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윤병희는 올해 상반기에만 MBC ‘21세기 대군부인’부터 SBS ‘오늘도 매진했습니다’, ‘멋진 신세계’ 등 세 작품을 연이어 소화하며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스스로를 다잡아야 했던 순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멋진 신세계’ 촬영할 때 새벽 출근길에 너무 피곤해서 하루 잠만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데 제가 제 뺨을 딱 때렸다. 저는 이게 꿈이었다. 너무 배부른 소리 아니냐 싶더라”고 말했다.
이어 “몸이 지쳐서 그런 생각을 했는데, 그 정도면 스태프들은 매일 하루 종일 현장에 있고 주인공 배우들은 얼마나 힘들겠나 싶었다”며 “흐트러짐 없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돌아봤다.
최근 MBC ‘21세기 대군부인’ 출연 직후 곧바로 ‘멋진 신세계’로 복귀한 그는 전작에서 호흡을 맞췄던 아이유와의 뜻밖의 에피소드도 전했다.
‘21세기 대군부인’과 ‘멋진 신세계’ 방송 시기가 2주 정도 겹치면서 아이유가 그의 SNS에 “경쟁사로 이직하셨더라”는 댓글을 남겨 화제를 모았다. 이에 윤병희 역시 “제가 대표님 라인을 결국 못 타서…. 근데 저희 대표님이랑 맞선 보셨나요? 그 뒤로 사람이…”라고 답글을 남겼다.
이는 당시 ‘21세기 대군부인’에서 허남준이 아이유의 맞선남으로 특별 출연했던 설정을, 이후 ‘멋진 신세계’에서 허남준이 연기한 차세계의 비서가 된 자신의 현재 역할과 연결해 재치 있게 받아친 것으로 팬들 사이에서는 뜻밖의 세계관 연결로 화제가 됐다.
윤병희는 “사실 ‘21세기 대군부인’은 초반 특별출연으로 짧게 출연한 작품이라 구체적인 방영 시기를 모르고 찍었는데 공교롭게 그렇게 됐다”며 “아이유 배우가 그렇게 댓글을 달아줘서 마치 세계관이 연결되는 것 같더라. 저도 거기에 맞게 재미있게 답글을 써보고 싶었다”고 웃었다.
이어 “두 대표님 다 무섭다. 눈치를 잘 봐야 한다”고 장난스레 덧붙이기도 했다.
윤병희는 작품이 끝난 뒤에도 함께했던 배우들과의 인연을 오래 이어가는 편이다. 그는 “저는 평상시에 모임이나 만남을 자주 갖는 스타일은 아니다. 진짜 일 안 할 때는 와이프와 시간 보내는 게 가장 힐링이고 재미있다. 아이들과 놀고 하는 시간이 좋다”며 “그럼에도 작품을 같이 했던 배우들은 촬영하는 동안 그 시간을 굉장히 뜨겁게 보내지 않나. 그래서 그런지 한 작품 동료 이상의 관계가 계속 유지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빈센조’ 팀과는 지금도 꾸준히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고. 그는 “기회가 되면 송중기의 주도로 만난다. 출연 배우들의 공연이 있으면 같이 보러 간다. 여전히 모임에서도 중심 역할을 많이 해주고 있어서 관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또 ‘스토브리그’ 팀과도 여전히 돈독하다고 했다. 윤병희는 “‘스토브리그’는 비슷한 나이대 배우들이 많아서 지금도 꾸준히 연락한다. 가끔 누군가 좋은 일이 생기면 서로 축하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최근 2세 소식을 알린 남궁민 이야기가 나오자 윤병희는 “아, 그런데 제가 말한 활발한 단체방은 선수 역할 친구들이랑 코칭스태프 배우들이 있는 방이다. 저는 스카우터 역할인데 거기 껴 있는 것”이라고 웃었다.
