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news

detail

‘플랫폼’이 된 발라드 황제…성시경의 아름다운 이중생활 [지승훈의 훈풍]

지승훈
입력 : 
2026-04-30 17:09:33
수정 : 
2026-04-30 17:37:13
성시경. 사진ㅣ스타투데이DB
성시경. 사진ㅣ스타투데이DB

한국 대중음악 시장은 오랫동안 빠르게 진화해왔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아이돌 산업이 자리해 왔다. ‘쇼! 음악중심’(MBC), ‘인기가요’(SBS) 같은 대표적인 음악 방송은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만, 출연 구조와 편성 방식은 아이돌 중심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같은 환경 속에서 발라드, 싱어송라이터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설 자리는 상대적으로 좁아졌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플랫폼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지점에서 주목할 인물이 바로 가수 성시경이다. 데뷔 20년을 훌쩍 넘긴 그는 단순히 ‘히트곡을 가진 발라드 가수’에 머무르지 않고, 동료 음악인들에게 무대를 제공하는 큐레이터이자 연결자로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의 유튜브 채널 내 콘텐츠 ‘부를텐데’는 이러한 변화의 상징적 사례다. 이 콘텐츠는 단순한 토크쇼나 홍보 창구를 넘어 라이브 음악의 본질을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다양한 장르의 선후배 뮤지션들이 출연해 자신의 음악을 직접 들려주고, 관객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이 포맷은 기존 음악 방송과는 다른 결을 지닌다.

특히 음원 차트나 퍼포먼스 중심의 평가 구조에서 벗어나 ‘노래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성시경의 이러한 행보는 방송으로도 확장된다. 그는 KBS 음악 프로그램 ‘더 시즌즈-성시경의 고막남친’을 통해 지상파에서도 유사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프로그램은 라이브 음악과 깊이 있는 대화를 결합해 아티스트의 음악 세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결과적으로 이는 단순한 홍보 무대를 넘어 ‘음악을 듣는 경험’을 재구성하는 작업으로 평가된다.

흥미로운 점은 그의 활동이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시경은 일본 시장에서도 꾸준히 활동하며 발라드 가수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예능 출연과 공연을 병행하며 현지 팬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동시에 한국식 감성 발라드의 매력을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일본 공연의 상징적 공간인 일본 ‘무도관’ 무대에 서겠다는 목표는 단순한 개인적 성취를 넘어 한국 발라드의 해외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읽힌다.

‘부를텐데’에 출연한 스윗스로우와 임정희(위), 일본 예능에 출연한 성시경(아래). 사진ㅣ유튜브 채널 ‘성시경’ 캡처, 에스케이재원
‘부를텐데’에 출연한 스윗스로우와 임정희(위), 일본 예능에 출연한 성시경(아래). 사진ㅣ유튜브 채널 ‘성시경’ 캡처, 에스케이재원

그야말로 가수 활동의 교과서를 보여주듯 노력의 끝판왕이다. 어찌 보면 안쓰러운 수준의 진심과 노력이 더욱 대중의 마음을 울리는 건 아닐까.

이렇듯 성시경은 ‘스타’에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해 다양한 음악인을 소개하고, 장르의 다양성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국내외를 잇는 음악적 교량 역할을 수행하기까지. K팝이 아이돌 중심으로 소비되는 글로벌 흐름 속에서 그는 보다 서정적이고 보편적인 감정선을 지닌 발라드를 통해 또 다른 한국 음악의 얼굴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건 그의 태도다. 한국에서는 선배로서 후배를 이끌고, 일본에서는 신인의 자세로 도전하는 이중적 위치는 단순한 전략이 아니라 음악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와 겸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장기적인 커리어를 유지하는 아티스트가 어떻게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고, 동시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결국 성시경의 현재는 ‘가수’라는 직함 하나로 정의하기 어렵다. 그는 큐레이터이자 진행자, 그리고 ‘문화적 중개자’로서 한국 대중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아이돌 중심 구조 속에서도 다양한 음악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그의 시도는 한국 음악 산업이 앞으로 나아갈 또 하나의 방향을 비추고 있는 모양새다.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