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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슬전’ 정준원 “남주? 상대 고윤정? 세상이 날 속이는줄”[인터뷰]

한현정
입력 : 
2025-05-20 07:59:00
배우 정준원. 사진| 에일리언 컴퍼니
배우 정준원. 사진| 에일리언 컴퍼니

“제가 연기를 한지 딱 10년이 됐는데...이제야 막 시작된 느낌이에요. 스스로를 의심하고, 지쳐가고, 갈증이 극에 달했던 시기에 기적 같은 기회를 얻게 됐어요. 최고의 파트너(고윤정)을 만났고요.”

0%대 ‘폭망’이던 tvN에 마침내 단비를 내렸다. 의정 갈등으로 ‘판타지 메디컬’이란 핀잔을, 형 ‘슬의생’의 아우라에 치여 그저 서러웠던 ‘언슬전’이다. 그걸 ‘로맨스’로 살렸다. 진정 구원투수로 활약한, ‘오구(오이영 구도원)’ 커플, 그 중에서도 남주 구도원을 연기한, 배우 정준원(37)이다.

tvN 주말극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이 극명하게 나뉜 호불호에도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드라마는 의사생활을 꿈꾸는 레지던트들이 입덕부정기를 거쳐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 스핀오프 드라마. 직장인이자 어른으로 한 번의 성장을 마친 교수들이 아닌 사회에 첫발을 뗀 사회초년생들이 주인공으로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병원 전공의 집단 파업 사태 여파로 1년 늦게 방송됐다.

방송 종영을 앞두고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준원은 “모든 게 걱정이었는데 한 주 한 주 더 뜨겁게 응원해주시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처음에는 의심이 들었다. 마치 세상이 나를 속이고 있는 것만 같더라. ‘이게 말이 되나’ 싶었다.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라고 수줍게 인사했다.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슬기로운 감빵생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까지 히트시킨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했으나, 이민수 PD와 김송희 작가가 메인으로 첫 참여했다. 정준원을 비롯해 배우 고윤정 신시아 강유석 한예지 등이 출연했다.

정준원은 “사실 ‘슬의생’ 때도 오디션을 봤었는데 그땐 떨어졌다. 이번에도 ‘구도원’ 역할은 엄두도 내지 않았다”면서 “제작진과 여러번 미팅을 가졌는데 연기도 연기지만, 나라는 사람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것 같았다. 만남이 거듭될수록 점점 더 편해졌고, 있는 그대로 모든 것에 임했던 것 같다. 그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고, 캐스팅 확정 소식을 듣곤 꿈만 같았다. 기적이란 말로밖엔 표현이 안 됐다”고 했다.

“캐스팅 되던 해가, 제가 딱 10년 됐을 떄에요. 작품에 대한 갈증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어요.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제 내 의지대로 되는 게 없어서…그걸 버텨내는 게 버거울 때였던 것 같아요. ‘구도원’이 됐을 땐 마치 그 모든 마음 고생을 보상 받는 기분이었어요.”

정준원 고윤정 커플 화제의 키스신. 사진 I  tvN
정준원 고윤정 커플 화제의 키스신. 사진 I tvN

하지만 기쁨도 잠시, 걱정이 밀려왔단다. “이영(고윤정)의 남자친구라니, 말도 안 되지 않나”라며 운을 뗀 그는 “대본에 엔딩까진 나와있지 않았고, 이영의 고백과 플러팅 정도까진 나와있었다. 좋으면서도 걱정이 되더라. 나는 자기 객관화가 잘 된 편이라, 이영이가 도원을 짝사랑 한다는 설정에 시청자가 납득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감독님께 여러번 말씀드렸더니, 자신감을 가지라고, 팀을 믿으라고 하시더라”라며 웃었다.

“구도원 자체가 판타지 같은 인물이잖아요. 이 캐릭터가 가진 힘, 작품의 서사, 쟁쟁한 친구들이 많으니 마음 놓으라고요. 정말 그랬어요. 특히 윤정이는 최고의 파트너에요. 구도원은 오이영의 리액션에서 만들어진 인물이거든요. 제가 신경 쓴 건, 외모 이런 건 상대가 안 되고(웃음) 남자가 봤을 때 멋진, 호감 에너지를 전하고 싶단 것뿐이었어요. 나머진 다 윤정이가 만들어줬죠.”

“특히 박력 키스신은 뜨거운 화제가 됐다”고 하니, “어우,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은. 키스신이라니...”라며 마냥 수줍어해 웃음을 안겼다.

배우 정준원. 사진| 에일리언 컴퍼니
배우 정준원. 사진| 에일리언 컴퍼니

실제로 그가 연기한 구도원은 모든 게 완벽한 사기캐다. 교수들에게는 ‘구반장’, 아래 연차들에게는 ‘구神’이라 불리는 4년 차 레지던트. 묵직한 평정심과 단호함, 빠른 스피드와 꼼꼼함까지 탑재돼 병원 내 무슨 일이 생길 때면 어김없이 나타났다가 상황이 해결되면 홀연히 사라지는 산부인과의 슈퍼맨이다. 성격도, 능력도 고루 갖춘 만큼 교수부터 인턴까지 병원의 모든 이들이 구도원만 찾는 것은 당연지사일 터. 설상가상 1년 차 레지던트들의 등장으로 쉴 틈이 없는 가운데 오이영의 짝남에서 연인으로 발전한다.

정준원은 거듭 고윤정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하며 “진심으로 도원이를 사랑해주는 눈빛으로 연기해줘서 내내 쉽게 몰입할 수 있었고, 정말 많이 배웠다. 대단한 배우란 생각만 했던 것 같다. 최고의 동료였다”고 엄지를 세웠다.

그러면서 “사실 생각지도 못하게 방영이 밀리고, 초반부 평가도 엇갈리면서 마음이 소란했던 게 사실이다. 주변에서 더 많이 안타까워하고 걱정해주더라. 다행히 좋은 동료들, 제작진을 만나 그 시간을 긍정적으로 불안하지 않게 다스릴 수 있었고, ‘으쌰으쌰’했던 에너지가 시청자에게 닿아 호평과 응원이 쏟아졌다. 행복하고 울컥하고 감격스럽다”고 털어놓았다.

더불어 “이 작품을 보내는 게 너무 아쉽고, 한편으론 빨리 이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서 뛸 준비를 마친 기분”이라며 “더 많은 기회가, 다양한 연기를 펼칠 수 있길 간절하게 바란다. 그 경험들을 통해 내가 잘 하는 것, 부족한 것, 새로운 가능성 등을 발견하고 배우며 성장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사실 나란 배우가 과연 멜로의 남주로서, 섬세한 감정으로 시청자를 설득시킬 수 있을지, 궁금하고 두려웠어요. 연기 뿐만 아니라 제가 가진 모든 요소들을 총동원해 ‘구도원’이 되려고 했고, 그렇게 만든 ‘도원’이가 세상에 통할 수 있을지 많이 떨렸고요. 이렇게 제게 가능성을,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셔서 감사해요. ‘언슬전’을 통해 만난, 경험한, 배운 그 모든 것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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