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워드는 재혼, 엄마 그리고 춘천.”
영화 ‘비밀일 수밖에’(김대환 감독)가 1일 오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비밀일 수밖에’는 말 못할 비밀을 간직한 교사 정하(장영남)의 집에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던 아들 진우(류경수)가 여자친구 제니(스테파니 리)와 함께 예고도 없이 갑자기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 속에 숨겨진 진실과 감정의 층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과 함께 진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류경수는 “언젠가 한번 재밌는 얘기를 해봐야겠다 싶었다. 감독님이 어떤 새로운 준비한다고 해서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됐다”며 “그간의 강렬한 연기가 아닌 반 발짝 물러서서 캐릭터를 보여주면 어떨까싶었다. 중재자같은, 조력자 느낌으로 하려고 했고, 베테랑 선배들 덕분에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화는 ‘철원기행’(2014), ‘초행’(2017)으로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으며 섬세한 연출 세계를 구축해온 김대환 감독의 신작.

김 감독은 영화 ‘기생충’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일급 배우들이 뿜어내는 강렬한 에너지가 감독의 손길로 버무러져 절묘한 뉘앙스의 캐릭터 앙상블로 완성된 명랑 가족 드라마”라고 호평했다. 믿고 보는 배우들의 호연에 세밀한 인물 간의 시선, 호흡, 대사가 축적돼 가족이라는 관계의 의미와 변화하는 시대적 가치관을 드러낸다.
김 감독은 영화 속 한 장영남이 열연한 한 장면을 언급하며 “봉준호 감독님은 ‘신났다’고 하시던 신”이라고 호기심을 자극,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이자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했다.
극 중 비밀을 간직한 교사 정하로 열연한 장영남은 “성소수자 엄마 캐릭터다. 정하가 사랑하는 사람이 특별하다고 느꼈고, ‘만약 내 엄마가 그러면 어떨까’하고 뒷 이야기가 궁금해지더라. 그간 연기한 엄마 캐릭터는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걱정하는 캐릭터였다면 정하는 엄마이지만 또 하나의 인격체로서 살아가는 사람이구나 했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이 자신의 연기를 ‘마더’ 속 김혜자와 비교한 것과 관련 “감독님이 배우들이 연기하다 보면 의도적으로 계산해서 나오는 연기가 있고 계산하지 않았는데 막상 보니 ‘아이고 내가 이런 표정을 지었어’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전화 받을 때 얼굴 일부가 떨리던데 의도한 것인가 자연스럽게 자기도 모르게 나온 것인지 물었었다”며 “그 질문을 받고 반성한 부분들이 있었다. 그 부분은 의도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정하는 엄청나게 보수적인 집단 안에서 보수적으로,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다. 피가 마를 지경이고, 숨도 못 쉬고 살이 떨리는 듯한 느낌이 들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걸 그렇게 표현한 건데 잘 선택한 것일지 고민한 장면이었다”고 회상했다.
테파니 리는 “시나리오가 상당히 재미있었다”며 “미국이라는 다른 나라에서 제2의 고향인 춘천을 배경으로 가족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제 개인적인 생각이 떠오르면서 한국이 너무 그리웠다”고 했다.
김대환 감독은 “재혼, 엄마, 고향인 춘천을 담고 싶어서 만든 영화”라며 “평범한 재혼에 관한 이야기라면 영화로 굳이 만들 이유가 없겠다 생각했고, 그 와중 사회운동하는 분의 기사를 봤다. 아들이 둘 있는 어머니이자 동성 연인과 함께 사는 분의 기사였는데 그 분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건 좀 충격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런 분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출발한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처음 시나리오 쓸때는 웃길거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배우들이 집중력있게 연기를 해줘서 잘 나온거 같다”고 덧붙였다.
작품은 전주국제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춘천영화제,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등 이미 국내 주요 영화제에서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하며 주목 받은 바 있다. 장영남, 류경수, 스테파니 리, 옥지영, 박지일 등이 출연하고, 오는 10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