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채널A ‘요즘 육아 - 금쪽같은 내 새끼’. 개그우먼 정주리가 다섯 아들과 함께 스튜디오 앞에 섰다. 11세, 9세, 7세, 4세, 그리고 이제 막 돌을 지난 막내까지. 집은 늘 북적였고, 그녀의 마음은 늘 무거웠다.
정주리는 말했다. “낳기만 한 건 아닐까. 잘 키우고 있는 걸까.” 그 물음표 끝에서, 그녀는 공개적인 점검을 받기로 결심했다.
관찰 카메라가 비춘 집은 달랐다. 첫째는 동생에게 이불을 덮어주었고, 둘째와 셋째는 택배 상자를 나르며 서로를 거들었다. 그러나 이 평화는 오래 가지 않았다. 넷째의 등원 거부가 시작되자, 한 시간 가까운 전쟁이 벌어졌다.



정주리는 큰소리를 내지 않았다. 겁을 주지도 않았다. 그 대신 끝없이 회유했고, 결국 지각은 피할 수 없었다.
오은영 박사는 지적했다. “장점은 있다. 호랑이식 육아가 아니라는 것. 하지만 ‘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빠져 있었다.”
다음날도 쉽지 않았다. 넷째는 형제에게 화풀이했고, 밥상 앞에서는 TV를 고집했다. 결국 정주리는 화면 앞에서 밥을 떠먹였다. 그때, 넷째는 손가락을 핥기 시작했다. 마치 아기가 젖병을 찾듯. 정주리는 퇴행이 시작된 건 아닌지 불안을 털어놓았다.
치과 진료실에서도 그녀의 불안은 감춰지지 않았다. 아이들이 씩씩하게 치료를 받을 때, 정주리는 고개를 돌렸다. 과거 둘째가 치료 중 고통스러워했던 기억이 여전히 그녀를 붙잡고 있었다.
오은영은 정주리에게 말했다. “타인 민감성이 높다. 남에게 싫은 말 못 하고, 스스로 손해 보는 게 익숙하다.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타인에게 맞추다 보면 결국 자신만 힘들어진다.”
결국 눈물은 터졌다. 그리고, 그 눈물은 곧 첫째 아들의 말에서 다시 터졌다. “힘들고, 동생이 한 명 없어지면… 얼마나 더 안 힘들까.”
11살 아이의 입에서 나온 이 문장은 정주리를 단숨에 무너뜨렸다. 하지만 이어진 말은 더 깊었다. “엄마도, 아빠도 힘들잖아. 내가 도와야겠다.”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동생들을 먼저 떠올리는 첫째였다.
그날 오은영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힘들다고 말해도 괜찮다. 안 된다고 말해도 괜찮다. 엄마도, 잠깐은 쉬어도 괜찮다.”
정주리는 눈물을 닦았다. 그러나 그 눈물 속엔 아마,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도 함께였을 것이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