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news

detail

“벼랑 끝에서, 옆에 친구가 있다는 감각”…전종서, 여성 서사 중심에 서다[인터뷰]

한현정
입력 : 
2026-01-11 07:45:00
“‘프로젝트 Y’ 자부심 多…지금 이 자리가 생겼다는 게 중요”
“한소희, 덜컥 찾아온 배우 친구…함께라서 버틸 수 있었다’”
“연인 이충현 감독, 내 모든 인간관계 지지해줘”
배우 전종서. 사진 I 앤드마크
배우 전종서. 사진 I 앤드마크

“여성 서사가 설 자리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죠.”

배우 전종서(32)가 영화 ‘프로젝트 Y’(감독 이환)를 통해 여배우로서의 책임감과 동시대 장르 영화의 의미를 짚었다.

전종서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인터뷰에서 “지금 이 시기에 이 작품을 만난 게 의미 있었다”며 담담하게 운을 뗐다.

‘프로젝트 Y’는 밑바닥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검은 돈과 금괴를 훔치려는 두 친구 미선과 도경의 위태로운 여정을 그린 범죄 영화다. 미선 역은 한소희, 도경 역은 전종서가 맡았다. 두 여성 캐릭터가 서사의 중심을 이끄는 투톱 구조로, 두 대세 여배우의 만남, 그리고 최근 활발해진 여성 서사 흐름 속에서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전종서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분명한 지지를 보냈다. “여성 서사 작품이 늘어나는 건 굉장히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관련 작품들도 거의 다 찾아봤고요. 여자 배우들이 연기할 수 있는 좋은 시나리오와 연출가, 제작자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 자체가 반갑죠.”

미선은 평범한 삶을 꿈꾸지만 그 평범함을 위해 가장 위험한 선택을 감수하는 인물이다. 이성적이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과감해지는 성격이 영화의 속도감과 잘 맞물린다. 도경은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캐릭터로, 언제나 앞만 보고 질주한다. 두 인물은 대립보다 공존의 리듬을 택하고, 이 워맨스 호흡은 끝까지 설득력을 유지한다. 경쟁이 아니라 관계의 밀도로 흡입력 있게 완성된다.

배우 전종서. 사진 I 앤드마크
배우 전종서. 사진 I 앤드마크

전종서는 “우리 영화 같은 건 완전히 설 자리가 없던 시기도 분명히 있었다. 지금처럼 선택지가 생기고 설 자리가 마련된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라며 자긍심을 보였다.

‘도경’이라는 인물에 대해선 “벼랑 끝에 선 인물”이라고 정의했다. “도경은 계산적으로 움직이기보다 순간순간 선택을 내리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더 위험하고, 그래서 더 현실적이죠. 이 영화가 장르적으로도 의미 있었던 이유는, 인물의 감정과 선택이 장르의 힘으로 밀어붙여지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흥미로운 점은 미선과 도경의 캐릭터가 처음부터 고정된 것이 아니었다는 것. “저와 한소희 모두 역할에 열려 있었어요. 이환 감독님이 미팅을 통해 캐릭터를 정하고 싶어 하셨고, 저 역시 두 역할 중 어떤 것을 맡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죠.”

전종서는 웃으며 비하인드를 덧붙였다. “하루는 한소희가 도경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가, 또 마음을 바꿔 미선을 하고 싶다고 하기도 했어요. 결국 신의 비중과 밸런스를 고려해 감독님이 지금의 조합을 결정하신 것 같아요.”

사진 I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사진 I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덜컥 찾아온 배우 친구, 한소희…함께라서 끝까지 버틸 수 있었죠.’”

현실에서도 연예계 대표적인 절친으로 알려진 한소희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자 전종서의 말투는 한층 부드러워졌다. “한소희는 제게 정말 덜컥 찾아온 친구예요. 뜬금없이 알게 됐고, 이렇게 작품까지 함께 하게 될 줄은 몰랐죠.”

그는 촬영 현장을 떠올리며 “우리 영화는 육체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밤 촬영이 많아 생활 리듬도 계속 깨졌고, 환경도 열악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옆에 묵묵히 같이 고생하는 파트너가 있다는 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제가 ‘혼자가 아니다’라는 감각을 처음으로 느낀 영화였어요. 그 옆에 한소희가 있어서 더 그랬죠.”

두 사람이 가까워진 계기 역시 자연스러웠다. “처음 알게 된 건 SNS DM이었어요. 여자 배우나 연예인에게 DM을 받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한소희는 제 이름을 되게 친근하게 부르더라고요. 그게 인상적이어서 처음으로 답장을 했어요.”

이후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집에서의 프라이빗한 만남을 계기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고 한다. “같은 배우다 보니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되는 지점들이 많았어요. 공감대가 컸죠.”

배우 전종서. 사진 I 앤드마크
배우 전종서. 사진 I 앤드마크

친한 친구와 함께 일하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라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안 맞는다고 느낀 순간은 없었어요. 둘 다 조심하는 편이고, 혹시라도 불편한 게 생기면 바로 이야기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는 “현장에서 ‘아까 이건 미안했다’, ‘이 부분은 이렇게 해서 편했다’라고 바로 털어놓고 다시 으쌰으쌰 넘어갔다”며 “워낙 정신없이 흘러간 현장이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촬영 전후로 투샷 사진을 자주 올리며 친분을 과시한 두 사람. ‘질투하는 사람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전종서는 웃으며 짧게 답했다.

“제 모든 인간관계를 지지해주는 분이에요.”

연인인 이충현 감독을 에둘러 언급한 대목이었다. 그는 “작품을 할 땐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편”이라며 더 이상의 설명은 덧붙이지 않았다.

전종서는 마지막으로 ‘프로젝트 Y’를 이렇게 정리했다. “이 영화는 거창한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아요. 다만 선택의 끝에 서 있는 인물들을 끝까지 따라가죠. 관객도 그 여정에 함께 서 보셨으면 좋겠어요.”

‘프로젝트 Y’는 오는 21일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108분.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