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의 논란은 개인의 ‘일탈’이었다. 하지만 왜 이렇게 대중은 분노하는 걸까. 결국 박나래에게 대중이 느낀 것은 ‘친근했던 이의 배신’이다.
주변 사람을 정성껏 잘 챙기는 사람,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나래바’ 주인, 요리 잘하는 금손…. 박나래가 그간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보여준 이미지는 소탈한 동네 언니였다.
시청자들은 박나래가 방송에서 땀 흘리며 요리하고 손님을 대접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매니저의 노동력을 갈아 넣은 결과물이었다면, 이는 시청자에 대한 ‘기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박나래는 ‘나 혼자 산다’를 통해 큰 인기를 끌었다. 관찰 예능의 특성상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바로 ‘진정성’이다. 방송의 짜여진 대본에서 벗어나 스타들의 ‘진짜’ 일상을 본다는 호기심과 그 안에서 발견되는 그들의 ‘인간미’가 이 장르를 지탱하는 큰 축이다.
박나래는 이를 가장 잘 활용한 인물이다. 메이크업부터 의상, 방송 구성까지 모든 게 준비된 상태로 대중 앞에 서는 ‘스타’가 아니라 때로는 메이크업조차 하지 않은 모습으로, 잠옷 차림으로, 전날 숙취에 퉁퉁 부은 얼굴로 ‘이웃’의 얼굴로 나타났다. 그 모습에 대중은 친근감을 느끼고 애정을 보냈다.
그러나 이번 박나래의 논란은 그 ‘동질감’의 기반을 흔들어놨다. 모두가 가고 싶어 했던 화면 속 ‘나래바’와 박나래가 지인들을 위해 준비한 정성 어린 음식들의 이면에 전 매니저들의 노동이 숨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리얼리티 속 모습은 ‘연출’로, ‘가식’으로 전락했다.
박나래 측이 의혹들에 대해 “사실 확인 중”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으나, 의혹이 불거진 그 자체로 대중에게는 충격을 안겼다. 이는 단순히 박나래 개인에 대한 이미지 실추가 아니라, 관찰 예능의 기반을 흔들며 해당 장르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대중들은 관찰 예능을 보며 묻는다. “저 장면 뒤엔 또 어떤 사실이 있을까? 누군가의 희생은 없을까?”.
연예인의 화려한 자택을 보며 일각에서는 “‘나 혼자 잘 산다’ 아니냐”며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하던 터다. 여기에 진정성마저 담보되지 못하게 되면서, 시청자들이 리모컨을 고정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
물론 방송에서 100% 리얼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시청자가 ‘리얼리티’에 용인하는 편집의 선은, 적어도 누군가의 노동력이 착취되거나 만들어진 이미지로 대중을 기만하는 것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
신뢰는 깨지기 쉽고, 한 번 등 돌린 시청자의 마음을 되돌리는 건 쉽지 않다. 이번 사태는 비단 박나래 개인을 넘어 ‘리얼’을 표방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시청자의 눈을 가려온 관찰 예능 전체에 울리는 경종이다.
박나래나 ‘나 혼자 산다’ 뿐 아니라 관찰 예능 전반에 대한 의문이 생긴 상황이다. 출연진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더 엄격한 잣대가 드리워질 것임은 자명하다. 잃어버린 초심을 되찾지 못한다면, ‘관찰 예능’ 황금기는 조만간 내리막길을 걷게 될 지도 모른다. 예능계 모두가 마주해야 할 시급한 숙제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