이어 “그래도 좋은 소식이 있던데 축하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공개적으로 축하 인사를 건네 웃음을 자아냈다.
윤병희의 삶의 중심에는 무엇보다 ‘가족’이 있었다. 특히 아내는 누구보다 냉정한 평가를 해주는 가장 가까운 조언자라고 했다.
그는 “아내가 제 연기에 대해 코멘트를 많이 해주는 편이다. 사실 제일 많은 지적을 받는 사람도 아내”라며 “귀담아듣고 수정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멋진 신세계’는 조금 특이했다. 평소 같으면 ‘저 장면에서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느냐’ 같은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번에는 제 이야기는 거의 안 하더라”며 “계속 허남준 배우 이야기만 했다. 너무 멋있다고 하더라. 제가 옆에서 보고 있는데도 ‘어머’ 이런 반응만 했다. 평소에는 정말 전문가처럼 피드백을 많이 해주는데…”라고 아내의 반응을 전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올해로 배우 데뷔 20년이 된 윤병희는 유독 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윤병희는 “예전에는 저도 모르게 수상소감을 준비하고 그랬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시상식은 제 세상이 아니라 다른 세상 같더라”며 “연말 시상식 시즌이 되면 저는 그냥 가족들과 치킨 먹으면서 ‘나 저 사람 알아’ 하면서 박수 치는 시간이 됐다”고 웃었다.
이어 “어릴 때 장롱 거울 앞에서 혼자 수상소감 연습도 했었다. 그때 꼭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감사드린다’는 말을 했는데 당시 아버지가 안방에 멀쩡히 계셨다”며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나 싶다”고 장난스레 말했다.
그러면서 “연기가 제 일이 된 뒤로는 ‘일’이 더 상같이 느껴지더라”며 꾸준히 연기를 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상’이라고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윤병희는 지난 2020년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출연 이후 ‘강남구 토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뜻밖의 오해를 받기도 했다. ‘3대째 강남 토박이’라는 말이 퍼지면서 금수저 이미지가 생긴 것.
윤병희는 “사실 3대도 아니고 2대째다. 제가 태어난 곳이 그렇다는 이유만으로 편하게 살았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전혀 아니다”며 “그 동네 산다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그런 시선은 조금 억울하기도 했다”고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무명 생활이 길었던 만큼 경제적으로 쉽지 않은 시간도 오래 이어졌다. 가족들에게 평범한 일상을 만들어주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윤병희는 “예전에는 가족과 외식 한 번 하고 여행 한 번 가는 게 꿈이었다. 배우 하면서 아이들이 한창 여행 다닐 나이에 제대로 못 해준 게 늘 마음에 남았다”며 “늘 미안한 마음이 있다. 처음 가족여행을 간 게 ‘스토브리그’를 했던 2019년 겨울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강원도 평창으로 1박 2일 눈썰매 여행을 갔는데 아직도 그 순간이 기억난다”며 “그때 가족들이 너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그동안 못 해준 게 많았구나’ 싶었다. 그 이후로는 못 해준 만큼 더 해주자는 마음이 생겼다. 맛있는 것도 사주고 여행도 다니고 그런 삶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울컥한 기색을 드러냈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지금, 윤병희는 자신이 여기까지 버텨온 시간을 담담하게 돌아봤다.
“지금 돌아보면 어떻게 버텼나 싶어요. 그런데 결국 모든 배우들이 다 각자의 시간을 버티는 것 같더라고요. 안 해본 일 없을 정도로 일하면서 버텨왔는데, 저도 다른 배우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건강한 꿈 꾸며, 이 악물고’ 버텼어요. 자기 전에 늘 ‘내일은 더 행복하자’는 말을 10년 넘게 스스로에게 말했었죠. 지금 관심과 사랑이 너무 감사해요. 특히 제가 작품 안에서 뭔가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은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지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오래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큰 욕심보다 꾸준히, 그리고 오래. 그게 지금 제 바람의 전부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