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화’ 시청률 부진? 컨트롤 불가 영역”
“배우로서 확신 無…연기? 늘 짝사랑 하며 허덕이는 중”
“배우란 표현의 길 위에서 영원히 헤매는 직업 같아요. 이젠 제 운명이라고 받아드렸죠.”
배우 전여빈이 ‘착한 얼굴’과 ‘무서운 얼굴’을 오가며 팔색조 매력을 제대로 뽐냈다. 지니TV 오리지널 ‘착한 여자 부세미’를 통해서다.
작품의 종영 하루 전날인 4일 오전 서울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1인 2색’ 연기를 선보이며 호평 세례를 받은 그를 만났다.
“만족스러운 엔딩”이라며 웃으며 운을 뗀 그는 “시청자분들이 원하는 만큼의 도파민을 채워드린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하고자 했던 쾌감, 케미, 메시지가 충실하게 담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결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데뷔 후 첫 타이틀 롤을 맡은 그는 “학생 때부터, 독립 영화를 할 때도 얼마만큼 해야 잘 하는 건지 몰라 늘 짝사랑하는 기분으로 허덕이며 왔던 것 같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설레면서도 두렵고 어렵지만 뿌듯하고...특별히 다른 감정은 없었다. 늘 똑같은 마음”이라고 했다.
이날 종영한 ‘착한 여자 부세미’(이하 ‘부세미’)는 흙수저 경호원 김영란(전여빈)이 시한부 재벌 회장 가성호(문성근)와 계약 결혼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범죄 로맨스. 1회 시청률 2.4%(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출발해 5회 5.9%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고, 올해 방송된 ENA 드라마 중 최고 성적도 기록했다. 기대를 뛰어 넘은 최종화 시청률까지 그야말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다채로운 얼굴로 극을 묵직하게 이끈 전여빈은 인물의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몰입도를 극강으로 이끌어내 호평 세례를 받았다.
“정말 극적인 이야기, (제가 연기한 영란은) 더 극적인 인물이잖아요. 피부에 와닿는 설정은 아니었지만, 그 평범함에서 완전히 벗어난 세계에서, 어떻게든 자신이 처한 불행에서 탈출하고자 마음으로 내내 고군분투했어요. 엄청난 행운, 기회보단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 인물로요.”
그는 극 중 ‘김영란’으로 열연했다. 대기업 가성그룹 회장 가성호의 개인 경호원으로 취직했다가, 그의 제안으로 혼인신고를 하고, 그의 유산을 노리는 의붓딸 가선영(장윤주)으로부터 주주총회 전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임무를 맡은 인물이다. 죽음의 위기에 내몰리고, 때로는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도 놓인다.
특히 장윤주와는 내내 대립각을 세운다. “그간 만나온 선배들관 전혀 다른 포스였다”고 운을 뗀 그는 “어떻게 보면 대단한 톱모델로서 업계 대선배인데 자신의 속마음을 보여주고, 고민을 나누고, 진심으로 소통하는데 굉장히 솔직하고 깊이 있는 아티스트”라고 말했다.
영란과 선영의 중요한 신의 촬영을 앞두고 있으면, 며칠 전 연락이 와 2시간 가량을 통화했단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는 그는 “영란은 이 신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어떤 에너지인지를 물어봐주는 선배였다. 더불어 본인의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을 여과없이 들려주고 다양한 의견을 나눴는데 그게 너무 든든하고 굉장히 멋졌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나아가 배우, 연기에 대한 근원적인 생각까지 나눴다. 그 과정 자체가 정말 좋았고, 힐링이 되더라. 보이지 않는 세계, 어떤 경지, 무언가를 향해 갈구하는 동질감을 느꼈고 함께 헤매는 게 좋았다”며 미소 지었다.
“모델 일은 사진에 찍히거나, 스테이지에 올라가는 순간 전율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타고난 재능을 온몸으로 즉각적으로 느낀다고. 그런데 배우는 혼자 만들어내는 예술이 아니기 때문에 (글, 상대방, 컨트롤 불가한 현장 상황, 각종 에너지가 뒤섞이기 때문에) 모든 게 예측 불가하다고. 그래서 배우로선 단 한 순가도 확신한 적이 없다고요. 너무 깊이 완전하게 공감되는 부분이었어요.”
오랜 기간 독립 영화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죄 없는 소녀’(2018)로 평단을 휩쓸며 업계 기대주로 존재감을 각인, 이후 스크린과 드라마를 오가며 중앙 무대로 성공리에 진출한 그녀다. 그만큼 깊은 내공과 진심,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느껴졌다.
전여빈은 “연기란 게 정말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배우란 직업은 그렇게 헤매는 게 운명 같다”며 “그 과정도 그렇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 완주했더라도 최종 목적지인 시청자의 반응은 더 더욱 알 수 없다. 미궁의 연속”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배우로서 재능이 있다는 확신이 든 적이 없어서, 그런 방황 속에서 지내오다 이젠 그저 운명이라고 받아들였다. 그 이야기를 언니와 나누면서 굉장한 위안이 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언니는 서 있을 때 그것만으로도 압도적인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매우”라며 “나는 그 텐션을 최대한 나만의 색깔로 흡수할 수 있는 ‘눈빛’으로 대응하고자 했다. 그 앙상블이 잘 담기길 바랬다”고 설명했다.
‘시청률’ 관련 자신의 소신도 고백했다. 전작 SBS ‘우리영화’는 뼈아픈 부진을 겪기도 했다.
전여빈은 “사실 내가 전혀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멜로가 체질’ 같은 경우는 1% 시청률이었지만, OTT 플랫폼을 통해 한 텀 지나 많은 사랑을 받았고, 마니아적인 뜨거운 응원을 얻었다. ‘우리영화’ 역시 시청률 부분에선 저조했지만 깊이 소통했던 시청자들이 분명히 있었기에 속상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 “물론 그럼에도 ‘부세미’는 좋은 성적을 받아 감사하고 신났다. 부인할 수 없는 기쁜 일”이라며 “시청률 7%가 돌파하면 발리로 포상 휴가 보내준다고 했는데…아쉬운 마음에 좀 우겨봐야겠다”고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