿈꾸는 아티스트들에게 그래미 수상은 성공의 종착역으로 여겨졌다. 시상식의 기준에 이의를 제기하기보다 인정받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음악 산업의 환경 변화에 따라 이 흐름이 점차 변해왔다. 스트리밍 플랫폼은 음악 소비의 중심을 바꿨고, 글로벌 팬덤은 특정 국가의 평단이나 시상식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갖게 됐다.

방탄소년단이 이 변화의 중심에 섰다. 빌보드 차트 정상, 세계 스타디움 투어, 막대한 글로벌 팬덤을 구축한 이들에게 그래미는 더 이상 성공을 증명하는 유일한 무대가 아니다. 오히려 그래미 역시 방탄소년단과 같은 글로벌 아티스트의 참여를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유지해야 하는 위치에 놓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논란 이후 그래미 측이 “새 부문이 K팝을 분리하는 것이 아니다”, “본상 출품도 가능하다”고 잇달아 설명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과거 같으면 규정을 제시하는 것으로 충분했을 사안에 대해 직접 취지를 설명하며 논란 진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물론 그래미의 권위는 여전히 유효하다. 세계 음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시상식 가운데 하나이며, 수상은 아티스트의 커리어에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지금의 그래미는 세계 음악 시장을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기관이라기보다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함께 권위를 만들어가는 플랫폼에 가까워지고 있다. 방탄소년단 역시 그래미를 부정한 것이 아닌 자신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평가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이번 논란은 수상 여부를 둘러싼 이야기가 아니다. 글로벌 음악 산업에서 누가 기준을 만들고 누가 그 기준을 설명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사건으로 남게 됐다.

한때는 그래미가 선택했고 아티스트가 응답했다. 이제는 방탄소년단이 거부했고, 그래미가 해명했다. 그 짧은 순서의 변화가 현 글로벌 음악 산업의 달라진 권력 지형을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지승훈 스타투데이 기자]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