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버튼 최우식, 나의 부족한 부분 채워줘”
배우 박보영(35)이 로맨스물 ‘멜로무비’로 돌아왔다. SBS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의 이나은 작가, 상대 배우 최우식과 모두 첫 만남이다.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박보영은 “작품을 보자마자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렸고, 배우들끼리도 ‘밥 한 끼 하자’며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눴다. 그만큼 만족스러웠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멜로무비’(극본 이나은·연출 오충환)는 사랑도 하고 싶고 꿈도 이루고 싶은 애매한 청춘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영감이 되어주며 각자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영화 같은 시간을 그린 로맨스 드라마다.
박보영은 극 중 영화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딸의 이름마저 ‘무비’로 지은, 아버지의 사랑이 결핍된, 그로 인해 영화를 싫어하지만 감독이 된 ‘김무비’ 역을 맡았다. 한때 썸을 타다 연이 끊긴 영화평론가 ‘고겸’(최우식 분)과 5년 만에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박보영은 처음 작품 출연을 제안 받았을 당시를 떠올리며 “지금까지 해온 러블리한 캐릭터와는 달라서 ‘무비’에 욕심이 났다. 과연 내게 이런 역할을 할 기회가 올까 싶었는데 감사하게도 연이 닿았고, 좀 더 성숙하고 새로운 얼굴을 보여드리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멜로무비’이긴 하지만 청춘들의 성장 이야기다. 서로를 통해, 또 스스로 상처를 극복하고 나아가는 이야기”라며 “기존의 통통 튀고 러블리하고 알콩달콩한 것만 담아내는 게 아니라 저마다 아픔의 서사를 담고, 성장에 큰 관점을 두고, 밝지만은 않은 이야기까지 조명하는 섬세함, 성숙함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보영은 ‘거듭된 우연’의 설정에는 “아무래도 드라마이다 보니까 그런 미학들도 필요했던 것 같다. 드라마적 재미로 봐주시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가랑비에 옷 젖는줄 모른다’는 말이 있잖아요. 무비와 겸이의 사랑, 관계가 그런 것 같아요.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스며드는 마음이요.”
극 중 고겸은 무비와 썸을 타던 중 잠수를 타버린다. 운명적인 첫 만남을 겪으며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엇갈린다. 그러다 우연히 재회, 여러 우연을 반복하며 끊어진 인연을 더 깊이 맺는다.
박보영은 실제 상황이어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이 정말 좋았다면, (피치 못할 사정이나 오해가 있었다면)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면 ‘운명’처럼 느껴지긴 할 것 같다. 좋은 사람이란 믿음이 있었다면 그 우연, 운명을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공감했다.
“이유 없는 잠수 이별은 가장 나쁜 거지만, 이유 있는 잠수는 어쩔 수 없잖아요. 저마다 말 못할 사연들도 있는 거니까...(웃음)”
파트너 최우식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우식이는 나의 웃음 버튼”이라며 운을 뗀 박보영은 “정말 너무 해맑고 귀엽고 편안한, 좋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현장에서 좋은 기운을 많이 불어넣어 줬다”며 “키스신에 있어서는 우식 배우보단 제가 경험이 좀 더 많아서 최대한 더 예쁘고 적합한 앵글을 찾고, 빠르게 다음 신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리드했다”고 전했다. “팀워크가 워낙 좋아서 그런지 현장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새로운 도전을 하다보면 고민도 많고 긴장도 되기 마련인데 편안한 공기, 에너지에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무비’를 통해 ‘항상 친절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이전보다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도 했다. 막연하게 불안했던 20대 비하면 대단한 발전이란다.
박보영은 “어느 순간부터 역할 이미지 때문에 갖게 된 그런 강박, 좁아진 마음을 깨는 작업을 계속해서 해왔다. ‘저 착하지 않아요.’ ‘저 그렇게 친절하지 않아요’ 등의 말도 해보고, 하고 싶은 말도 조금씩 더 할 수 있게 됐다. 누군가의 진심도 왜곡 없이 들을 수 있게 됐다”며 “고맙게도 ‘무비’를 통해 이런 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면 현장에서 그 역할로 빙의돼 행동하곤 해요. 이번엔 무비로서 텐션이 좀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평소처럼 막 일부러 올리려고 하지 않았고, 좀 더 내가 편한대로 한 게 있었죠. 저의 그런 행동 변화에 스스로는 우려도 하고, 조금은 불편한 마음도 있었는데 막상 사람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더라고요. ‘아, 일부러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수도 있겠다’란 생각도 하게 됐고, 그 부분은 고맙게도 우식 씨가 잘 채워줬어요.”
박보영은 “작품을 비롯한 여러 경험을 통해 아주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기분”이라며 “한때는 이상형을 물으면 무조건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만큼 중요한 것도 맞지만, 내가 준비가 덜 되지 못한 이유도 분명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나도 (비교적)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스럽게 단단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지금 이상형은 잘 생긴 사람”이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마지막으로 그는 “‘무비’에겐 영화가 애증의 존재이지만, 나에겐 짝사랑 그자체다. 그저 동경하고, 사랑하는 존재”라며 “그런 점에서 무비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어려움도 물론 있었다. 이 또한 배움이 된 것 같다. ‘멜로무비’란 작품, ‘무비’란 역할은 모든 점에서 나를 성장시켰다”고 깊은 애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