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씨 신드롬’이요? 연신 ‘심장아 나대지마’라며 마음을 내려 놓았어요. 여전히 저는 대본 뒤에 있는 게 제일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또 한 번 ‘최대훈이 최대훈’했다. 리얼한 ‘학씨’에 이어 판타지 ‘초능력자’까지, ‘원더풀스’ 속 최대훈(46)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원더풀했다.
1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최대훈은 진중하면서도 정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전작 ‘폭싹 속았수다’로 데뷔 이후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은 직후였던 만큼, 이날 인터뷰 현장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최대훈 역시 설렘과 긴장감이 공존하는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전작이 워낙 큰 사랑을 받다 보니 부담감이 상당했다”며 “되도록 빨리 지우려고 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대본이 워낙 재밌어서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금세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웃었다.
“초능력이나 판타지 장르에 대한 로망보다는, 이런 작품이 제게 온 것 자체가 영광스럽고 감사했어요. 김원석 감독님이 ‘부담을 억지로 지우려 하지 말고 좋은 에너지로 가져가라’고 조언해주셨는데…그 말을 수시로 떠올렸고요. ‘학씨’ 캐릭터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으니까. 대본과 캐릭터를 믿고 가자는 마음으로 집중했어요.”
지난 15일 공개된 ‘원더풀스’는 1999년 세기말을 배경으로, 우연히 초능력을 갖게 된 동네 사람들이 세상을 위협하는 빌런에 맞서는 초능력 코믹 어드벤처다. 박은빈, 차은우, 임성재 등이 출연했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유인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극 중 최대훈은 손에 무엇이든 달라붙는 ‘끈끈이 초능력’을 가진 손경훈 역을 맡았다. 어딘가 허술하고 욕심도 많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해외 히어로물처럼 완벽하고 화려한 캐릭터들이 아니라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들이 우연히 히어로가 되는 이야기”라며 “‘원더풀스’만의 한국적인 엉뚱함과 허술함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촬영 현장 역시 유쾌함의 연속이었다. 극 중 웃음을 유발한 장면들 상당수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탄생한 애드리브였다고. 최대훈은 “‘눈 너무 건조한데 안약 없냐’는 대사는 실제로 강풍기를 계속 맞고 있다가 나온 애드리브였다”며 “임성재 배우가 워낙 호흡을 잘 받아줘서 장면이 더 살아났다”고 말했다.
처음 도전한 본격 초능력 연기는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금까지 한 작품 중 CG 작업이 가장 많았다”며 “높지 않은 곳에서 높은 척하고, 하늘도 아닌데 나는 연기를 하다 보니 유쾌한 현타가 왔다”고 웃었다. 이어 “동전을 손에 붙이는 장면을 계속 찍다 보니 정말 붙는 느낌이 들더라. 실제로 초능력이 생긴 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유독 표정이 밝아졌다. 최대훈은 임성재에 대해 “처음 만났는데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 같았다”며 “한 작품 했는데 여러 작품을 함께한 느낌이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박은빈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그는 “이번이 세 번째 호흡인데 작품마다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배우”라며 “굉장히 영민하고 코미디 감각도 뛰어나다”고 극찬했다. 이어 “촬영하다가 농담처럼 ‘선배님 여기 잘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많이 의지했다”고 웃었다. 차은우에 대해서도 “정말 열심히 하는 배우였다. 현장 전체가 누구 하나 흐트러짐 없이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작품 공개 전 불거진 주연 배우 차은우의 탈세 논란에 대해서는 “편집이 모두 끝난 뒤 기사로 상황을 접했다”며 “배우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지만, 모두가 열심히 만든 작품인 만큼 결국 작품으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군 복무 중인 차은우와 직접적인 소통은 어려웠다면서도 “작품에 피해가 갈까 염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간접적으로 전해들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은 최대훈에게 또 다른 의미로 남았다. 그는 유인식 감독과의 재회에 대해 “감독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너무 기뻤다”며 “부드럽지만 강단 있는 분이다. 그런 리더십 덕분에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폭싹 속았수다’와 ‘원더풀스’까지 연달아 흥행 흐름을 이어가며 어느덧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 잡은 최대훈. 하지만 정작 본인은 여전히 “다시 처음부터”를 이야기했다.
그는 “대학 시절엔 연기가 정말 쉬운 직업인 줄 착각한 적도 있었다”며 “하지만 돈을 받고 일하게 되고, 가족이 생기고, 나이가 들면서 연기를 대하는 마음도 계속 달라졌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차기작이 계속 이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니라 부모님이 주신 성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익숙해지기보다 늘 감사하게 느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