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안보현이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감독 이상근)를 들고 여름 극장가에 나선다. ‘엑시트 콤비’ 이상근 감독·임윤아와 함께다.
7일 오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설렘 가득한 모습이었다. “딱 좋은 시기에, 딱 어울리는 영화로 관객과 만나게 돼 기쁘다”며 운을 뗀 안보현은 “캐릭터 자체가 내겐 다소 낯선, 쉽지 않은 도전이었는데 감독님의 지도와 윤아 씨의 응원 하에 우려보다 더 잘 나온 것 같아 다행”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그동안 주로 남성성이 강조되는 캐릭터를 해왔는데 이렇게 오롯이 무해하고 인간적인, 오히려 보호 본능을 유발하는 캐릭터는 처음이에요. 난감하긴 했는데 그래서 새로웠죠. 기존의 이미지를 의식해 일부러 깨려고 한 선택은 아니었고 작품·캐릭터가 좋아 뛰어들었어요.”
‘악마가 이사왔다’는 새벽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임윤아)를 감시하는 기상천외한 아르바이트에 휘말린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의 고군분투를 담은 악마 들린 코미디다. 이상근 감독과는 첫 호흡이요, 임윤아와는 중국에서의 인연 뒤 10년 만에 재회했다.
안보현은 ‘길구’에 대해 “멀고도 가까운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안에 ‘길구’의 모습이 충분히 존재한다. 나 또한 과거 깊은 고민의 시간이 있었고, 주변의 눈치를 많이 볼 때도 있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중요시 여긴다거나, 은근히 소심한 면모가 있다는 것 등 닮은 점들이 꽤 많더라”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인지 과거의 나라면 실제 이런 선지 같은 여자친구가 있다면 감당하기 어려웠겠지만, 지금의 나라면 가능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회피하지 않고 길을 해매고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 먼저 손을 내미는 진심 같은게 용기있게 보이더라”라고 했다.

실제 그에게도 고민의 시기가, 방황의 시기가 있던 것일까.
안보현은 “나 또한 길을 잠시 잃거나, 방황하거나, 계속 혼란에 빠지는 시기가 있었다. 어쩌면 수시로 그렇다”면서 “그럴 때면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많이 하는 편이다. 어쩔 땐 스스로에게 미안할 정도로”라고 털어놓았다.
“돌이켜보면 그럴 때마다 골똘히, 진지하게 생각하고 되물었던 시간들이 결국엔 더 값지게 돌아오는 것 같아요. 매순간 ‘이게 맞는 걸까’ ‘안정적인 길이 아닌 이 길을 쫓아도 될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될까’ ‘잘 하고 있는 걸까’를 생각하죠. 그래서 ‘길구’에게 더 끌렸을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너무 판타지 같은 인물이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처음엔 나도 좀 그런 생각이 없던 게 아니었는데 요즘 ‘모태 솔로’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막상 그걸 보면서 현실에도 충분히 존재할 거란 확신이 들었다. 분명 이런 남자, 있다”고 답해 폭소를 안겼다.
그러면서 “어느 누구에게도 무해하고, 속으로 누르고 삭히고, 때로는 그걸 인형뽑기 하듯이 소소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꺼내보이는. 그럼에도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해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상대 배우 윤아에 대해서는 연신 깊은 신뢰와 고마워했다. 안보현은 “10년 전 중국에서 만났을 때 ‘소녀시대’의 인기가 정말 엄청났다. 정신 없고 힘들었을 텐데도 윤아 만의 싱그러운 에너지에 압도 당했다. 밝고 어른스럽고 긍정적인 아우라가 인상적이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더라”라며 환하게 웃었다.
“대본을 보자마자 윤아 씨가 이 역할을 어떻게 소활지 궁금했어요. 실제로 현장에서 만났을 땐 준비를 많이 해 온 티나 많이 났어요. 대단하다고 생각했을 정도로요. 덕분에 어떻게 보면 이 황당한 상황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어요.”
‘길구’는 낮 선지에게도, 악마가 된 밤 선지에게도, 항상 배려심 넘치는 따뜻한 썸남이자 친구가 되어준다.
안보현은 “윤아 씨의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 덕분에 ‘길구’의 상황에 쉽게 몰입 된 것 같다”며 웃었다.
“길구가 반한 건 낮 선지인데 그 모습이 어색할 정도로, 밤 선지는 또 너무 다른 거에요. 길구 입장에선 황당하고 이상한 상황의 연속인데 그럼에도 윤아씨였기 때문에 수월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둘 다 너무 사랑스럽고, 매력적이잖아요.(웃음)”
‘악마가 이사왔다’는 오는 13일 개봉한다. 12세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2분. 손익분기점은 약 170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