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연극 스타, 배우 윤석화가 뇌종양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69세.
19일 연극계에 따르면 뇌종양으로 투병해 온 윤석화는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유족과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당초 이날 새벽, 한국연극배우협회는 윤석화가 지난 18일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협회 측은 “밤샘 비상근무 중 긴박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사실 확인을 거치지 못하고 혼란을 드린 점, 유족분들과 배우님을 아끼는 팬 여러분께 고개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정정했다.
고인은 생전 뇌종양으로 투병 중이었다. 그는 2022년 7월 연극 ‘햄릿’ 공연을 마친 뒤 영국 런던 출장 중 쓰러졌다. 에어 앰뷸런스로 한국에 이송돼 20시간이 넘는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연기에 대한 열정은 투병 중에도 계속됐다. 그는 2023년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연극 ‘토카타’에 우정 출연해 관객과 만났다.
그는 2023년 10월 한 방송에 출연해 “처음에는 방사선 표적 치료를 했는데 몸무게가 36kg까지 빠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주일을 살더라도 나답게 살고 싶다”는 신념으로 항암 치료를 중단했다고 밝혀 깊은 울림을 남기기도 했다.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한 그는 손숙, 박정자와 함께 1980~1990년대 연극계를 주름잡은 여배우 트로이카로 맹활약했다.
대표작도 화려하다. ‘신의 아그네스’, ‘햄릿’, ‘딸에게 보내는 편지’ 등 명작에 출연해 열연을 보였으며, 2016년 연극 ‘햄릿’에서는 예순의 나이로 극 중 햄릿의 연인 오필리아 역을 소화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연극 뿐 아니라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 장르를 넘나들며 대중문화 전반에서 활동했다.
대중에게는 커피 광고 속 모습이 유명하다. 그는 “저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여자예요”라는 명대사로 인기를 모았다.
고인은 대중문화계의 거목이었다. 배우 활동 뿐 아니라 연출가, 제작자로도 활약했다. 그는 2002년 건축가 장윤규와 함께 대학로에 소극장 ‘정미소’를 설립하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올렸다. 1999년에는 폐간 위기에 처한 월간지 ‘객석’을 인수해 발행인으로 활동했다.
특히 그가 제작에 참여한 뮤지컬 ‘톱 해트’는 영국 최고 권위의 로렌스 올리비에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무대 밖에서의 삶도 귀감이 됐다. 아들과 딸을 공개 입양한 고인은 입양 인식 개선에 앞장섰고, 자선 콘서트를 꾸준히 개최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에도 힘썼다.
그는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4회), 이해랑 연극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하며 공로를 인정받았다.
유족으로는 남편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과 슬하에 1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다. 장지는 용인 아너스톤이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