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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투병해온 ‘봄비’ 박인수, 오늘 별세…향년 78세

진향희
입력 : 
2025-08-18 13:10:35
“한국 최초의 소울 가수”
2013년 발표한 ‘준비된 만남’이 유작
박인수. 사진ㅣ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제공.
박인수. 사진ㅣ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제공.

히트곡 ‘봄비’로 세대를 아울러 사랑받은 원로 가수 박인수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78세.

18일 유족에 따르면 박인수는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폐렴으로 별세했다.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췌장암 등으로 오랜 투병 끝에 생을 마감했다.

1947년 평안북도 길주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전쟁 도중 어머니와 피란길에 올랐다가 열차에서 손을 놓쳐 고아가 됐다. 고아원을 전전하다 미군 선교사의 도움으로 열두 살에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향수와 외로움에 시달리며 뉴욕 할렘가를 전전했다. 귀국 후 미8군 클럽에서 활동을 시작하며 신중현 사단에 합류했고, 1970년 신중현이 만든 ‘봄비’를 불러 스타덤에 올랐다.

대표곡 ‘당신은 별을 보고 울어보셨나요’는 전쟁으로 헤어진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담은 노래였다. 이 곡은 1983년 그가 생모와 극적으로 재회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후 ‘나팔바지’, ‘펑크 브로드웨이’, ‘꽃과 나비’, ‘해뜨는 집’ 등 다수의 명곡을 남겼다.

하지만 그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1970년대 대마초 파동, 1990년대 저혈당 쇼크와 기억 상실 증세, 2002년 췌장암 수술 등 수차례 건강과의 싸움을 이어왔다. 2002년에는 동료 가수들이 ‘리멤버 박인수’라는 모금 공연을 열어 치료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한동안 대중의 기억에서 잊혔던 그는 2012년 KBS1 ‘인간극장’에 출연해 투병 사실을 공개했고, 이혼했던 아내 곽복화 씨와 37년 만에 재결합해 화제를 모았다. 같은 해 마포 재즈클럽에서 컴백 무대를 갖고 “무대에만 서면 힘이 난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의 마지막 음반은 2013년 발표한 ‘준비된 만남’이다.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는 “박인수의 절절한 삶이 그의 소울 창법 속에 배어 있다”며 “고통과 슬픔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한국 최초의 소울 가수로 대중음악사에 기억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빈소는 서울 영등포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유족으로는 아내와 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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