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①에 이어) 정희원 교수는 MZ 세대에게 ‘저속노화좌’로 불린다. ‘저속노화’라는 말을 쉽게 풀어보면 어떤 의미일까. 정 교수는 “결국 느리게 나이 든다는 말”이라고 말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가만, 내 몸이 고장나서 기능이 떨어지는 속도는 내가 결정한다는 겁니다. 노화 지연. 내가 나를 고장내는 속도는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고, 노년에 아픈 기간을 최소화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래 건강하게 사는 삶. 누구나 바라는 삶이다. 정 교수는 “잘 먹고 잘 사는. 좋은 경험을 해보면, 저속노화적 라이프 스타일이 좋다는 걸 깨달을 수 밖에 없다”며 “저의 작전, ‘저속노화를 디폴트 값으로 만든다’는 계획은 언젠가 필연적으로 성공할 수 밖에 없어요”라고 강조했다.
저속노화의 이점은 또 있다. 바로 경제적인 부분이다. 정 교수는 “저속노화 도시락을 싸서 회사에 가면 점심값 1만원을 아낄 수 있다. 요즘 물가가 올랐지만, 도시락을 만든다면 끼니당 3~4천원이면 된다. 그러다보면 뱃살도 들어가고, 머리도 좋아지고, 잠도 잘자게 된다.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이다. 삼각 김밥 먹고 소주를 마실 돈이면, 저속노화 간장계란밥이 낫다. 기왕이면 좋은 경험을 하면 좋지 않나”라고 이야기했다.
또 간병비 역시 앞으로 크게 고려해야 할 항목이란다. 정 교수는 “앞으로 제일 비싸질 것은 바로 돌봄 비용”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 환자 보호자가 ‘부친이 요양병원에 가야하는데 1인실은 1달 천만원’이라고 하더라. 중환자라면 간병인이 한 달에 7백만원 즈음 받는다. 건강 수명과 실 수명의 갭이 10년 즈음 된다. 적어도 5년은 간병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우리 세대는 다음 세대가 간병비를 못 내줄 수도 있다. 노년 마지막 10년이 지금 관리 여부에 따라 힘들 수도, 빛이 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 교수는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을 돌보는 대신, 라디오를 통해 전국민을 대상으로 건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릴 예정이다. 정 교수가 가장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하는 것은 바로 ‘당분’이다.
“미디어를 통한 몇몇 사람들의 영향으로 국민들이 먹는 음식이 급격하게 달아졌습니다. 제가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은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사람들이 ‘빨간약’을 먹게 만들고 싶어요. 올바른 삶의 방식이 콜라를 마시고, 설탕이 가득한 음식을 먹으며 도파민 중독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그게 욜로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하고 싶습니다”

당분을 그토록 경계하는 이유는 뭘까. 정 교수는 “액체 형태의 당분은 혈당을 빠르게 올렸다가 급격히 떨어뜨려 기초대사량을 떨어뜨린다. 음료수, 달달한 커피 등은 좋지 않다. 가능하면 물, 커피(무가당), 차, 우유, 두유 등으로 대체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당분 섭취는 모든 사람에게 안 좋은 걸까. 당분 섭취를 권장하는 경우도 있는지 묻자, “제가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악액질(만성질환으로 인한 영양부족 상태) 환자의 경우다. 이런 경우는 의사가 ‘뭐라도 드셔야 한다’고 권한다. 건강상의 이유로 꼭 필요한 분들이 아니고선 드시지 말라”며 강조했다.
건강에 관한 이슈를 다루다 보면 보통 ‘영양제’를 가장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정 교수가 강조하는 것은 영양제가 아니라 올바른 섭식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다.
“먹는 것과 운동은 모두 뇌 건강과 직결됩니다. 둘 다 중요해요. 운동과 식습관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운동하지 않는 몸은 섭취한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축적되기 쉽습니다. 나무 역시 뿌리가 건강해야 윗부분이 건강한 것처럼, 수면, 운동, 식습관 등 모든 생활 습관이 선순환을 이루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저속노화’를 하는 삶 자체가 디폴트값이면 좋겠어요.”
정 교수가 만들어낸 ‘저속노화’는 빠르게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SNS만 봐도 마라탕, 탕후루 등 도파민을 추구하던 트렌드를 대신해 러닝 등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고 건강한 음식을 찾는 젊은층이 늘어났다.
정 교수는 “요즘 젊은 층을 중심으로 러닝 등 좋은 변화가 보이고 있다. 건강한 음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런 추세라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 생활습관과 밀접한 만성질환이 적어도 저속노화를 실천하는 젊은 층에서는 1~2년 안에 빠르게 개선될거라고 본다”고 희망적인 관측을 내놨다.
마지막으로 저속노화를 실천하기 위해 명심해야할 것을 묻자, 정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생각을 바꾸고, 미래에 대한 관점을 전환해야 하며, 자기 돌봄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모두가 자기돌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준비된 상태에서 인생의 레이스에 나가야 합니다. 사람들은 빠른 팁만을 원하지만, 정작 자기 관리에 투자하는 시간을 아끼려는 사람들이 많아요. 기본적인 마인드셋을 바꾸고, 자신을 배려해야 하죠. 일만 무작정 더 하면 가속노화가 진행돼 효능감 저하, 우울감,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뇌 편도체 과활성화, 문해력 저하, 자기돌봄 소홀, 뇌 활동 외주화로 한국 사회의 분노 수준이 높아요. 자기돌봄을 실천하면 사람들이 더 자애로워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