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가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가해 지목 기상캐스터와 계약 해지를 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론은 여전히 차갑다.
지난 19일 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며 “단순한 지도나 조언을 넘어, 사회통념상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발언이 반복됐다”고 고인에 대한 괴롭힘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고인을 MBC 소속 노동자로 규정할 수 없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고인과 관련한 사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및 형사 처벌 등 근로기준법 상의 처분은 내리지 못하니 MBC가 내부 규정에 따라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고인의 어머니는 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요안나는 MBC가 시키는 대로 일했는데, 노동부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한다”며 “제대로 조사한 것이 맞냐. 너무 억울하고 원통하다”고 오열했다. 또 “가해자들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MBC가 책임질 수 있도록 많은 분이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애끓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노동부의 조사 결과가 나오자 MBC는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는 고용노동부의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체 없이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또 그간 이 사건에 대해 다루지 않았던 ‘뉴스데스크’에서도 이날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조현용 앵커는 “오요안나 씨의 안타까운 일에 관해 유족들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사과했다.
MBC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방관의 민낯을 드러내면서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왔다. 사건 초기에 보였던 미온적인 태도와 실질적인 후속 조치의 미흡, 가해 지목 인물을 감싸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방송 출연 지속 등 때문이다. 또, 프리랜서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권리 보호와 조직 문화 개선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전 MBC 기상캐스터 김혜은은 기상캐스터들이 소모품처럼 취급받는 현실을 지적한 바 있다.
고인은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사망 소식은 12월이 되어서야 뒤늦게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재직 중인 직원이 사망하면 사내에 부고를 알린다. 그러나 MBC는 부고를 알리지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조직적 은폐를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지난 1월에는 고인의 휴대전화에서 유서와 더불어 괴롭힘을 당했다는 정황이 담긴 증거가 나왔다는 보도가 나오자 즉각 입장문을 내고 면피성 발언을 했다.
MBC는 “고인과 관련된 사실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라 대응을 신중히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부서(경영지원국 인사팀 인사상담실, 감사국 클린센터)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 고인이 사망 전 피해 사실을 MBC 측 관계자들에게 알렸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그 관계자가 누구인지 저희에게 알려주시기 바란다”는 당혹스러운 답을 하기도 했다.
가장 당혹스러운 문구는 “정확한 사실도 알지 못한 채, 마치 무슨 기회라도 잡은 듯 이 문제를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준동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는 부분이었다.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것 뿐 아니라 2차 가해에 가까운 발언이었다.

노동부 감사 결과 이후 MBC 측은 “재발 방지 및 조직문화 개선, 노동관계법 준수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후속 조치는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A씨 외에 가해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들이 방송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계약까지 연장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MBC 측의 ‘진정성’에 의문이 생기고 있다.
MBC는 지난 20일자로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조사된 기상캐스터 A씨와 계약을 해지했다. A씨는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가 괴롭힘 가해자를 특정한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외에 가해 가담자로 지목된 다른 3명에 대한 재계약은 진행됐다. 22일 MBC 관계자는 “(오요안나 사건과 관련한) 3명의 기상캐스터와 프리랜서 재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1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지며 이들의 계약 기간은 올해 연말까지다.
온라인상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는 대중의 반응은 불편함 일색이다. MBC의 ‘뒷짐’ 대응을 성토하는 글도 줄을 이었다. “등떠밀려 움직인 MBC”라거나 “꼬리자르식 조치”라는 비판 반응이 적지 않다.
또 “‘MBC 흔들기’에 대해서는 사과 안하나”, “가담자들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필요하다”, “가해자들이 방송에 나오는 일 없도록 해야한다”, “전부 해임시키라” 등의 요구도 나오고 있다.
오이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 나무 아래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의심을 살만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대로 MBC가 조직적으로 고인의 사망과 직장 내 괴롭힘의 연관성 등을 은폐하려 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MBC 측이 의혹이 생길 만한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다. 차가운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나려면,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