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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 배우 정윤호? 파인 연기력 땡큐[지승훈의 훈풍]

지승훈
입력 : 
2025-07-29 15:13:39
수정 : 
2025-07-29 15:28:51
‘파인: 촌뜨기들’ 속 ‘벌구’
‘파인: 촌뜨기들’ 유노윤호. 사진ㅣ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파인: 촌뜨기들’ 유노윤호. 사진ㅣ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물 만난 고기다. 전남 신안 앞바다에 뜬 유노윤호는 가수가 아닌 배우 정윤호 그 자체였다.

그룹 동방신기 멤버이자 배우 유노윤호(본명 정윤호)의 연기에 “다른 사람 아니야?”라는 평이 잇따르고 있다. 2003년 SM엔터테인먼트 대표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하면서 성공한 가수로 이름을 날렸으나 배우로서는 좀처럼 어깨를 펴지 못했던 바.

2009년 MBC 드라마 ‘맨땅에 헤딩’을 통해 연기에 입문한 지 15년이 지난 지금,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을 통해 비로소 인정을 받는 모양새다.

‘파인: 촌뜨기들’은 1977년을 배경으로 전남 신안 바다 속에 묻힌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중 유노윤호는 목포 출신 건달 ‘장벌구’ 역을 맡아 호평을 이끌어내는 중이다.

“연기 잘한다”, “유노윤호 연기만 5번 이상을 돌려보네”, “서울말이 어색했던거네”, “연기를 못하는 게 아니라 서울말을 못하는 거였어”, “눈빛, 표정 연기가 제법 연기자답네”, “유노윤호 닮은 사람인 줄 알았다”, “맞춤복 입은 듯 잘하네요”.

극히 일부인 반응이다. 유노윤호의 연기 부분만 빼서 만든 수 많은 릴스 등에는 기본 1000여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며 감탄하는 반응들이 줄을 잇고 있다. 양세종, 류승룡, 임수정, 김종수 등 연기파 배우들 사이에서 결코 뒤쳐지지 않는, 아니 되려 압도하고 돋보이는 연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파인: 촌뜨기들’ 유노윤호. 사진ㅣ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파인: 촌뜨기들’ 유노윤호. 사진ㅣ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유노윤호의 끊임없는 연기 도전엔 서사가 있다. ‘맨땅의 헤딩’에서 다소 어색한 연기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으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2013년 ‘야왕’(SBS), 2014년 ‘야경꾼 일지’(MBC) 2015년 ‘당신을 주문합니다’(SBS플러스), ‘멜로홀릭’(OCN) 등 다양한 작품에 꾸준히 얼굴을 비쳐왔다.

이후 약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연기를 보여줄 기회는 많지 않았으나 가능성을 남겼던 작품, 바로 2014년 영화 ‘국제시장’이다. 여기서 유노윤호는 당대 아이돌 스타였던 가수 남진의 베트남 전쟁 참전 시절을 연기했다. 광주 출신임이 빛을 발하는 능숙한 전라도 사투리와 소탈하고 정감있는 캐릭터로 영화에 활력을 더했다는 호평이 있었다. 그의 연기 인생 유일한 호평이자, 가능성을 엿보게 한 순간이었다.

연기의 끈을 놓지 않은 유노윤호에게 ‘파인: 촌뜨기들’는 두 번 다시 없을 기회로 다가왔다. 사실 드라마를 연출한 강윤성 감독 역시 처음엔 ‘이 배우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졌다고. 하지만 촬영을 할수록 발견한 유노윤호의 연기 성장에 “‘파인’이 공개되면 동방신기가 아닌 진짜 배우라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파인: 촌뜨기들’ 유노윤호. 사진ㅣSM엔터테인먼트
‘파인: 촌뜨기들’ 유노윤호. 사진ㅣSM엔터테인먼트

‘파인: 촌뜨기들’이 공개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유노윤호의 연기는 조롱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부실했던 이전 연기력을 포함해, 최근 그의 과거 솔로곡 ‘땡큐’(2021년)가 SNS상 밈(meme·온라인상 화제가 되는 콘텐츠)으로 떠오르면서 웃음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이는 곡의 노랫말인 ‘세 가지 레슨’이 대중의 웃음 포인트가 되면서 시작됐다. 유노윤호는 해당 곡에서 “좋은 것은 너만 갖기”, “슬픈 것도 너만 갖기”, “일희일비하지 않기” 등을 이야기한다. 평소 올곧고 바른 이미지를 추구해왔던 유노윤호의 무대라는 점이 대중으로 하여금 재미와 웃음 대상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지난 8일 있었던 ‘파인: 촌뜨기들’ 제작발표회에서도 류승룡으로부터 연기 조언과 응원을 받았다는 유노윤호의 말에 배우 이동휘는 “제대로 된 레슨이었네요”라고 반응하며 재미를 유도했다. MC 박경림도 “몇 번째 레슨까지 있었나”라고 재차 밈을 언급하며 웃음을 더했다. 당시 유노윤호는 “레슨이 장난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레슨이 있었다” 등 재치있는 답변으로 상황을 즐겼으나, 이는 작품 공개 직후 ‘진정성있는 답변’으로 탈바꿈됐다.

데뷔 23년차 유노윤호는 여전히 도전을 꿈꿨다. 그는 최근 한 패션 전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파인: 촌뜨기들’은 필요한 도전이었다”며 “버티니까 돌아오는 것들이 있다. ‘땡큐’가 이런 식으로 주목받을 지 누가 알았겠나. 누구에게나 절호의 타이밍은 반드시 온다”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절호의 타이밍’은 ‘땡큐’가 아닌 ‘파인: 촌뜨기들’이 아니었을까. 그의 연기력 재발견은 ‘파인: 촌뜨기들’의 중요한 흥행 요소가 됐다.

[지승훈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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