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해숙이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하는 영예를 안았다.
2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2025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이 열렸다. 사회는 배우 김민규와 박선영 아나운서가 맡았다.
올해로 16회를 맞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은 가수, 배우, 희극인, 성우 등 대중문화예술인은 물론 방송작가, 연출가, 제작자 등 대중문화산업 종사자의 노력과 성과를 격려하고, 대중문화예술인들의 사회적 위상과 창작 의욕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대중문화예술 분야 최고 권위의 정부 포상이다.
이날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의 가장 큰 영예인 은관문화훈장은 드라마 ‘서울의 달’, ‘남자셋 여자셋’, ‘허준’, ‘가을동화’, ‘장밋빛 인생’, ‘소문난 칠공주’, ‘슬기로운 의사생활’, ‘슈룹’ 등 수 많은 작품들에서 열연을 보여주며 ‘국민 엄마’ 타이틀을 얻은 김해숙이 수훈했다.
김해숙은 “이 자리에 서 있으니 떨린다”며 “너무 많이 부족한 저에게 이런 큰 영광을 주셔서 감사하다. 영광스럽다. 저는 이 순간을 항상 기억하면서 더 따뜻한 사람. 더 따뜻하고 책임감 있는 배우로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보관문화훈장은 넷플릭스 ‘오징어게임3’,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으로 국내외에서 큰 사랑을 받은 이병헌, 드라마 ‘가을동화’, ‘야인시대’, ‘겨울연가’, ‘열혈사제’, 연극 ‘햄릿’, ‘맥베스’ 등을 통해 대중문화 산업에 큰 기둥으로 활약해온 정동환이 수훈했다.

정동환은 “사랑하는 무대에 다시 불러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무대는 환상의, 꿈의 장소다. 무언가 마음대로 이뤄질 수 있는 장소”라고 말했다.
또 “제가 이걸 받고 있지만 제가 받은 게 아니라 여러분이 같이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무슨 재주가 있었겠나. 연출자, 스태프 그리고 그걸 받아들여준 관객 여러분이 받아야 할 상이라 생각한다”고 공을 돌렸다.
정동환은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이라며 잠시 침묵한 뒤 “제 친구. 오래 전 같이 연극을 했던 코미디언. 개그맨. 그 친구가 이 자리에 없어서 가슴이 아프다. 사실 1965년 10월 23일. 저와 같이 무대에 섰던 친구다. 그 친구는 조금 먼저 갔고 저는 아직 남아 받고 있다”며 지난달 세상을 떠난 전유성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제가 재미없고 긴 연극을 많이 한다. ‘카르마조프가의 형제들’ 같은 작품은 7시간 반을 한다. 그런 작품을 수없이 하는데 그 자리를 한번도 빠지지 않고 와서 격려해준 분이 계신다. 그분이 자리에 안 계신게 너무 가슴 아프다. 지금 건강이 좋지 않은 것 같다. 이순재 선생님이시다. 건강이 회복되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바람을 덧붙였다.

이병헌은 훈장을 받은 뒤 “좋은 작품을 만나고 연기로, 영화제서 수상한 경우는 여러번 있었는데 훈장을 목에 걸게 된다는걸 알고 마음이 이상했다. 어떤 감정인지 알 수 없더라”며 “거창하게 사명감 가지고 이 일을 하는 것 아니고 영화가, 제 일이 좋아서 하는 건데. 이런 커다란 영광을 안게 되니까 겸연쩍기도 하고 그렇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올 한해 저도 굉장히 특별한 한 해를 보냈다. ‘오징어게임’, ‘케이팝 데몬 헌터스’. ‘어쩔수가없다’ 까지. 해외에 있는 관객들 대면하고, 해외 한류 팬들 직접 만나서 지금 이 K-팝 무비, 드라마뿐 아니라 K의 위상이 이렇게까지 엄청난 것을 피부로 느꼈다”며 “한국인으로서 대중예술인으로서 너무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던 한해였다”고 돌아봤다.
이병헌은 “이 훈장은 개인의 성취를 넘어서 제가 지금껏 해온 작품, 연기를 열심히 해서 한국 문화가 세계 무대서 더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옥관문화훈장은 개그계를 이끌어온 거목 고(故) 전유성과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지드래곤, 성우 배한성이 받았다.

지드래곤은 “올해 문화훈장 최연소 수훈자 지드래곤”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훈장을 받았다. 이어 “오래 쉬다가 컴백한 지 일주일 후면 1년이 된다”며 “제 기억으로는 여섯 살 즈음, 멋모르고 엄마 손을 잡고 처음 가본 곳이 오디션장이었다.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같은 꿈을 꾸고 있다. 10대 때는 가수가 꿈이어서 그 꿈을 이뤘고, 20대엔 표창도 받았고, 30대가 되어서는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그래서 40대가 더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내년이면 우리 그룹이 데뷔 20주년을 맞는다. 멤버들과 이 영광을 나누고 싶고, 팬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가슴 뭉클했던 순간은 바로 지난달 25일 세상을 떠난 개그맨 고 전유성의 마지막 소감이었다. 그는 사망 3일 전인 지난달 22일 미리 소감을 밝혔다.
그는 대중에 사랑을 받을 수 있던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남들이 안하는 짓거리로 (사랑을 받은 것 같다)”며 “예들 들자면 남들은 말해놓고 잘 안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기차를 타고 가지않나. 하지만 부산까지 버스만 타고 갈 수도 있다. 저는 직접 버스를 타고 부산을 다녀오는거다. 그런 걸 (대중이) 재미있어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숨을 고르려 말을 끊기도 하면서 차분히 소감을 이어갔다. 말하는 중간 중간 거친 호흡 소리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전유성은 또 “(개그맨 중에는) 무식한 개그맨, 유식한 개그맨이 있는데, (대중들이 저에 대해) 알고보면 무식한데 유식한 개그맨으로 착각하면 좋겠다”고 유쾌하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우리 선배들도 예전에 상을 많이 받으셨다. 그럴 때 코미디언들이 상을 잘 받아야지 우리 후배들도 많이 받겠구나 했는데, 저를 거쳐서 간다니까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고맙게 생각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대리수상한 전유성의 딸 전제비 씨는 “아버지의 마지막 업적이 아니라 새로운 기억으로 여기겠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대통령표창은 배우 김미경, 이민호, 이정은과 그룹 동방신기, 블랙핑크 로제, 세븐틴, 성우 김은영 등 7명/팀이 받았다. 배우 김태리, 김지원, 박보영, 박해준, 주지훈과 그룹 에이티즈, 트와이스, 연주자 최희선 등 8명/팀은 국무총리표창을 품에 안았다.
문체부장관표창은 배우 고윤정, 변우석, 지창욱, 추영우, 그룹 라이즈, 아이들, 르세라핌, 제로베이스원, 개그우먼 이수지, 안무가 베베 등 10명/팀이 수상했다. 또 베베와 뮤지컬 배우 카이의 축하 무대가 펼쳐졌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다음은 2025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수상자(팀)
▲은관문화훈장= 김해숙
▲보관문화훈장= 정동환, 이병헌
▲옥관문화훈장= 고(故) 전유성, 지드래곤, 배한성
▲대통령표창= 김미경, 이민호, 이정은, 동방신기, 블랙핑크 로제, 세븐틴, 김은영
▲국무총리표창= 김태리, 김지원, 박보영, 박해준, 주지훈, 에이티즈, 트와이스, 최희선
▲문체부장관표창= 고윤정, 변우석, 지창욱, 추영우, 라이즈, 아이들, 르세라핌, 제로베이스원, 이수지, 베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