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의 오빠가 동생의 생일을 맞아 “가해자·방관자들 모두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한 사과를 해주길 바란다”며 다시금 비통한 심경을 밝혔다.
오요안나 친오빠인 오창민 씨는 3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동생이 겪은 괴롭힘은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 겪을법한 부당한 일이 아닌,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갈 만큼의 심각한 수준의 괴롭힘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 글에서 “동생은 끔찍한 괴로움 끝에 삶을 포기하는 선택을 내렸는데, 누군가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날씨를 전하며 안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며 “동생은 세상에서 사라졌는데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모습이 2차 가해로 느껴졌다”고 했다.
이어 “동생의 죽음에 애도 해주고 명복을 빌어준 모든 분에게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오늘 요안나가 평소 좋아하던 음식들을 소소하게 준비해 생일상을 차렸다. 매년 축하해줬던 생일인데 이제 연락해도 받을 수 있는 동생이 없다는 게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면서 “누구보다 밝고 열심히 살았던 동생 휴대전화에서 자신의 사후를 대비한 듯한 증거 모음집을 보며, 마지막 선택이 충동적인 감정에 의한 것이 아니었음을 느껴 여전히 통탄스럽다”며 괴로워했다.
더불어 “유가족들은 가해자들과 방관한 이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한 사과·반성을 표하길 바란다. 동생이 하늘에서라도 편히 쉴 수 있도록, 억울함을 꼭 풀어주고 싶은 마음에 입장을 표한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고 간절한 마음을 재차 전했다.
앞서 고인의 어머니는 지난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현안 질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딸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눈물로 호소했다.
고인의 어머니는 이날 “정치적으로 정쟁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사실만 밝혀진다면 안나가 편하게 쉴 수 있을 것 같다”며 “초기 MBC 측이 ‘준동’이라는 이런 말을 써서 큰 상처를 받았다. 이후에도 MBC가 정확하게 사과를 한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현안 질의에는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된 MBC 보도국장과 기상팀장, 기상캐스터 4명 등 관계자들이 대거 불출석했다. 대표로 참석한 박미나 MBC 경영본부장은 “4월 초까지 진상조사를 했고, 4월 8일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해 보고했다”면서도 “현재 소송 중인 민감한 사안인 데다 2차 가해의 위험도 있기 때문에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법적인 검토를 거쳐 어느 정도까지 (공개)할 수 있을지 판단해보도록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났으며, 3개월 만에 부고가 알려졌다. 이후 고인 휴대폰에선 원고지 17장 분량 유서가 발견됐으며, 동료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 충격을 안겼다. 유족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가해자로 지목된 1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