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자 고양이’로 대중에 눈도장을 찍었던 배우 최희진(29)이 맑고 선한 얼굴 뒤에 숨겨진 서늘한 광기를 드러내며 ‘빌런’으로 변신했다.
최희진은 28일 서울 마포구 사람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를 만나 ENA 드라마 ‘아이돌아이’(극본 김다린, 연출 이광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27일 종영한 ‘아이돌아이’는 팬심 만렙의 스타 변호사 맹세나(최수영 분)가 살인 용의자로 몰린 ‘최애’ 아이돌 도라익(김재영 분)의 사건을 맡으며 벌어지는 미스터리 법정 로맨스다.
최희진은 극 중 재벌가 차녀이자 도라익의 전 연인 홍혜주 역을 맡았다. 외모부터 재력까지 모두 타고났지만 마음 한편에 그늘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홍혜주는 이 작품 속 소름 돋는 ‘반전’의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며 극 후반부를 뜨겁게 달궜다. 사건 당일 외부 홈 캠 영상과 강우성(안우연 분)이 남긴 녹음 파일 등을 통해 결국 살인 사건의 진범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최희진은 “11부 대본이 나올 때까지도 동료 배우들도 범인을 몰랐다”면서 웃었다.
“저는 사실 감독님을 처음 본 자리에서 ‘혜주가 범인 아니냐’고 여쭤봐서 알게 됐었어요. 재영 오빠나 수영 언니도 작품 주인공이니까 범인을 아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계속 ‘누구 같냐’고 추리하더라고요. 저는 시치미 뚝 떼고 장단을 맞췄죠. 나중에 범인인 게 밝혀지니까 다들 배신감에 ‘어떻게 거짓말을 할 수 있냐’며 저를 배척하더라고요. 하하. 그때부터 죄인처럼 촬영장에 갔어요.”
그는 촬영 때문에 마지막화를 새벽에 VOD로 봤다면서 “구치소에 있는 혜주를 보니, 촬영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새벽에 감독님께 ‘이런 주요 배역을 맡겨주셔서 감사하다’고 연락을 드렸다”고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그는 이광영 감독에게 받은 답장 메시지를 직접 꺼내 읽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 감독은 그에게 “혜주가 정말 열심히 했더라. 더 만들어주지 못해 아쉬운 마음뿐이다. 힘들었을 텐데 잘해줘서 감사하다. 혜주가 연기를 잘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기뻤다”고 애정 어린 격려를 보냈다.
이 감독의 칭찬이 아깝지 않을 만큼, 최희진은 극 후반부 휘몰아치는 감정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극 중 도라익의 집을 찾았던 홍혜주는 강우성(안우연 분)과 대립 끝에 칼을 들었고, 우발적으로 그를 살해했다.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이 장면은 드라마의 백미였다. 최희진은 이 장면을 위해 온몸을 던졌다.
최희진은 “원래 계산을 많이 하고 연기하는 편인데, 그 장면만큼은 계산 없이 그 순간에 살아야 할 것 같았다”며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라 꿈꾸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원테이크로 7~8번 정도 찍었는데, 격한 몸싸움을 하다 보니 무릎에 멍이 다 들었더라. 촬영이 끝나고 한동안 멍하니 집에만 있었을 정도로 후유증이 컸지만, 배우로서는 ‘열심히 했다. 해냈다’는 짜릿한 희열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홍혜주는 왜 괴물이 되었을까. 결국 그의 범행 동기는 ‘집착’ 때문이었다.
“혜주는 가족에게 사랑받지도 못했고 외롭게 자랐어요. 연습생 시절 만난 라익이가 세상의 전부였죠. 그런데 라익이가 스타가 되니 또 혼자가 됐고요. 라익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어 극단적인 집착을 하게 된 거죠. 연기할 때는 ‘사랑’이라고 믿고 했어요. 하지만 결국엔 그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죠.”(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