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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달까지 가자’→‘다 이루어질지니’ 문화 상대성에 부딪친 K-드라마 [MK★체크]

금빛나
입력 : 
2025-08-21 16:51:14

MBC 드라마 ‘달까지 가자’부터 넷플릭스 새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 까지, ‘K-드라마’들이 때아닌 ‘문화적 감수성 부족’ 논란에 휘말렸다.

MBC 새 금토드라마 ‘달까지 가자’는 9월 19일 첫 방송을 한 달 앞둔 지난 20일 첫 번째 티저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홍보 활동을 시작했다.

‘달까지 가자’는 월급만으론 생존할 수 없는 흙수저 세 여자가 코인 투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하이퍼리얼리즘 생존기를 그리는 작품. 1980~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아이스크림 광고를 패러디해 작품의 전체적인 색깔을 보여주는 첫 번째 티저 영상을 제작한 제작진은 당시의 광고를 기억하는 세대에는 공감과 웃음을, 이를 모르는 세대에는 강렬한 중독성을 선사하며 인상을 주고자 했다.

MBC 드라마 ‘달까지 가자’부터 넷플릭스 새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까지, ‘K-드라마’들이 때아닌 ‘문화적 감수성 부족’ 논란에 휘말렸다.
MBC 드라마 ‘달까지 가자’부터 넷플릭스 새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까지, ‘K-드라마’들이 때아닌 ‘문화적 감수성 부족’ 논란에 휘말렸다.

그리고 작품을 알리고자 했던 제작진의 의도는 반만 성공했다.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특유의 코믹한 ‘B급 코드’의 전달이 됐으나, 문제는 이와 동시에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린 것이다. 아라비아풍의 의상을 입고 코믹한 춤을 추는 이선빈, 라미란, 조아람은 물론, 터번을 쓴 채 ‘꽈배기 댄스’ 행렬해 합류한 김영대까지. 이들의 모습이 아랍권의 문화를 희화화 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특히 ‘K-팝’과 한류로 통하는 ‘K-드라마’의 성공으로 K-콘텐츠를 향한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해당 티저를 접한 아랍권 시청자들의 반발은 더욱 거셌다.

실제로 SNS를 통해 이를 접한 다수의 아랍권 시청자는 “두 문화를 섞고, 고정관념으로 만들고, 조롱하는 것은 무례하고 터무니없이 인종차별적”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비단 아랍권 시청자뿐 아니라 문화적 감수성 부족과 인종차별적 영상임에 공감한 국내 시청자들도 “미국드라마에서 기모노를 입고 머리에 갓을 쓰고 발에 전족을 신고 북한의 깃발을 들고 춤추면 욕했을 것”이라고 비유를 들면서 문화적 상대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MBC는 문제의 티저 영상을 삭제한 후 “최근 공개된 드라마 ‘달까지 가자’ 티저는 본 드라마의 스토리가 제과 회사를 배경으로 한 점에 착안하여, 1980~90년대의 유명 아이스크림 광고를 패러디해 제작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타 문화권에 대한 입장을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현재 해당 영상은 모두 삭제했다”며 “앞으로는 이런 부분에 좀 더 세심하고 신중함을 기해서 불편함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고개 숙였다.

사진설명

이 같은 논란은 10월 3일(금)에 공개되는 넷플릭스 새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로 번져갔다. ‘다 이루어질지니’는 천여 년 만에 깨어난 경력 단절 램프의 정령 지니(김우빈 분)가 감정 결여 인간 가영(수지 분)을 만나 세 가지 소원을 두고 벌이는 스트레스 제로, 아는 맛 생사여탈 로맨틱 코미디다.

김우빈은 램프의 정령 ‘사탄 지니’로, 수지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램프의 새 주인 ‘가영’으로 변신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마법 같은 로맨스를 펼친다. ‘더 글로리’ 이후 넷플릭스와 또 한 번 손을 잡은 김은숙 작가와 김우빈, 수지의 만남으로 방송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불러모은 ‘다 이루어질지니’이지만, 이슬람 문화권에 있는 나라의 시청자들로부터 김우빈이 연기하는 존재가 사탄이고 이름이 ‘이블리스’인 것에 대해 문제 삼으며, ‘종교 및 문화적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블리스(iblis)의 어원은 사탄과 동일한 ‘인간을 유혹해 시험하는 자’로,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단순히 ‘악마’에 그치는 것이 아닌, 끔찍하고 잔인함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에 공개되는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이 같은 이름을 가진 존재를 로맨스화 하거나 낭만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종교적 관점에서 봤을 때 부적절하며, 문화적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다만 ‘다 이루어질지니’에 대한 의견은 사뭇 갈리고 있다. 이미 숱한 작품들 속에서 그리스도교 전승에서 유래한 악마이자 타락 천사인 ‘루시퍼’라는 이름을 차용하는 캐릭터들이 이미 숱하게 나왔기 때문.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 없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경우 남자주인공인 진우가 인간의 혼을 노리는 악령일 뿐 아니라, 그가 속한 그룹 또한 한국신화의 사신 ‘저승사자’에서 이름을 차용한 ‘사자보이즈’인 만큼, 문제가 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 또한 적지 않다. 오히려 이는 ‘K-드라마’를 향한 타 문화권의 지나친 간섭과 문제 제기, 논란 만들기가 아니냐는 의견 또한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다만 ‘달까지 가자’와 ‘다 이루어질지니’를 둘러싼 논란은 역설적으로 ‘K콘텐츠’에 쏟아지는 전 세계인들의 관심과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의 영향력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갈수록 창작의 자유와 문화적 존중 사이에서의 ‘균형 잡기’가 콘텐츠 제작에 있어 중요한 쟁점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문화적 감수성의 결여가 신뢰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제작진의 보다 깊이 있는 사전 고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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