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기안84가 숙취와 무더위 속에서 지옥의 레이스를 벌였다.
지난 28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극한84’(연출 박수빈·김기호·정지운)에서는 메독 마라톤에 도전한 극한크루가 출발선을 통과하며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한 가운데,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4인 4색 레이스가 펼쳐져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날 방송은 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 가구 시청률 3.8%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2049 시청률 역시 1.2%로 전주 대비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이은지가 생애 첫 하프 마라톤 완주에 성공하는 순간은 4.9%까지 치솟았다.
이날 권화운은 크루원들의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하며 레이스의 분위기를 바꿨다. 첫 마라톤에 도전한 이은지와 츠키의 완주를 돕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페이스를 내려놓은 것. 권화운은 “늘 기록을 위한 마라톤을 해왔지만 신입 크루원들의 완주를 도울 수 있다면 그게 더 기록보다 값진 것”이라고 말해 감동을 자아냈고, 기안84는 “저걸 내가 했어야 한 게 아니었나?”라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더했다.
권화운의 활약은 세심함과 여유를 동시에 담고 있었다. 먼저 츠키의 오징어 의상을 받아주며 레이스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왔고, 이은지의 컨디션을 수시로 확인하며 과일과 물을 챙기는 등 살뜰한 지원을 이어갔다.
권화운은 그 와중에도 틈틈이 춤을 추고 와인을 즐기며 축제의 한가운데를 누볐고, 러너들과 파도타기를 하고, 모든 와이너리의 와인을 마시겠다며 ‘샤토 도장 깨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권화운의 믿을 수 없는 에너지에 지켜보던 패널들도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긴장 속에 첫 마라톤에 나선 이은지는 권화운의 도움으로 안정을 찾아갔다. 권화운과 함께 10km를 달린 뒤 홀로 레이스를 이어가게 된 이은지는 혼자 뛰는 상황에 대한 걱정도 잠시, 갑자기 춤을 추며 무아지경에 빠지는 반전의 흐름으로 웃음을 안겼다. 개인 최장 기록을 경신하며 처음으로 러너스 하이를 경험한 것. 이은지는 어느 때보다도 높은 텐션을 에너지삼아 빠른 속도로 11km를 돌파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중간에 포기의 문턱에 서기도 했지만 ‘생애 첫 하프 마라톤 완주’라는 목표를 떠올리며 다시 발을 떼는 이은지의 선택은 깊은 울림을 남겼다. 갈증과 통증, 수차례 흔들림 속에서도 “어디선가 크루원들도 뛰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동력 삼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자신의 목표를 이뤄내며 감동적인 순간을 완성했다.
츠키는 감성 가득한 레이스로 지켜보는 이들을 웃음짓게 만들었다. 시작부터 가족 러너의 모습에 울컥하는가 하면, 다른 러너들과 함께 휠체어를 타고 출전한 러너를 밀어주며 마의 자갈길을 돌파했을 때는 거의 오열에 가까운 눈물을 터뜨렸다. ‘기록을 위한 대회’로만 여겨졌던 마라톤이 메독 마라톤을 통해 교감과 즐거움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츠키는 “첫 도전에 즐길 수 있는 대회를 만난 것이 행복했다. 아빠도 이 풍경을 보고 뛰었을 것 같아 계속 감격했다“라고 전해 훈훈함을 더했다. 츠키는 머리를 질끈 묶고 본격적인 질주에 나섰고, 메독 마라톤을 온전히 즐기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까지 미소 짓게 했다.
이날 크루원들과 가장 극적인 대비는 기안84의 레이스였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레이스를 즐기는 가운데, 기안84는 출발 직후부터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며 레이스에만 집중했다. 간식과 와인 부스 등에 눈길도 주지 않고 모두 지나치며 오직 기록만을 향해 달린 것. 기안84는 “솔직히 창피했다”라며 크루장으로서의 체면, 만족스럽지 못한 지난 기록들, 전날 과음에 대한 후회 등을 털어놓았고, 축제를 즐기는 대신 자신과의 싸움에 몰두했다.
하지만 레이스가 이어질수록 기안84는 타는 듯한 더위에 탈수와 갈증을 호소하며 반복적으로 멈춰 섰고, 처음 겪는 근육 경련까지 겹치며 결국 길 위에 쓰러져 긴장감을 더했다. 전날 전야제를 즐기며 와인을 잔뜩 마신 탓에 숙취가 더해져 평소보다 일찍 한계에 맞닥뜨린 것. 겨우 정신을 차리고 다시 뛰는 와중에도 경쟁자인 츠키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편, 방송 말미에는 기안84를 비롯해 지쳐 쓰러진 권화운과 주저앉은 츠키의 모습이 예고되어 긴장감이 감돌았다. 츠키는 부상을 암시했고, 권화운 마저 “쉽지 않겠다”라며 낙담해 극한크루의 앞날에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극한84’는 매주 일요일 오후 9시 10분에 방송된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